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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인의 혀끝에 척] '샤브샤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나베 요리 일환…훠궈·수끼까지 '세계로'

하영인 기자 | hyi@newsprime.co.kr | 2017.07.31 16:10:28

[프라임경제] 단지 가만히 있을 뿐인데 괜히 공허한 마음이 든다. 입이 심심해 주변을 둘러보는 자신을 발견한다. 먹는 게 곧 쉬는 것이자 낙(樂). 필자를 포함해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우리 혀끝을 즐겁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을 이유여하 막론하고 집중탐구해본다.

끓는 육수에 채소, 만두 등은 몽땅 투하하되 고기는 먹는 속도를 고려해 한 점 한 점 심혈을 기울여 넣는다. 특히 고기가 너무 익어 질겨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긴장을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도 눈은 목표물에 고정. 앞뒤로 고기 색이 변하는 순간 빠른 속도로 젓가락을 놀린다. 건져 올린 귀중한 고기 한 점은 채소와 함께 소스를 찍어 입으로 직행…. 이를 해치운 뒤 먹는 칼국수와 죽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1인분으로 나온 샤브샤브. = 하영인 기자

이번 주제는 큰 양동이에 물수건을 헹구는 모습에서 착안된 요리로 알려진 '샤브샤브'다. 물수건을 헹굴 때 나는 소리가 '샤브샤브(しゃぶしゃぶ)'라고 들렸다나 뭐라나. 

◆양동이에 물수건 헹구기 '살짝살짝·찰랑찰랑'

샤브샤브는 얇게 썬 쇠고기와 채소를 끓는 육수에 담가 익힌 후 소스에 찍어 먹는 나베(냄비) 요리의 일종이다. 

샤브샤브도 여타 요리와 마찬가지로 여러 설이 있는데, 이 중 하나는 본래 이 요리가 칭기즈칸이 몽골군을 이끌고 세계를 정복하던 시절, 군인들이 철모에 물을 담아 진군 중 사냥한 동물을 끓여 먹은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또 중국의 히나베 요리인 '슈왕양로우(涮羊肉)'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슈왕양로우는 신선로처럼 생긴 나베에 양고기를 익혀 진한 소스에 찍어 먹는 요리다. 

본격적인 샤브샤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0~1950년대 오사카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슈왕양로우가 일본으로 전파되면서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쇠고기로 대체되고 소스도 쇼유(간장)를 기본으로 하는 요리로 변화했다고 것이다. 

오늘날의 샤브샤브가 탄생한 건 1952년경, 오사카 에이라쿠쵸에 있는 서양식 쇠고기 요리 전문점 '스에히로'를 운영하는 미야케 츄이치에 의해서다. 

앞서 말했듯 그는 종업원이 양동이에 물수건을 헹구는 모습을 보고 이 요리를 착안, 이름 붙였다고 한다. 샤브샤브는 일본어로 '살짝살짝' 또는 '찰랑찰랑'이란 뜻이다.

◆세계가 사랑한 요리…다른 이름, 동일한 매력

중국식 샤브샤브 '훠궈'는 매운맛과 한약 재료로 팔팔 끓인 육수에 얇게 썬 고기와 채소를 살짝 데쳐 먹는 요리다. 이는 서양에서는 '핫팟(Hot pot)'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매운맛이 강한 사천성의 마라훠궈(麻辣火鍋)가 유명하다.

태국의 대표적인 대중음식 '수끼'는 화교들을 상대하는 식당에서 중국의 훠궈를 현지화해 판매한 것이 지금의 수끼가 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의 스키야키나 샤브샤브에서 변형돼 탄생했다는 설도 있다. 

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샤브샤브'. = 하영인 기자

'스팀봇(steam boat)'라고도 부르는 수끼는 1950년대 중반 쿠안 아(Kuan Ah)라는 식당에서 처음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콜레스테롤과 열량이 적기 때문에 건강식이나 다이어트 음식으로 알려져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인기 있다.

12세기부터 화교들은 동남아시아 곳곳으로 이주했고 태국에 정착한 화교들은 중국 식당에서 훠궈를 먹곤 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와 향신료들이 추가되면서 오늘날의 수끼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본에서 유래됐다는 설이다. 1957년 방콕에서 문을 연 '코카(Coca)'라는 식당에서 수끼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이 식당에서 일본 요리 스키야키 이름을 딴 수끼를 처음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위를 보며 걷자(上を向いて歩こう)'라는 일본 가요가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를 정도로 세계적 인기를 누렸는데 이 곡의 영문 제목이 스키야키(Sukiyaki)였다. 스키야키는 태국에서도 친숙한 명칭이었고 육수를 끓여가며 재료를 익혀 먹는 요리를 수끼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수끼는 직접 조리하면서 먹는다는 점과 다양한 재료를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으며 전문 프랜차이즈가 등장했다. 코카와 MK레스토랑이 대표적이다. 

이 전문점들은 태국 전역으로 확장됐으며 오늘날에는 아시아와 호주에도 전문 체인점이 있을 정도로 세계에서 사랑받는 태국의 대표 음식이다.

여기까지 무사히 읽은 독자라면, 의문점이 하나 생겼을 것이다. 콜레스테롤과 칼로리가 적다고? 다이어트 음식이라고? 

아니, 우리는 육수는 물론 칼국수와 죽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 고로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중독성 있는 매콤새콤한 소스를 몇 번이고 찍어먹겠다. 다들 '0㎉ 비법' 하나쯤은 알고 있지 않은가.

한편 샤브샤브를 먹을 때는 고기를 먼저 건져 먹고 난 다음, 채소를 먹는 게 좋다고 한다. 

고기 성분이 국물에 우러나와 채소의 맛을 한층 끌어올려 준다는 이유인데, 알아서 먹다 보면 점점 더 맛있어진다는 의미다. 오늘 저녁은 이를 테스트해볼 겸 샤브샤브 2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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