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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형의 M&M] '꿈과 희망' 언제는 잃지 말라면서요

LALA LAND. ost - Another Day of Sun

이윤형 기자 | lyh@newsprime.co.kr | 2017.07.31 11:04:26
[프라임경제] 영웅과 사랑, 서민의 노래(귀족 풍자), 예술과 대중의 조화…. 11세기부터 이어진 프랑스 대중음악 '샹송'의 변천사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민요 '아리랑'도 다양한 지역특색은 물론, 한국 근세의 민족사와 사회상까지 반영하고 있죠. 이처럼 음악은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때로는 표현의 자유와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투영하기 위한 도구로도 쓰입니다. 'Music & MacGuffin(뮤직 앤 맥거핀)'에서는 음악 안에 숨은 메타포(metaphor)와 그 속에 녹은 최근 경제 및 사회 이슈를 읊조립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였는데 '너는 꿈이 뭐니?'라고 그 여자(상담 선생님)가 묻더라고요. (…)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 멍청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 이제는 누군가 내게 그 질문을 다시 하면, 그러니까 내 꿈에 대해 묻는다면 (…) '꿈이란 말이죠, 깨라고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말할 거예요 (…) 하지만 이젠 그렇게 묻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 레이먼드 카버 '굴레' 중.

꿈을 좇아. 희망을 가져.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아. 누군가 이런 격려 아닌 질책을 건넸음에도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이 실패로 귀결됐다면, 그 실패의 원인은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핀잔을 뒤따라 건넬 게 분명합니다. 삐딱한 시선이겠지만 말이죠.

그리고 노력이 충분했든 부족했든 결과가 실패였다면, 그만 꿈을 포기하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직언까지 날릴 텐데요. 이는 평범한 어른이 되기 위해선 꿈보단 실리를 우선시하며 살아야 한다는 논리일 겁니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희망을 갖고 꿈을 좇으라는 무책임한 조언을 남발하겠죠.

같은 맥락에서 앞서 소개한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굴레'의 화자 말에는 '꿈 따위 가져봤자 결국 현실에 안주할 수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심경이 깔려있는 듯 보여 집니다. 평범한 어른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열세 번째 「M&M」에서 관람할 노래는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LALA LAND)의 개막 곡 '어나더 데이 오브 선(Another Day of Sun)'입니다.

'LALA land'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영화의 배경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인데요. 라라랜드는 지명인 'LA' 말고도 '꿈과 환상의 세계'라는 뜻도 갖고 있어 'LA에서 펼쳐지는 꿈처럼 환상적인 이야기'라고 결말을 봤다면 '현실에선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도 해석 중의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작품 속 인물들은 힘든 현실에도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거듭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런 이들의 모습을 낭만적이고 예술적으로 그려내죠.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일은 어렵지만서도, 그 모습은 아름답다'라는 메시지를 부각시키기 위함일까요. 영화는 의도한 제목과 다르게 주인공들의 꿈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문제들도 끊임없이 보여줍니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 남자 주인공 '세바스찬'이 현실에 잠깐 순응하는 일이 영화의 결말로 이어지긴 하지만 모습을 지켜냅니다. 

영화 라라랜드 중 어나더 데이 오브 선(Another Day of Sun) 연출 장면. ⓒ 구글


이런 관점에서 영화의 도입곡으로 사용된 '어나더 데이 오브 선'은 영화가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데요. 

이 언덕들을 올라 난 정상을 향해 가고 있어. 반짝이는 모든 빛을 좇고 있지. 그들이 너를 좌절시켜도 땅을 딛고 다시 일어나. 아침은 다시 돌아오고. 또 다른 날의 태양은 뜨니까. (중략) 일이 잘 안 풀려도. 내 돈이 바닥난다 해도. 먼지 쌓인 마이크와 네온 불빛만 있으면 돼. (중략) 또 다른 날의 태양은 뜨니까. 또 다른 날이 시작됐어. 또 다른 날의 태양이야. 

꿈을 이루는 과정이 비록 순탄치 않아도 우리가 꿈꾸는 곳까지 도달하기 위해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별한 설명 없이도, 이 노래는 고달픈 삶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도전하는 이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그들을 격려하는 내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곡에서는 지금 현실에 무게를 이겨내며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이런 시련을 겪을 줄 알면서도 무언가를 포기했던 사람들의 모습도 연출됩니다. 같은 상황의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함께 말이죠.

산타페 서쪽에 있는 그레이하운드 터미널에서 그와 헤어졌어. 우린 열일곱이었지만, 그는 정말 다정했고 진정한 사랑이었어. 그렇지만 헤어져야 했지. (중략) 동전 한 푼 없이 버스를 타고, 여기로 왔어. 용감하거나 아니면 그냥 미친 거겠지. (하지만) 그건 두고 봐야 알게 될 거야.


이 곡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꽉 막힌 도로에서 연출되는데요. 이 장면이 촬영된 장소는 로스앤젤레스의 105번, 110번 프리웨이가 교차되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다고 알려진 저지 해리 프레거슨 교차로(Judge Harry Pregerson Interchange)입니다. 

복잡한 교차로에서 단지 지나쳐 갈 수 있는 사람도 자신과 같은 꿈을 꾸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인데요. 이렇게 영화는 이 응원가 같은 노래를 '동병상련'적으로 그려내면서 '좌절은 금물'이라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하고 있습니다. 

불꽃놀이 폭죽처럼 터지는 이 곡은 95가지 악기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기반으로 40명의 보컬이 목소리를 섞어낸 노래인데요. 

도입부터 두근두근 거림을 표현하는 베이스 음부터 영화가 끝나도 귓가에 잔상으로 남는 '빰빰빠밤 빰빠밤 빠밤' 트럼펫 소리가 압도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냅니다. 중간중간 들리는 윈드차임 '샤라랑 샤라랑' 소리를 내는 소리도 압권이죠. 

이처럼 이 곡은 흥겹고 낙천적인 분위기지만, 라라랜드라는 비현실적 공간이라는 제약 탓에 '현실에선 이룰 수 없는 꿈' 혹은 '이뤄지지 않을 꿈'이란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이 노래를 통해 '열정만 있어도 나쁘지 않아' '꿈꾸는 것은 철부지의 막연한 희망이 아니야' '낭만은 우리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야'라고 끊임없이 얘기하는 이유는 이 시대에 어른들이 청년들에게 건네는 조언에 대한 반론이 아닐까 싶습니다. 

청년실업률이 11.2%를 넘어서며 200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 구글


취업난과 스펙 쌓기 경쟁, 학자금 대출 상환까지 우리나라에서 청년들이 짊어진 짐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런 삭막한 현실은 그들의 언어로도 반영되는데요. 헬조선, 흙수저는 물론 취업포기, 결혼포기, 주거포기, 이거 저거 다 포기 등 말들이 그것입니다. 

수치로도 나타납니다. 지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1.2%로 200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청년실업자 중 27%는 1년 동안 직장을 구하지 못했고 47%는 취업과 실직을 반복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취업활동이나 취직준비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죠. 

여기에는 인구, 산업, 사회적 환경 변화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혀있지만, 기성세대들은 여전히 '나 때는 안 그랬다. 이 나라가 어떻게 될런지'라며 청년들의 생각과 태도에만 잣대를 들이대면서 나라 걱정만 하고 있습니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서열화된 사회구조에서 노력해도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헬조선을 외치는 청년들에게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일자리에 대한 눈이 너무 높다고, 배가 불렀다고 지적하는 꼴이죠. 

어떤 이는 청년들에게 '전부 공무원 또는 사무실 근무를 원하면 생산은 누가 할 것인가'라는 '소는 누가 키워' 식의 몰상식한 말을 내뱉기도 합니다.

1년 동안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취업과 실직을 반복하는 청년이 10명 중 7명이 넘는 만큼 청년들은 현재 꿈을 잃고 절망에 빠져 방황하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또 이 말은 청년들이 학창시절 치가 떨리게 겪었던 1·2등 줄 세우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원하는 직장이 있으면 노력을 해서 그 자리를 차지했어야 했고, 그렇게 되지 못했으면 분수에 맞게 사회 일원이 되라는 논리일 테니까요.

청년실업 해결에 기성세대 혹은 어른들의 조언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과 꼰대식 교훈은 청년세대의 취업 문제를 넘어 직장 내 문제 등 수많은 사회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는 적폐임이 분명하죠.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주는 것은 현실을 배제한 막연한 꿈을 방치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성세대가 누군가에게 던지는 조언, 누구든 꿈을 향해 노력한다면 그것을 이룰 수 있고, 성공도 할 수 있다는 말은 진부하지만 청년들도 공감합니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 희망을 잃지 말라고 조언을 얻은 청년들이 기성세대들로부터 낙오자 혹은 실패자 취급을 받았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죠.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 혹은 꼰대식 대화를 청산하는 것부터가 지금의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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