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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영의 삯과 꾼] 파견산업의 첫걸음 '파견법제정'

 

이준영 기자 | ljy02@newsprime.co.kr | 2017.07.13 17:05:41
[프라임경제] 누군가에겐 지긋지긋한 일터인 곳이 누군가에겐 미래를 설계하는 꿈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대한민국 노동현장에는 오늘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모여 삶을 이어가고 있죠.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네 노동은 단순 밥벌이에서 전문직까지 다양화·고급화의 길을 걷고 있는데요. 형태 또한 복잡다단합니다. '삯과 꾼'에서는 노동 격변기였던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노동시장의 단상을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1998년 2월20일에 제정돼 그해 7월1일부터 시행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 어느덧 20년이나 됐습니다. 1980년대 말부터 음성적으로 존재하던 '파견'이란 고용형태는 파견법 제정으로 양성화됐죠. 

1998년 노동시장 유연화 차원에서 행정·서비스 등 26개 업종에 대한 파견을 허용한 건데요. 당시 인력 수요가 많은 제조업에 대해서는 파견이 금지되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후 노무현 정권 시절 32개 업무로 개편돼 지금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파견법이 1998년 갑자기 등장한 걸까요? 보통 그렇게 알고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파견법은 1992년부터 정부차원에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무려 6년의 논의 끝에 파견법이 탄생하게 된 거죠. 

1992년 3월14일 정부는 근로자파견 양성화방침을 정하고 주중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최종협의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파견사업체는 약 1000여 개가 있었고, 파견근로자는 10만~15만여 명의 근로자가 있었습니다.

이후 노동계와 정부, 재계는 파견법 찬반논란에 치열한 공방을 펼쳤고, 정부부처 간에도 의견 차이를 보였습니다. 

당시 노동부는 26개 직종만 파견을 허용하는 파견법제정을 추진했고, 통상산업부는 '중소사업자구조개선 지원을 위한 특별법률안'(약칭 중소사업자 특별법)을 국회 제출했습니다. 

통상산업부가 추진하는 '중소사업자특별법'은 중소기업에 대한 파견사업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아 노동부가 이에 반발했었죠.

또 노동부가 추진하는 파견법 내용에 대해 파견 대상업무와 파견기간 등의 규제가 너무 과도하다며, 기본적인 사항만 규정하고 나머지는 민간의 계약에 의한 자율적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의 파견법 추진으로 인해 정부부처 간, 노사 간 강력한 찬반 논란이 연일 쟁점이 됐던 시기라고 당시를 지켜본 사람들은 회고합니다.

결국 첫 파견법 추진은 노동계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고, 정부는 1997년 초 다시 파견법 제정을 추진해 이듬해인 1998년에 최종적으로 법을 제정했죠.

국내는 당시 파견근로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파견법의 법률안은 가까운 일본 파견법을 참고해서 작성됐다고 하네요.

최초 파견법에 대한 논의는 1990~1991년 파견사업자들 모임인 '파견사업자협의회'(이하 협의회)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국내엔 파견에 대한 아무런 자료가 없어 협의회는 파견사업이 활성화된 일본의 대형 파견기업에게 무작정 연락해 자문을 요청했죠.

이렇게 협의회에서 일본 파견법과 자문을 토대로 파견법 초안을 작성하고, 이를 경총에 전달해 협조를 받았죠. 또 남성일 서강대 교수의 검수를 받아 노동부에 건의했습니다.

처음엔 천대받았던 파견법이지만 이후 꾸준한 건의를 통해 노동부도 받아들였고, 1992년 정부부처회의에서 논의가 됐던거죠.

IMF로고. 1997년 외환위기 사태 때 파견법 제정이 급물살을 타며 1998년 파견법이 제정됐다. ⓒ IMF

이후 노동계의 강력한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지만 1997년 외환위기사태 시절 IMF의 국내 고용경직성 지적에 고용유연화가 화두로 떠올랐죠. IMF에서 파견법 제정을 요구한 것도 있지만 이보다는 꾸준히 논의된 파견법이 외환위기를 맞아 급물살을 타서 제정됐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겁니다.

한편 힘들게 제정된 파견법이지만 회의를 느끼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초 논의됐던 파견법은 고용유연화에 적합했지만 여러 의견으로 검수를 거치면서 매우 강력한 규제 법안이 됐다"고 한탄하네요.

더불어 "파견법 제정으로 양성화된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범법자가 발생되고,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고마운 사람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사람으로 내몰리게 됐다"고 안타까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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