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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봇물 터진 배타적사용권…실상은 무용지물

 

김수경 기자 | ksk@newsprime.co.kr | 2017.07.25 17:59:14
[프라임경제] 올해도 보험사들이 실효성 없는 배타적사용권 취득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험사들도 스스로 창의적인 구조의 상품을 만든 보험사를 적극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권리가 유명무실하다는 얘기를 하면서 말이다. 

25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험사의 배타적사용권 획득 건수는 21개다. 이는 지난해 생·손보사가 취득한 건수를 넘어선 수치다.

배타적사용권은 독창적인 금융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협회가 보험사에 부여하는 일종의 특허권이다. 개발사의 이익 보호를 위해 일정 기간 상품을 독점 판매할 수 있도록 인정해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배타적사용권 취득을 주요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라고 언급한다. 설계사들이 현장에서 '아무도 안 파는' 상품이라는 것을 어필하며 집중 홍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막상 실적을 보면 배타적사용권이 과연 셀링 포인트로 작용하는지 의문이 든다. 보험사들은 실적 메리트보다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하기에 실적은 중요치 않다고 해명하지만 그들이 예상한 판매 실적조차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 지난해 배타적사용권을 취득한 몇몇 보험상품들의 판매 건수를 살펴보면 밝히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이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최근 협회가 배타적사용권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생명보험협회의 경우 올해 배타적사용권 신청 15건 중 12건을 인정했다. 또 한 번 떨어진 보험사가 재심의를 요청하면 다시 인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또 중소형보험사의 경우 배타적사용권을 받아도 보호기간이 짧아 많은 이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일도 빈번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힘들게 아이디어나 독창적 시스템을 내놨어도 배타적사용권 종료 후 대형사가 유사 상품을 판매하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현실적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설계사들도 배타적사용권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보험사가 자사 단독 상품을 기간 내 히트시키려고 노력한다는 점이 설계사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지만, 실질적인 계약으로까지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게 설계사들의 설명이다.

한 설계사는 "일례로 배타적사용권 6개월을 부여받은 동부화재의 오토바이 운전자보험은 획기적이지만, 보장이 평이하고 보험료가 비싸다"며 "6개월간 소득이 적은 오토바이 운전 종사자를 많이 끌어모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털어놨다.
  
보험 소외계층이었던 오토바이 운전자들에게 보장의 길을 열어줬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설계사에게 배타적사용권이 굳이 셀링 포인트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도 보험사들은 배타적사용권에 집착한다. 하지만 효과를 생각하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유명무실한 배타적사용권을 목적에 맞춰 살리려면 협회가 다시 한 번 나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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