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아이코스&세금①] 정책공백 상황 속 필립모리스만 배불린다

관세상으로는 궐련 vs 파이프담배 세율 같아 논쟁 불필요…국내 세금과는 철학 기반 달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7.11 16:19:23

필립모리스가 국내 시장에 액상 니코틴을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담뱃잎 고형물을 넣어 찌는 '아이코스'를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담뱃잎을 태우지 않으면서 가열만 하기 때문에 연기나 재, 냄새가 적다고 호평한다. 그러나 결국 일반 궐련형(종이에 담뱃잎을 싼 형태) 담배의 유사품이라는 지적이 있고, 과연 국민건강에 미치는 유해효과가 작은지에 논란이 여전하다. 따라서 '과세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프라임경제]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의 국내 시판에 돌입해 시선을 모으고 있다. 담뱃잎 고형물인 '히츠'를 넣어 찌는 방식으로 연기를 마시는 점에서 기존의 액상 니코틴을 사용하는 기존 전자담배와도 다른 제품이라는 시장의 평가가 나온다. 일명 '담배계의 아이폰'이라는 평.

일반담배와 달리 담뱃잎을 직접 태우지 않기 때문에, 아이코스에서 발생하는 증기에는 일반담배 연기와 비교해 유해물질이 90% 정도 적다는 게 필립모리스의 주장이다. 아울러 필립모리스는 재가 남지 않고, 냄새가 옷에 거의 배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한다.

일선에서 히츠를 구입하기 어렵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일단 초기 흥행몰이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뜬금없는 '파이프담배' 분류 세금 논란 왜?

이 같은 제품 얼개는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 전자담배와도 다른 전혀 새로운 제품이라는 평가도 가능하지만, 직접 담뱃잎을 넣음으로써 사실상 일반담배를 가장 비슷하게 흉내낸 데 불과하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

담뱃갑에 경고그림까지 넣어 금연율을 높이려는 정부와 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꼼수상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따라서 새 상품인지, 새 전자담배인지 혹은 일반담배의 변종에 불과한지 장차 그 평가는 변화할 여지가 크다. 따라서 불분명한 이유로 가벼운 세금을 부과받고 그것이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된다면 '형평성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신종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에는 담배소비세 g당 88원, 건강증진부담금 g당 73원의 세금이 매겨진다. 일반담배보다 훨씬 낮은 '전자담배 세율'을 적용한 결과다.

그런데 문제는 개별소비세의 경우다. 국회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율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정부가 일단 '파이프담배'에 준해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기로 하며 논란 여지를 만들었다.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의 경우, 기존 전자담배처럼 g당 51원을 매기자는 안(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일반 궐련형 담배와 같이 20개비당 594원을 부과하자는 안(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이 충돌했고, 이 와중에 탄핵 정국 등으로 조율 처리와 통과가 불발됐다. 

참고로 정부 처리 방식대로 파이프담배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물리면, 아이코스 히츠는 g당 21원의 개별소비세를 부담하게 된다. 전자담배 기준으로만 따져봐도 당초 내야 했을 세금의 41.2%으로 해결이 가능해진 것.

국회와 정부가 밀려 들어오는 신종 전자담배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생긴 공백인 셈인데, 이 같은 '정책 공백'이 새로운 유형의 아이코스가 결국 크게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혜택'으로 연결되는 게 옳은지가 관건이다.

◆일본 전례 참조? 세목 직권 변경 가능

파이프담배에 준해 세금을 매기는 방식은 히츠가 당초 이탈리아 공장에서 공급되는 상황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일본 등이 이 제품의 과세에서 파이프담배 기준을 매겼고 우리도 이에 따라 들여오면 비교법적으로 무난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따라서 파이프담배 분류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아이코스와 그 안에 들어가는 담뱃잎 고형물 히츠. 씨유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 BGF리테일

하지만 여기에는 다른 요소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즉 우리나라에서 담배 관련 수입품 과세를 할 때에는 일반담배(가장 많이, 일반적으로 피우는 궐련)나 파이프담배 등 가공품 등이 같은 '40% 관세율'로 다툼의 여지가 많지 않다.

그러므로 이는 통관 단계의 기술적 세금 판단일 뿐 국내에 들여온 상황에서 건강부담금이나 개별소비세 등을 매기는 체계와는 기본 철학이 다른 셈이다.

그런 만큼, 사후에 경정 처리도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세제 시스템상 대부분의 세목은 납세자 신고 납부 체계다. 납세의무자가 정해진 방법대로 신고하고 사후에 과세관청이 세법과 맞는지 보고 안 맞으면 세무조사 등의 방법으로 세금을 경정청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히츠라는 독특한 고형물을 사용해 찌는 방식으로 담배 연기를 즐기는 이 제품도 관세법상으로나, 개별소비세 측면에서나 사후 검증을 통해 불합리하다고 보면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온풍기 특소세 사건' 승소 참조할 만…관행 주장 여지 차단 필요 

국회에서 전자담배와 일반담배(궐련) 둘 중 어느 하나를 기준 삼아 세금을 매길지 2개 법안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져 결국 개별소비세 개정 처리가 제때 안 된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과거 개별소비세의 전신인 옛 특별소비세 부과를 둘러싼 행정소송 사건을 보면, 당국에서 당초 '온풍기' 등 일부 품목에 특별소비세를 물리지 않을 것처럼 보도자료 등을 발표해도, 이와 달리 과세 처분을 한 것이 신뢰보호 원칙을 깨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온 바가 있다. 

이 온풍기 과세 사안은 2004년 서울행정법원에서부터 행정청이 이겼고, 서울고등법원도 과세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심리기각을 해 결국 1심 제기 시점 기준 2년여만에 내용이 확정됐다. 

결국은 아이코스와 히츠가 현재 받고 있는 개별소비세 판단은 국회가 제때 법안 마무리를 못했다는 이유로 당국이 '가장 후한(낮은 세율의) 개별소비세 기준'인 파이프담배를 기준으로 부과해 놓은 '가안'일 뿐이다.

참고로 일반담배와 유사하면서도 대단히 유리한 세금 적용을 받고 있음에도, 아이코스에 사용되는 담뱃잎 고형물인 히츠의 전체적인 가격은 일반담배와 유사하게 책정돼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일반담배를 생산하는 경쟁사들에 비해 법리 해석상 이익을 얻고 있다는 뜻이다. 더 적나라하게 요약하면, 특정 외국 기업이 정책 공백을 이용해 세금으로 내야 했을 돈과 실제 부과되는 적은 세금 사이의 막대한 차익을 챙기고 있다는 뜻이다.  

과세 당국이 관련 세금 문제를 다시 들여다 보고 가장 적극적인 해석을 적용하거나, 국회가 규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