•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코칭칼럼] '진정한 존중' 해답은 그에게 있기에…

 

허성혜 코치 | trueheo@coachingi.com | 2017.07.08 11:05:14

[프라임경제] ICF(국제코치연맹)의 코칭의 기본 철학과 패러다임에는 '모든 사람은 온전하고(Holistic), 해답을 내부에 가지고 있고(Resourceful), 창의적인(Creative) 존재로 본다'가 있다. 코칭을 접한 사람들이 가장 처음 배우는 패러다임이자 기본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이 기본을 지키지 못할 때가 자주 있다.

내가 사랑하는 55년 양띠인 아버지는 전라남도 고창에서 태어나 20대에 비료부대 한 자루를 가지고 서울로 상경했다. 맨 손으로 올라와 자리잡고 성실과 배려의 아이콘으로 지금까지 살아오신 분이다.

이런 아버지를 보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가끔씩은 어떤 사건을 대할 때의 완고하고 신념이 강한 모습에 답답함을 느껴 엄마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아버지는 저걸 왜 저렇게 결정하는지, 융통성 있고 시대 흐름에 맞게 좀 타협하면 되는데 왜 사서 고생하는지 모르겠어 정말."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명목 하에 나는 이미 내 안에서 판단하고 있었다.

글로벌 기업 과장으로 재직중인 남편은 최근 경력개발을 위해 MBA를 진학했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두 곳을 제안했지만 남편의 선택은 다른 곳이었다. MBA는 네트워킹과 네임 밸류도 중요한데 이왕 하는 거 나는 좀 더 괜찮은 곳을 추천했고, 남편은 자신의 현재 상황에서 평일 수업과 주말수업 참석가능여부와 커리큘럼 등을 고려해 선택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나름 대기업 10년 차 과장이고 남들은 다 대단하다고 알아주는데 왜 우리 와이프만 내 말을 안 믿는지 모르겠어."

나는 은연중에 '존중'하는 마음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코칭의 기본 패러다임인, 해답이 그들 내부에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고 '내가 해답을 주고자' 애썼는지도 모르겠다.

지난주, 커리어 상담을 요청한 후배와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커리어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후배는 국제구호개발 NGO를 거쳐서 현재는 글로벌 패션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화려하고 좋아 보이는데, 후배는 커리어 로드맵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평소 지속가능개발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그쪽 커리어개발이 가능할 것 같아 이직을 했는데 직속 팀장이 바뀌고 담당하는 업무가 많이 달라져서 초창기 목표달성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지금 직장으로 옮길 때에는 채용확정이 된 이후에 움직였는데, 이번에는 아무 것도 안 정하고 우선 퇴직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나: 퇴사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건 뭐야?

후배: 글을 써보고 싶어요. 그 동안 생각했던 것들이 있는데 도서관도 다니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어요.

나: 정말 좋겠다. 글 쓰는 재주가 있으니까 이번 기회를 통해 정리하는 시간이 의미 있겠다.

후배: 그런데 이게 잘 한 결정인지 잘 모르겠지만, 쉬어본 적도 없고 불안하지만 일단 결심했어요.

나: 그래, 잘했어. 네가 그렇게 결정했다면 잘 한 결정이야. 언니는 언제나 응원할게.

어느 일식 집에서 초밥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후배는 본인의 비전, 향후 가족계획, 일상에 대해 소소한 이야기를 했고 마지막에는 이런 말을 했다.

"언니, 진짜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그건 아니다, 경력개발은 이렇게 해야 하고, 이직은 갈 자리를 확정한 후 그만둬야지, 그랬을 텐데 뭔가 변했어요."

그랬다. 후배를 안 5년여 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때는 내 주장, 의견을 강하게 전달했었다.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 너를 위한 피드백이라는 명목 하에 내 입장을 주입시키려고 애썼다.

코칭을 접하고 코치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코치 프레즌스(presence)가 조금씩 생긴 것 같다. 비판하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상대와의 대화 시간에 온전히 귀를 기울여 집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기, 때론 눈맞춤과 약간의 끄덕임, 적절한 인정과 칭찬은 더욱 효과적인 대화의 장을 만든다.

저녁식사 이후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유독 가벼운 이유는, 코치로서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스스로 느껴서 일거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마법의 코칭' 저자인 에노모토 히데타케가 내린 '코칭의 정의'를 다시 읽어본다.

'모든 사람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그 사람에게 필요한 해답은 그 사람 내부에 있고,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코치가 필요하다.'

허성혜 코치 / (현) 코칭경영원 선임연구원 / (전) 한국코칭센터 선임연구원/ (전) 굿네이버스 홍보마케팅 대리 / 저서 '(ebook)투루언니의 직장생활 생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