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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정리 거자필반] 교회 부설 어린이집, 원장님은 동업자?

업무 관리나 지시 없어 사실상 방임 경영 맡겨 '근로자성 부정'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8.01 09:58:39
[프라임경제] 사람은 모이면 언제고 헤어지게 마련(會者定離), 헤어진 사람은 또다시 만나게 마련입니다(去者必反). 하지만 반갑게 만나서 헤어지지 못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바로 근로고용관계인데요. 회사가 정리(會社整理)해고를 잘못한 경우 노동자가 꿋꿋하게 돌아온 거자필반 사례를 모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징계나 부당노동행위를 극복한 사례도 함께 다룹니다. 관련 문제의 본질적 해결 방안도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사용자 주장: 우리는 OO교단에 속하는 교회로, 지역에서는 가장 크고 역사가 오랜 교회 중 하나입니다.

신도 수가 많기 때문에 약 30년 전부터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부대시설도 하나씩 둘씩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요. 교회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다 보니 법적으로 잘 정비되지 않은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같은 믿음을 가진 이들끼리 잘 지낼 때는 문제가 없지만, 갈등이 생기면 그런 부분에서 마찰이 생기더군요. 사실 교회에도 여러 갈등이 있고, 일부 교인들이 기존 교회를 뛰쳐나가 새로 교회를 세우는 사례도 없지 않다는 걸 아실 겁니다.

교회 안에 있던 어린이집에도 그런 잡음이 있었죠. 원장으로 일하던 A씨는 부목사이던 B씨의 부인입니다. 이 어린이집은 원래 예배 시간 동안 신자들의 자녀를 잠시 봐주는 봉사 프로그램이었고, 보육학과나 유아교육과 출신인 신자들 몇이 자원봉사로 수고해 주었고요. 그러다 규모를 키우고 정식 등록도 하는 모양을 취한 것이죠.

처음에 A씨가 평교사로 일할 때는 장로님과 경영 전반을 의논,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제도적인 문제 때문에 보육교사 자격증이 있는 그가 원장으로 등록을 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왔는데요. A씨가 원장으로 취임하고부터 어느 샌가 운영과 각종 결정, 채용 문제까지도 재량으로 하는 관행이 생겼습니다. 목사님은 사후 보고만 받으셨지요.

그러다 이번에 부목사이던 B씨가 교단에서 중징계까지 받게 되는 일이 생겼습니다. A씨 역시 어린이집 학부모들(우리 신자들) 사이에서 분란을 조장한 인물로 지목됐고요. 그래서 결국 물러나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근로자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니, 우리로서는 답답합니다.

근로자 주장: 이 교회 어린이집은 교회에 딸려있는 땅과 건물을 무상으로 빌려 운영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선의로  자원봉사를 했지만 시설이 등록된 이후 교사로 임명돼 성실히 일해 왔고요.

원장이라고 대단히 큰 재량을 행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임명 문제는 제가 점찍은 사람을 장로님이나 목사님 등에게 "이런 사람이 있는데 어떤가요?"라고 협의를 드렸고요. 또 교사들 월급 문제는 아예 최저임금 수준에 고정돼 있어서 재량을 발휘할 자체가 없었어요.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좀 들어오는 건 통장을 별개로 만들어 회계 정리를 했고, 해마다 성탄절 열흘 전쯤에 내용 보고를 했습니다. 남는 경우도 거의 없었지만, 결산 후 금액이 조금 남으면 성탄절 예배나 행사 등에 비용으로 쓰도록 전용해야 했거든요.

보육교사 자격증이 있는 제가 원장 등록을 한 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올려놓은 것이란 점은 익히 아실 거고요. 이제 와서 무턱대고 나가라고 하는데, 그러면 문제 아닌가요? 

-중앙노동위원회 중앙2017부해275 사건을 참조해 변형·재구성한 사례

종교집단에서 세우기만 하고 방임한 산하 시설의 사례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결국 A씨에 대해 관리·감독을 하는 사람이 존재하냐가 관건이죠. 

물론 A씨가 임금을 과도하게 책정, 집행하자 교회에서 '적정안'을 만들어 이메일을 보내는 등 관리를 시도한 흔적이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이것이 하급부서나 부속기관에 대한 감독이라기 보다는 '자꾸 문제를 일으키니 가이드라라인을 주겠다''자꾸 싫은 소리를 하니 적당히 정해주면 따르겠다' 정도로 서로 암묵적 합의를 한 것으로 봤습니다.

특히나 원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대외적으로 활동한 점에 대해서도 A씨에게 불리하게 해석됐습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에 따라 보육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시설장'으로 등록할 필요가 있었던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 법 규정을 자세히 뜯어보면 '보육시설 대표자'에게까지 꼭 교사 자격을 요구하지는 않았죠.

사실상 A씨가 원장이 되기를 바라는 측에서 "교사 중에서 시설장(원장) 등록을 (꼭) 해야 한다"는 과장 내지 왜곡된 소리를 하고, 이게 교회 지도부 귀에 들어간 뒤 자세히 검토하지 않고 결정된 게 아닌가 추측할 수 있습니다. 모호한 구석이 있지만, A씨를 허수아비 원장으로 세웠다기 보다는 그냥 속편하게 A씨에게 통째로 맡긴 모양새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실상은 근로자'라는 A씨의 주장은 통하지 않는다는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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