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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화재, 시간 끌다 몰래 소송"…금감원도 손 못대

4개월 조사 후 채무부존재 소송 접수…본점·지점 "전달 안돼"

김병호 기자 | kbh@newsprime.co.kr | 2017.07.28 16:30:33

[프라임경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요청한 금융소비자 몰래 소송을 진행한 일이 벌어져 빈축을 사고 있다. 이는 소비자가 금융감독원 등에 이의제기를 할 기회를 원천 차단하고 소비자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이다.     

◆"KB손해보험은 곧바로 처리했는데…" 

지난 2016년 5월25일 이철영(가명)씨 사망사고에 대해 경찰은 차량 단독사고로 인한 사망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올해 3월8일 유가족은 이씨가 가입했던 KB손해보험과 동부화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다. 이에 KB손해보험은 한 달 여만에 자체 조사를 끝내고 가입했던 자동차보험, 건강보험, 실손보험 총 3건을 인정해 보험금 지급을 완료했다.  

동부화재에서 금융소비자를 상대로 28일 소송을 접수 했으며, 29일 금융소비자에게 통보한 내용. = 김병호 기자

하지만 동부화재는 KB손해보험의 보험처리가 종결된 지 한 달이 더 지난 뒤 발급 요청을 진행했다. 시간을 끌던 동부화재 측은 지난 6월29일 "채부부존재 소송을 걸겠다"고 유가족 측에 통보해 왔다. 법원 사건을 조회한 결과, 동부 측은 6월28일 '2017 가단 15737 사건번호'로 소장을 이미 접수한 상태였다.

유가족은 동부화재에 대해 "소장을 접수하기 위한 시간을 벌고자 고객에게 기다리라는 거짓 약속을 하고 뒤에서 몰래 소송을 거는 도덕성이 결여된 비열한 짓을 벌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보험금 청구접수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보험사는 법무법인 사건 의뢰했고, 이에 대한 결과도 공개하지 않은채 바로 소송을 진행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법무법인에 의뢰하면 2주 정도의 시일이 소요된다. 하지만 보험사는 이 기간을 포함한 4개월여간의 시간 끌기 이후, 보험금 청구에 대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접수 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험사는 약관 규정상 보험금 지급 예정일에 대한 조사와 서면안내를 해야 하며, 법무법인 의뢰 결과도 공개해야 한다. 또한 구두로라도 '보험금 지급 사유가 안된다' '소송 접수를 할 것이다' 등의 안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동부화재는 소송 접수 후 금융소비자에게 일방적 통보한 셈이다. 

보험금 지급에 대해 분쟁이 발생하면 금융소비자의 경우 민원을 통해 금감원 분쟁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시일이 지나 법에 위배한 부분을 이유로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한 경우, 금감원의 분쟁제도를 활용할 수 없다. 소송 중이기 때문에 중재기관인 금감원 민원제도를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의 보험금 청구에 대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던지, 다른 이유로 인해 보험금 지급이 불가능할 경우 근거를 제시하며 안내를 해주면 된다. 

이러한 경우 소비자는 이에 대한 이의제기를 위해 민원으로 금감원 분쟁신청을 접수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동부화재의 경우 이러한 기회자체를 묵살하고 시간을 끌다가 바로 법원에 소장을 접수해, 금융소비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금융소비자 '압박용 소송' 의혹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이 불가능할 경우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 법무법인의 의뢰 내용에 따른 결과와 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근거 제시는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동부화재는 이를 묵과한 채 소송을 진행했고, 소비자는 소송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져야 했다.  

이 씨 유가족은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내세우며 "보험 가입을 했고 이에 따른 빠른 조치를 해주고, 보험금 지급을 못 하겠다면 그 근거를 제시하고 납득을 시켜달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부화재 관계자는 "사고 당시 CCTV 등을 확을 했을 때 자살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임의적으로 면책을 시킬수 없어 법원에 소송을 진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소송위원회 등을 거친 상황에서 본점에서 소송 결정된 사항이 지점으로 전달이 잘 되지 않았다"며 "소송 접수 후 지점에서 금융소비자에게 통보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일반적으로 금융소비자와 조율하는 등 보험금 처리 수순은 금감원 권고사항일 뿐인데 많은 업무를 하다보니 소송 후 금융소비자에게 알려지게 됐다"고 설명한 뒤 "보험사기 전담팀 조사 결과,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부분이라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고, 의심이 가는 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유가족은 보험금 지급 사유에 대한 내용보다 보험사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유가족은 "보험금 지급을 할 수 없다면 그 근거와 함께 청구인에게 통보를 해줘야 하고 보험 청구인이 이를 납득하지 못할 경우 법원의 판결을 의뢰하는 것이 순서일텐데 '조사중'이라고 시간을 끌다가 갑자기 소송으로 갔으니 금융소비자를 압박하는 게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말했다. 

◆보험 관련 소송 건수 1위 기록도  

동부화재의 이런 태도를 두고 '오랜 악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한 전문가는 "동부화재는 이런 일로 소비자에게 소송을 많이 날리기로 유명했다"며 "과거에 고객 압박용으로 소송을 접수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최근엔 금감원의 제재 등으로 많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처럼 협의 전 소송을 접수하는 경우는 원소사의 고질적인 문제로 조속히 해결되야 할 과제"라고 첨언했다.

한편, 동부화재는 지난 2015년에 보험 관련 소송 건수 1위를 차지 한 바 있으며, 당시 보험사들이 소비자를 압박해 보험금을 낮추려는 수단으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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