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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네기·록펠러·제이피모건 왕국을 해체한 루즈벨트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17.07.14 15:41:00
[프라임경제] 미국의 근대화에 앞장섰던 철강왕 카네기, 석유왕 록펠러, 금융왕 제이피모건. 이들의 공통점은 미국 경제의 근간을 마련했다는 점과 독과점 기업을 탄생하게 했다는 점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인 이들은 그들에게 친화적인 대통령까지 만들며 미국의 정치와 경제를 좌지우지했다. 

하지만 점점 심해지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으로 노동계층의 반발은 더욱 심해졌고, 결국 이들은 견제하는 공약을 펼쳤던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서 독점기업 규제에 속도가 붙게된다. 

루즈벨트가 대통령에 취임하던 무렵은 대기업과 이에 맞서는 소시민과의 싸움으로 사회 전체가 시끄러울 때였다. 

거대 기업의 부정부패가 여기저기서 드러났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행태도 곳곳에서 고발됐지만 이를 인지하고 수습에 나서야 할 주 정부는 대기업에 내는 세금에만 만족할 뿐 나서서 사태를 바로 잡으려 하지 않았다. 

실제 록펠러로부터 철강회사를 인수한 제이피모건은 US스틸을 설립하고 100년간 해당 산업을 독점하며 막대한 부를 쌓았다.  

이에 루즈벨트는 문제가 많은 대기업을 해체하는 대신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한편 이를 구체화할 각종 방법과 수단을 구상하게 된다. 

그는 정부가 '기업에 적대적'인 게 아니라 기업이 대중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다뤄지길 원할 뿐이라 말해 '기업과 '나쁜 기업'의 경계를 확실히 그으며 '나쁜 기업'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는 향후 미국 연방이 기업 규제에 나서게 되는 초석이 됐는데, 이러한 루즈벨트의 의지를 이어받아 구체적인 형태로 완성시킨 사람이 바로 같은 가문의 '프랭클린 루즈벨트'다.

대대적인 독점기업과 재벌에 대한 규제를 통해 미국은 '기업이 지배하는 나라'가 될 뻔했던 상황에서 반전의 실마리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의 독점기업 규제 움직임에 장기간 간섭을 받지 않았던 대기업들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재벌저격수 김 위원장의 행보가 공정 경쟁의 불씨를 살릴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달 공짜로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통신 기업에 대해 칼을 뽑아 들었다. 4차 산업시대에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정보를 독점적으로 수집하고 배타적으로 이용하는 경쟁 저해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공정위의 '미래 역할'이라는 판단에서다. 

공정위 칼날은 구글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대기업 등 업계 전반의 '갑질 관행'을 겨냥하며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대형 유통점까지 '공정위 사정권'에 포함시켰다. 

그동안 공정위는 친기업 노선 성장에 치중했던 이명박 정부 이후 칼날이 무뎌진 상태였다. '시장을 위축 시킨다'는 대기업의 엄살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의 이익 독점현상이 지속될수록 빈인빈부익부 현상은 나날이 깊어졌고, 부모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는 '신계급론적' 인식이 국내 사회에 정착하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김 위원장에게 바라는 것은 재벌기업을 없애자는 것이 아닌 부당한 경제적 구조 행태의 변화와 상생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의 역동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에는 석유·전기통신 등 거대 독과점그룹을 과감히 분할시키고, 재벌이 2·3대로 넘어갈 때 대부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데 힘입은 바가 크기 때문이다. 국내 역시 이 같은 점 되새겨 독점기업의 행태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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