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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정당성 없는 결의대회' 한국GM노조, 오히려 신뢰 회복 급선무

 

이용석 산업부장 | koimm22@newsprime.co.kr | 2017.07.18 10:41:16

[프라임경제] 이달 초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결의했던 한국GM 노조(GM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임금협상 '조정 중지'를 통보받으면서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파업과 별개로 'KDB산업은행의 한국GM 보유 지분 매각'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지난 17일 청와대 앞에서 펼쳐 관련 업계가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다.

임금협상 중인 한국GM노조는 글로벌 GM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 고용안정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본질에 위배되는 쟁위투쟁에 앞서 당분간 정당한 협상에 주력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현재 산업은행(산은)이 보유한 한국GM 지분을 매각하면 글로벌 GM이 언제든 국내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오는 10월 산은 특별결의 거부권(비토권)이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한국GM 견제장치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했다.

GM노조 관계자는 "글로벌 GM은 산업은행과 2010년 추가 협약 '지엠대우 장기발전 기본합의서'에 따라 산은 보유지분 17.02%로 비토권이 가능하도록 합의했다"며 "올해 10월16일이면 효력이 끝나는데, 산은 측은 외국 자본에 한국지엠 지분을 매각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즉, 비토권 상실과 더불어 산은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 한국GM 구조조정 및 철수도 가능해 정부 차원에서 장기 발전전망이 담긴 구체적인 실천방안 협약체결에 나서달라는 요청인 셈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업계 시각은 긍정적이지 않다. GM노조가 교섭에서 회사 핵심사업에 집중하지 않고, 임금에서 벗어난 산업은행 이슈로 사회적 명분을 갖겠다는 심보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산은 이슈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산은과 GM 주주 간 계약은 상당히 넓은 범위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다"며 "일부 조항이 올해 만료되지만, 현재 보유 지분을 유지하는 한 기존 역할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GM에 대한 견제장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산은 역시 당장 보유 지분(17%)을 매각할 의사가 없다는 점은 지난주 GM노조가 개최한 국회 정론관에서의 기자회견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더불어 노조 측이 주장하는 철수설과는 달리, 글로벌 GM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글로벌 사업조정에서도 한국 내에서의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한국GM은 국내에서만 4개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품 개발을 위한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까지 거느린 전 세계 일곱 곳 뿐인 GM 종합 사업장 중 하나다.

사업 조정 속에서 한국 사업을 유지하되, 악화된 노동비용과 노사관계를 지적해온 점을 감안하면 올해 노사교섭을 통해 회사 경쟁력을 스스로 갖출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GM이 주도적으로 개발을 맡았던 경차 스파크(창원공장)와 소형 SUV 트랙스(부평공장)는 북미나 유렵으로 연간 10만대· 25만대 이상의 꾸준한 수출량을 유지하고 있다. 볼트 EV 역시 한국GM 부평 본사 내 디자인센터 한국인 임직원들이 디자인을 담당할 정도로 글로벌 GM 내에서의 입지를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올해 말 GM 유럽 브랜드 오펠(Opel)이 PSA 그룹에 매각되는 절차가 완료되면 GM 글로벌 소형차 개발 주도권까지 쥐게 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한국시장은 쉐보레 제품 판매시장 중 미국·중국·브라질·멕시코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며, 특히 중국을 제외하고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군다나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주는 중국과의 관계를 감안하면 글로벌 GM 입장에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계속해서 글로벌 사업 재편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도 한국GM이 이런 역풍을 비켜간 이유는 사업을 영위할 만한 타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GM이 꾸준하게 한국GM에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GM은 신제품 개발 및 시설 확충 등에 매년 1조원 이상 투자하고 있으며, 지난 2014년에 총 400억원을 투자해 리모델링된 디자인센터는 그룹 내 세 번째 규모가 됐다. 또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인 청라 주행시험장에 근무하는 500여명을 포함해 연구소 인력만 3000명이 넘는다.

결국 GM노조는 이런 전후 상황을 외면한 채 '산은 지분 매각이 예상되고, GM 철수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도된 불안감을 연출해 고용을 담보로 한 정치권과 산은에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회사에는 돈을 더 달라 떼를 쓴다.

하지만 한국GM 노사는 철수설에 연연하기보다 하루빨리 성장동력을 찾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내·외 시장에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일이고, 줄어든 내수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신속히 회복하기 위한 고객 신뢰를 얻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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