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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학점유감: 어떤 평가를 받고 싶은가

 

고경일 코치 | kiko5658@naver.com | 2017.07.21 10:11:11

[프라임경제] 기말고사 채점 이후에 성적이 입력되면 학생들의 메일을 받게 된다. 대부분 학점조정을 요청하는 내용인데 그 사정이 매우 딱한 것들이다.

성적순에 의해서 학점을 입력하는 상대평가라서 본인이 노력한 것보다 더 한 친구들이 있다면 저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평가는 '사물의 가치와 수준 따위를 평함'이라는 사전적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교수의 입장에서도 열심히 학습에 임한 학생이 시험을 잘못 치러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때에는 학생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학생의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한 경우에는 안타깝기조차 하다.

학점경쟁이 치열해지니 강의 중에 여러 현상들이 나타난다. 강의가 시작되고 즉시 출석을 부르지 않으면 항의하는 학생들이 있다. 지각하는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주어질 때 얻게 되는 상대적인 이익 때문이리라.

필자의 과목은 강의 종료 시에 래펍(wrap-up)을 작성해서 제출하게 하므로 그럴 염려는 없지만 강의 마칠 때에 출석확인을 하지 않으면 중간에 간 친구들이 있다고 불평한다.

강의 노트를 빌려주고 대리 대답하던 우정(?)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판이다. 학점이 인생의 성공 잣대가 아니라고 말해보지만 취업과 장학금 등 민감한 부분들이 있어서 학생들의 동의 여부는 미지수다.

그런 상황을 알고 있기에 학점을 사정할 때에는 신중하게 채점하고 검토한다. 또한 학생 이름과 학점을 연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기업의 리더들을 코칭할 때 로젠탈 효과를 언급하며 '부하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라'고 요구하며 나아가 '부하를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라'고 주문하기도 하는 필자가 아니던가. 

학생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 중간고사를 채점하지 않는다. 학교에 처음 왔을 때 중간고사를 채점하고 나니 학생들이 성적순으로 내 눈에 들어왔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질문하면 차분하게 대답하고 미진한 학생의 질문에는 무성의한 내 자신을 발견하고 그 이후로는 중간고사를 채점하지 않았다.

학생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하며 바라보지 않는 자신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단지 변별력을 확인하기 위해서 중간고사 시험지의 이름을 철하여 전체적인 수준을 가늠해본다. 상대평가에 의한 학생들의 지식수준이나 성취도를 평가하는 것에 유감이다. 미세한 차이로 학점의 등급이 순서대로 정해지고 평가 받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이번 학기에도 학점 정정기간에 두세 명의 학생들이 학점 수정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냈다. 사전에 공지된 평가기준에 의해서 사정된 내용을 정리해 보내면서 심기가 불편해진다.

어렵게 메일을 보낸 마음은 공감하지만 조정할 수 없음을 전하게 된다. 학점을 사정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최상의 학생들은 중요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에서 우열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시험 답안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레포트 작성의 성실함, 출석과 발표 등 평소 태도에 관한 것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나의 삶이 평가 받는다면 어떤 기준에 의해서 정해질까. 한 번뿐인 인생이므로 절대평가 방법이 옳을 것이다. 학점 수정을 요구하는 학생처럼 지나간 버스를 다시 타게 해달라고 조르지 못할 것이다.

내 삶의 평가를 바꾸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거창하게 드러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어떤 태도로 사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은 분명하다.

스스로 물어본다.

"너는 어떤 평가를 받고 싶은가."

고경일 코치 /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IBK기업은행 기업금융지점장 / 저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부하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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