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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급 1만원'이 프리터 양산시대 연다고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7.21 14:49:53

[프라임경제] 정부가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60원 오른 7530원으로 결정하면서 때아닌 '프리터 양산 논쟁'이 붙고 있다.

이 정도 시간당 임금이면 조금 부지런히 아르바이트를 하면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될 테니, 취업을 굳이 하려 들지 않고 만년 아르바이트생으로 남는 것을 선택하는 세대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 일본의 프리터가 큰 사회문제가 됐던 것을 보면 전혀 근거 없는 우려만도 아닌 셈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인건비가 올랐으니 이것이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늘게 할 것이라는 점은 단편적인 해석이다. 물론 지금 인건비 우려가 경제를 주름지게 할 것이라는 걱정을 하는 이들도 많고,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자도 이게 과연 모든 노동문제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혹시나 문제를 키우는 게 아닌지 기우도 갖고 있다. 왜냐하면 경영주들 중에 일부는 (그게 옳은 분석이든 아니든 간에) 해고를 해서 인건비 총액을 맞추는 식으로만 '시급 1만원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고, 그것이 실제로 대량 해고 사태로 연결되면 어쩌나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시급 인상이 곧 프리터 양산을 빚는다는 '공포론'에는 아무래도 동의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 청년실업률(만 15~29세)은 10%가 좀 넘는다(4월 기준 11.2%). 과거에 아르바이트는 정규직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임시로 하는 일로 여겨졌다. 지금도 사회적 인식이 그렇게 높은 편도 아니다. 지금도 이미 중소기업, 궂은 일에 가기 싫어해서 실업 상태에 있는 인원은 넘친다.

새삼스럽게 이미 자기가 좋은 일, 보람을 느끼는 자리 혹은 다닐 만한 자리에 가 있는 이들까지 새롭게 대거 프리터로 변신할 매력이 이번에 공급된다는 것일까? 그게 고작 '시간당 7350원'이라는 뜻인가? 그런 허약한 구성의 사회와 경제라면, 차라리 그냥 이참에 망하는 게 낫다.

최저임금이 오르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다른 일자리의 질이 우수해지고, 좋지만 극히 제한된 자리와 그렇지 못한 대다수 자리들 간의 '넘을 수 없는 벽'을 해결해 나가는 사회를 지향하는 집단에서 택하는 하나의 선택지다. 그것이 방법론상으로 옳은지 그른지 속도 조절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도의 논쟁은 아무리 치열해도 정당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프리터 양산론은 '합리적인 범위 내의 공평한 출발과 경쟁, 능력에 따른 차별'을 지향하는 사회로 가는 게 아니라 단지 이제 아무 것도 더 고칠 방법도, 의지도 없으니 잠재적 사회불만세력들에게 최소한의 떡밥만 던져주자는 생각에서 이런 방안을 택했다고 보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왜 대다수의 일자리가 들어가기는 여전히 어렵고, 들어가 봐야 이번에 좀 더 개선되는 아르바이트 시급을 모아 살아가는 이상의 매력이 없다고(그래서 차라리 프리터를 택할 것이라고) 전제를 깔고 답을 예측하고 우려를 하는가? 

이는 시급 1만원 인상을 비판하느라 모든 동력원을 낭비하고, 그 여파로 사회나 경제가 전혀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혹은 그래도 상관없다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나 '저주'일 수도 있다.

행여 어떤 이가 이번 시급 인상 효과로, 일자리를 찾는 조급함을 약간 덜 느끼며 프리터 노릇을 좀 더 길게 하더라도 너무 백안시할 것만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당장 프리터 노릇을 그만둘 좋고 재미있고 보람있는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면 되고 또 그래야 된다. 시급 좀 올려주면서 그것 받아가는 이들을 당장부터 사회와 경제에 공헌 못하는 '잉여' 취급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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