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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벤토탐방] 인류와 역사 함께한 '샌드위치'

"벤토 알면 문화 보이고, 문화 알면 일본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 bsjang56@hanmail.net | 2017.08.16 11:27:05

[프라임경제] 샌드위치는 인류가 발명한 가장 보편적 먹거리다. 유별나지 않은 식재료로 최소한의 조리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언제 어디서든 남 눈치 보지 않고 먹어도 된다. 원래 그렇게 먹으라고 생겨난 음식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특별한 도구 없이 손으로 집어 먹는 것이 매우 인간적이다. 앞으로 바빠서 끼니를 거른다는 얘기는 하지 말자. 샌드위치를 무시하는 처사다. 

세네갈 수도 다카의 노점 샌드위치 1000~1600원. ⓒ taptrip.jp

샌드위치를 구성하는 기본요소는 빵과 베이컨·양상추·토마토다. 세 가지 내용물을 'BLT'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B'는 bacon, 'L'은 lettuce, 'T'는 tomato의 약자다. 이들 조합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다이어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종교적 이유가 있다면 육류 대신 어패류를 넣으면 그만이다. 

샌드위치는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1000원대 길거리 형이 있는가 하면 피자 한 판 값을 넘나드는 럭셔리한 스타일도 있다. 샌드위치 체인 SUBWAY의 'foot-long'에 스프를 곁들이면 만원이 훌쩍 넘는다. 

고대 이스라엘을 비롯한 중근동 지역에서는 효모가 들어가지 않은 무교병에 양고기와 향신료를 싸 먹었다. 중세 유럽으로 넘어오면 딱딱해진 빵을 식기(trencher)대용으로 사용한 후 양념 밴 빵을 먹거나 남에게 주는 풍습이 있었다. 샌드위치 원형을 상상할 수 있는 기록이다. 

빵이 나오면서 응용요리가 개발되고 또 진화하는 것은 역사의 필연이다. 미국의 햄버거, 이탈리아 파니노(panino), 프랑스 카나페(canape), 멕시코 또르띠야(tortillas), 그리고 영국의 샌드위치 등등. 그 중에서도 전 세계에 가장 폭넓게 보급된 것이 영국형 샌드위치다. 

샌드위치가 태어난 곳은 18C 후반 도박장이다. 샌드위치가문 4대 백작 존 몬터규(John Montagu)는 도박을 좋아했다. 밤새 게임 테이블을 지키기 위해 하인에게 빵과 구운 쇠고기를 가져오도록 했다. 그러고는 직접 빵 사이에 고기를 끼워 먹었다. 

이를 본 주변 사람들이 따라 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샌드위치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한편으로는 유명 정치가였던 백작을 폄하하기 위해 반대편 당이 꾸민 흑색선전이라는 시각도 있다. 

백작의 전기에도 백작이 이 음식을 직접 만들거나 권장했다는 기록이 없고 세 차례나 장관을 지낸 신분으로 대중 도박장에서 그렇게 한가한 시간을 보냈을 리 없다는 것이다. 

그에 관한 흥미 있는 역사적 사실 몇 가지를 덧붙인다. 그는 해군 제독 재직 시 제임스·쿡(일명 캡틴 국)의 남태평양 탐험대 범선을 해군예산으로 구입하도록 지원했다. 탐험대는 현재의 하와이제도를 발견했고 그곳을 샌드위치제도로 명명한다. 

남태평양의 또 다른 샌드위치 제도, 알래스카의 몬터규 섬은 지금도 백작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말년에는 음악가를 지원하고 고전음악 부흥에도 기여했다.

참고로 샌드위치를 사람의 이름으로 소개하는 자료를 가끔 보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샌드위치는 몬터규 가문의 영지가 있던 곳으로 런던 인근 켄트 주에 위치한 항구도시다. 

일본의 샌드위치는 1892년 카마구라(鎌倉)시 오후나(大船)역에서 벤토 형태로 대중 앞에 처음 나타난다. 낯설고 귀한 수입 햄이 들어간 샌드위치는 큰 인기를 끌며 일본 식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쇼와시대에는 서양식 레스토랑이나 백화점 식당가 고정메뉴로 냅킨이 깔린 고급접시에 파세리와 함께 제공했다. 

요즘 같은 삼각모양 샌드위치는 1961년 토교에서 처음 나온다. 묘가타니(茗荷谷)역 부근 한 빵 판매점이 '후렌 샌드위치'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게 시초다. 개발자인 점장은 '속이 보이는 샌드위치가 있었으면' 하는 고객의 조언에 따랐다고 한다. 

그때까지 사각 일색이었던 샌드위치 시장에 삼각이 특허를 달고 등장한다. 5년 후 특허가 해제되고 삼각이 전국에 퍼지면서 한동안 일본 샌드위치의 표준 같은 존재로 군림했다. 지금도 편의점이나 슈퍼의 샌드위치는 대부분 삼각형이다. 

시중 벤토 체인점에서는 샌드위치를 판매하지 않는다. 전통 음식을 제공하는 벤토점과는 이미지 격차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부드러운 식빵을 베이스로 계란·야채·참치가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하드(hard)계열 빵을 사용한 고가제품이 증가하는 추세다. 

고급을 지향하는 전문점과 대형메이커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에는 각종 파티나 연회용으로 '케이크위치(cake-witch)'라는 초대형 샌드위치도 등장했다. 일본 샌드위치협회가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데 새로운 장르로 정착할지 관심을 모은다.

각국 샌드위치 자료를 뒤지다 문득 세네갈에 눈길이 멈췄다. 지난 2002년 월드컵·프랑스령·아프리카 서쪽 정도로만 알고 있던 세네갈 곳곳에 'foot-long'이 널려있는 게 아닌가. 주로 일본 여행객들이 올린 사진과 시식후기인데, 샌드위치 관련 키워드를 추려 소개한다. 

바게트·새우소스·오믈렛과 포테이토·콩 페이스트·양고기·내용물 뷔페(빵에 원하는 만큼 넣음). 물론 이곳 샌드위치가 프랑스의 영향을 받았겠지만 세네갈 요리는 그 자체로도 유명하다. 풍부한 해산물을 위시해 세련된 아프리카 맛을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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