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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조 도청·블랙리스트' 허울뿐인 노사상생

 

전혜인 기자 | jhi@newsprime.co.kr | 2017.08.01 10:24:37

[프라임경제] 최근 LG화학이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을 진행하던 중에 노조 측 휴게실에 도청기를 설치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노조 주장에 따르면 이 도청기와 연결된 녹음기에는 몇 년 전 녹음 파일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이 더 크다.

LG화학은 그동안 임단협 과정에서 큰 잡음이 없었으며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무분규를 이뤄내는 등 노사 간 관계가 여타 기업에 비해 상당히 돈독한 관계로 유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런 돈독한 관계가 단지 표면에서 보이는 것일 뿐, 수면 아래에는 이번 도청 사건처럼 사측의 감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LG화학은 사과문을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공정한 사법기관을 통해 철저히 조사를 받고, 그 경위와 결과를 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노조 주장과는 달리 실제 녹음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여전히 사건의 주체에 대해서는 "해당 사건은 담당 직원의 개인적인 일탈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런 대응이 자칫 일부 직원에 대한 '꼬리자르기'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와 노동자집단 간 발생한 문제를 결국 또 다른 노동자에게 덮어서 희생하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사측이 불법적으로 노조를 감시하는 일은 아직도 여전히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울산에서는 20m 높이의 고가차도 교각 위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던 노동자 2인이 꼬박 107일만에 드디어 땅에 발을 디뎠다.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 노동자였던 두 사람은 지난 4월 소속 업체가 폐업한 후 하청지회 소속이라는 이유로 고용승계를 거부당하자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앞 교각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하청지회의 주장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하청지회 소속 노동자들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며 고용승계에서 배제하는 것은 물론, 개별적으로 구직을 위한 취업도 막고 있다는 것. 

하청지회 소속 노동자는 컴퓨터로 신상을 입력하면 '에러'가 뜨는 등 전산화된 관리를 통해 출입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게 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대중공업 측과 녹취록 등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노조 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결국 현대미포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두 사람을 포함한 하청지회 조합원 4명의 고용승계를 합의하면서 고공농성은 마무리됐으나, 여전히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의혹은 숙제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노사가 상생해야 기업이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상생이란 양쪽의 위치와 권리가 동등할 때 가능하다. 사측이 노조를 감시와 억압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한 상생은 결국 허울일 뿐이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한 진짜 노사 상생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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