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석의 벤토탐방] 인도에는 없는 '카레라이스 벤토'

2017-08-01 17:35:42

- "벤토를 알면 문화가 보이고, 문화를 알면 일본이 보인다"

[프라임경제] 카레(curry)는 재료에 여러 향신료를 넣어 끓이는 인도식 요리를 영어로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의 어원은 야채·고기·식사와 반찬을 의미하는 타밀어 'kari'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벤토 프랜차이즈 'Hotto Motto'의 로스카츠 카레. ⓒ Hotto Motto 홈페이지

흥미로운 사실은 정작 인도에는 카레라는 요리명이 없다. 이름뿐 아니라 고유 단어 자체가 없다고 한다. △사그 △산바르 △코르마라고 하는 카레와 유사한(?) 지역 요리가 있을 뿐이다. 

다만 외국 관광객이 이용하는 식당이나 국외에 있는 인도요리점의 경우 편의상 '~카레'로 표기하기도 한다. 

대항해시대 인도까지 긴 항해를 하는 영국 선원들이 스튜를 만들 때 쉽게 상하는 우유 대용품으로 찾아낸 것이 인도 향신료였다. 이것이 17세기 영국 카레의 모티브가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영국에서는 콩과 각종 야채를 넣어 조리하는 인도방식과 달리 주로 쇠고기 한 가지를 사용했다. 그 후 1810년 옥스퍼드 사전에 '카레 분말'이라는 단어가 게재되는 등 마침내 영국을 대표하는 요리가 된다. 또 이웃나라 프랑스에도 영향을 끼쳐 '리·조·큐리'라는 요리를 탄생시킨다. 

메이지시대 일본도 영국을 통해 카레 문화를 수입한다. 그들은 영국식 카레에 밀가루와 야채를 넣어 걸쭉하게 만든 후 밥 위에 부어 먹는 카레라이스를 만들었다. 카레를 전통요리 '돈부리' 형태로 개발한 것이다. 

1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일본에서 카레는 '유럽풍 요리의 대표'를 넘어 '국민식'으로 불릴 정도로 식생활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한국에 카레가 처음 들어온 것은 1940년 일제 강점기였다. 하지만 그때는 문화적·정서적 거리감이 있어 대중화 되지 못했다. 카레라는 용어도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일본식 표기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우리나라 카레는 지난 1969년 오뚜기식품이 '분말카레'를 시중에 내놓으며 역사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후 레토르트 식품 '3분 즉석카레'가 크게 히트하며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일본 카레를 얘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카레하우스 '코코이치반야(CoCo壱番屋)'다. 줄여서 코코이치로 부른다. 1978년 아이치(愛知)현 키요스(清須)시에서 1호점을 오픈한 이래 현재 국내외 1455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2013년 기네스북이 '세계에서 가장 큰 카레 레스토랑 체인'으로 인정했다. 

코코이치는 포크카레와 비프카레를 기본으로 토핑과 밥의 양, 그리고 매운 정도를 선택할 수 있다. 토핑은 지역·시기·점포에 따라 선택폭이 다양하고 카레도 1신(辛)에서 10신 중 택할 수 있다. 

다만 '6신 이상은 5신을 경험하신 분에 한함'이라는 경고문에 유의해야 한다. 가장 위 등급 10신은 1신보다 24배 강렬해 보통사람은 입에 대기조차 힘든 수준이다. 

코코이치 하면 지금도 많은 사람이 '곱빼기 도전'이라는 이벤트를 기억한다. 일종의 먹기 내기 게임으로 1300g이 넘는 카레라이스를 15~20분 안에 깨끗이 비우면 식사비를 무료로 해주는 행사였다. 

보통 성인이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한계가 여성 600g, 남성 800g이라고 하니 처음부터 고객이 이길 확률은 높지 않다. 참고로 인스턴트라면 조리 전 중량이 120g 내외다. 어쩌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이 나오면 사진을 점포에 게시해 또 다른 도전자를 유혹했다. 

창업 시부터 시작한 이 엽기적 행사는 음식쓰레기 절감법이 제정되는 2003년까지 지속된다. 각종 화제가 만발한 가운데 코코이치는 이듬해 점포가 1000호점을 돌파했다. 

이 회사는 다른 체인조직에서 볼 수 없는 'Bloom-system'이라는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직원이 일정 근무기간을 채운 후 운영능력이 인정되면 로열티 없이 창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전체 점포 60%가 이 시스템으로 선정된 오너들이 경영을 맡고 있다. '회사와 관계있는 모든 사람들과 행복을 공유한다'는 경영목적을 충실히 이행하는 곳이다. 

카레는 어떠한 요리와도 대부분 궁합이 잘 맞는다. 밥뿐이 아니라 우동이나 메밀 면 같은 면류와도 잘 어울린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일본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카레 토핑은 돈카츠다. 고기의 심심한 맛을 채워주고 느끼함을 잡아주는데 카레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이밖에 닭고기나 쇠고기, 새우나 조개 등 해물을 주제로 하는 카레도 인기 있다.

벤토 프랜차이즈 회사들은 계절에 관계없이 카레 2~3가지를 '테이반(定番:고정)'으로 두고 있다. 기본이 되는 비프카레가 보통 400엔대고 여기에 돈카츠 토핑을 추가하면 650엔 정도다. 

일본 여행 중 어디를 가도 가성비 높은 카레 벤토를 손쉽게 만날 수 있다. Hotto Motto·혼케카마도야(本家かまどや)·홋카홋카테(ほっかほっか亭) 등 대형 3사의 체인점이 전국 약 6500개에 이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장범석 푸드칼럼니스트 bsjang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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