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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三無' 中기업 하이디라오서 '블라인드 채용'을 보다

 

남동희 기자 | ndh@newsprime.co.kr | 2017.07.19 17:19:24

중국식 샤브샤브 레스토랑 체인점을 운영하는 중국기업 하이디라오의 국내 한 매장 입구.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정부가 예고한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도입을 놓고 여론이 뜨겁습니다. 흔히 스펙 좋은 이들의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일부 주장도 있지만, 이번 변화로 고용시장이 노동자의 실력과 인성을 중시하는 풍토로 변하길 기대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최근 '블라인드 채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확대' 등 정부의 노동환경 개선을 향한 움직임을 보니 기자가 중국 유학 시절부터 눈여겨보았던 한 중국기업이 떠올랐습니다.

중국 요식업계의 신화 '하이디라오(海底捞)'인데요. '훠궈(火锅)'라는 중국식 샤브샤브 전문 레스토랑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죠. 이 기업이 떠오른 이유는 '직원도 고객처럼'이라는 회사구호처럼 파격적인 직원 복지로 유명하기 때문인데요.

2010년, 한참 하이디라오의 성공 신화가 중국 매체에서 떠들썩하던 때 국내기업보다 훌륭한 하이디라오의 직원복지시스템은 기자에게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하이디라오 직원들은 농민공(农民工) 출신이 많습니다. 농민공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동한 농부 출신의 노동자들을 일컫는데요. 이들은 중국의 호주제(거주이동불가)로 도시에서 불법체류자로 흔히 최하층민에 속합니다. 따라서 급여도 제대로 못 받는 등 노동환경이 매우 열악하죠.

하이디라오는 이들에게 파격 대우를 해줍니다. 직장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자녀는 기숙학교에 보내줍니다. 매니저 이상 직원 부모에게 매달 인민폐 몇 백 위안의 보조금도 제공하죠.

승진할 때 직원들의 학력이나 연령을 따지지도 않습니다. 식당에서 그릇을 닦던 농촌주부 시에잉(謝英)이 북경 한 지역의 매니저가 된 일화는 하이디라오를 평등한 기회를 주는 기업으로 인식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하이디라오의 농민공 직원들은 스스로를 '청춘이 없고, 학력이 없으며, 멋진 외모가 없는 삼무(三無)' 직원이라 일컬으며 기업의 중심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훌륭한 직원 복지는 애사심으로 이어져 고객들에게 돌아가는데요. 하이디라오는 친절한 고객 응대로 유명하죠. 직원들은 화장실을 이용한 고객 손을 타월로 닦아주고, 음식을 먹는 고객 머리를 묶어줍니다.

또 하이디라오에는 '혼밥'을 하러온 고객 맞은편에 외롭지 말라고 곰 인형을 놓아주기도 합니다. 이 서비스는 최근 중국인이 인증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과도한(?) 친절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하이디라오의 훌륭한 직원 복지가 핵심 성공비결이라 평가했습니다. 하이디라오가 직원 복지에 아낌없이 투자하니 직원들 스스로 고객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직장을 제2의 가정으로 여기며 지킬 수밖에 없다고 말입니다.

하이디라오는 최근 몇 년 새 국내에도 매장을 늘리고 있는데요. 한국 근로자들에게는 어떤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지 궁금하군요.

아무튼 '블라인드 채용 도입' '비정규직의 정규직 확대' 등 노동자들의 불합리한 대우를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에 공감합니다. 더 나아가 하이디라오처럼 '자발적'으로 직원을 아끼는 기업이 늘어나 진정한 고용 환경이 개선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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