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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韓 소비자 역차별 그만" 대기업 키워준 건 그들이다

"3300만원 TV가 美 가면 2300만원?" 국내 시장 장악한 두 기업 '폭리'

임재덕 기자 | ljd@newsprime.co.kr | 2017.07.24 12:00:32

[프라임경제] 국내에서 243만원(부가세 제외 시 220만원)에 판매되는 '삼성 노트북9 Pen'은 물 건너 미국에만 가면 1300달러(약 150만원)로 몸값이 떨어진다. 1082만원(부가세 제외 시 973만원)에 팔리는 '삼성 75인치 QLED TV'도 1만4499.99달러(약 517만원)로 반값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LG 77형 TV W'를 3300만원(부가세 제외 시 3000만원)에 구입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1만9999.99달러(약 2300만원)만 내면 살 수 있다.

위의 예시 모두 동급 스펙을 가진 제품을 비교한 수치다.

삼성전자 국내와 미국 홈페이지 내 적시된 출고가 비교. 국내에서 1082만원에 판매되는 75인치 QLED TV가 미국에서는 517만원가량에 판매되고 있다. ⓒ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사실 국내와 해외 판매가에 차이가 있다는 논란은 수년 전부터 지속돼왔다.

수많은 언론사와 소비자단체들이 매년 '잘못됐다'며 지적했지만, 국내 글로벌 기업들은 '서비스료' '국가별 마케팅 전략' 탓을 해가며 해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해외가 더 싼 게 당연해'라며 수긍하는 분위기마저 형성되는 모양새다.

실제 취재 중 서울 성북구에 사는 한모씨(30·여)는 "같은 제품이 국내와 해외에서 다른 가격에 판매된다는 데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며 "그냥 해외에서 더 싸게 판매한다는 고정관념 같은 게 있는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국내외 가격차이에 대해 삼성(005930)·LG전자(066570) 등 국내 글로벌 가전기업들이 내놓은 해명들은 쉽게 이해가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두 회사 모두 '미국' 등 해외에는 경쟁업체가 많고 시장규모가 커 그에 맞는 가격정책을 가져가야 경쟁이 가능하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보자. 국내에서는 두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한 탓에 더 저렴하게 팔 수 있는 제품을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는 게 된다.

국내 제품은 일종의 서비스료 등 제반비용이 포함된 가격이라는 해명도 나왔다. 해외보다 잘 갖춰진 서비스센터 망 때문에 쉽게 애프터서비스(A/S)를 받을 수 있다는 부연이다. 또 국가별 스펙이 상이해서라는 변명도 나왔다.

이들 모두 많게는 1000만원까지 차이가 날 정도의 이유는 아닌 듯하다.

이미 일부 소비자들은 그들의 역차별 행태를 인지하고 있다. 다만, 소리를 낼 창구가 없어 시선을 밖으로 돌린 듯하다. 이는 해외직구 성장률을 보면 알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0년 2억4200만달러였던 해외직구 규모는 2011년 4억3100만, 2012년 6억4200만, 2013년 9억원 규모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최근 통계청은 지난해 해외직구시장이 1조9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7년 만에 약 8배 성장한 셈이다.

해외직구 관계자는 "해외직구가 급성장한 배경은 대한민국 내수시장을 소수의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불합리한 유통구조와 대기업의 폭리 때문에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가 급증했다는 것.

그러면서 "이는 전자제품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라며 "건강식품, 의류, 책 등 그 분야는 다양하며 아마존, 옥션, 아이허브 등 직접 구매가 가능한 제품군도 마찬가지"라고 부연했다.

국내 글로벌 제조사들의 입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수익을 내는 기업 입장에서 국내 시장보다 수십, 혹은 수백배 큰 미국시장 장악은 필요조건이 아닌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다만, 소기업에서 시작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준 것은 그들이 아닌 국내 소비자들이라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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