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길을 묻다] '신·구IT 결합장' 종로 세운상가

2017-08-18 09:42:36

- 외형공사 활발…'문화융합' 민관 노력 엿보여

[프라임경제] 덥고 습한 공기가 도심에 내려앉은 지난 17일 오전 11시, 종로 세운상가 일대는 서울 내 도시재생이 가장 활발한 구역답게 건물과 도로공사가 한창이었다. 거의 모든 건물 내·외부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상가들은 오전 영업을 하고 있었다. 

세운상가는 1968년 무허가 판자촌이 난립하던 곳을 허물고 세운 국내 최초 주상복합 건물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운상가 한 바퀴만 돌면 잠수함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돌 정도로 전자제품의 메카로 불리며 호황을 맞았다. 

▲17일 방문한 서울 종로 세운상가 일대 전경. 건물 외형 공사가 한창이다. = 남동희 기자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며 낡은 외형으로 사람들이 발길이 줄기 시작했고 용산 일대 전자상가들이 대거 들어서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 후 2009년 세운상가를 일대(약 44만㎡)가 재정비 촉진계획이 수립되기도 했지만 주민 간 갈등, 부동산 침체 등으로 개발은 지지부진해지며 도시의 흉물이 되어갔다.

그러다 2014년부터 서울시가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이 일대 재정비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띠었다.

서울시는 2019년까지 세운상가 일대로 불리는 총 7개 건물들(세운상가를 시작으로 퇴계로 진영상가까지 1㎞가량 일 열로 위치한 건물들)을 재정비하고 4차 산업 시대 기술기반 거점 지역으로 재탄생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또 지상 3층 높이의 보행 데크로 건물들을 모두 이어 하나의 관광명소로 만들 예정이다.

직접 찾아보니 건물 외형, 도로 공사 뿐만 아니라 서울시와 협약한 공동체재생을 추진하는 민관 기업들이 상가 활성화에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사회적기업이자 세운상가 기술기반 기업 입주를 돕는 씨즈(Seeds)의 김광주 운영팀장은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서울시립대학교, 씨즈가 모여 'H-창의허브, SE:CLOUD'를 조성하게 됐다"며 "기술기반으로 한 신생업체들의 인큐베이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운상가 정비구역 내 아세아상가 3층에 위치한 'H-창의허브, SE:CLOUD' 모습. = 남동희 기자

이들의 도움을 받아 세운상가에 둥지를 튼 인쇄, 재활용, 전자·IT, 기술기반 랩 등의 업체들이 곳곳에서 영업 중이었고 패션 등 기존에 없던 산업군도 입주하기 시작했다.

아세아전자상가 3층에 위치한 SE:CLOUD 내에도 상품 재활용 사업을 하는 업체, 3D프린터 기술기반 업체 등이 입주해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이 밖에 강의실과 3D프린터, 목공소 등 세운상가 내 기술기반 기업들의 활성화를 돕는 시설들이 눈에 들어왔다.

신규 입점한 업체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올해 상반기에 입주했다는 3D프린터 기술 관련 업체 직원 이모씨는 "공사가 한창이라 불편한 점은 있지만 우리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입주한 업체들 얘기를 들어도 많은 부품을 구할 수 있는 세운상가의 이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가에서 오래 영업을 해온 기존 업체들도 젊은 창업자들을 반기는 눈치였다. 30년째 영상관련 장비를 판매하고 있는 한 업체 대표는 "세운상가는 오랜 시간 관련 장비를 직접 만들기도 하는 숙련된 장인들이 함께 있는 곳"이라며 "젊은이들이 하는 데(기업들이)가 늘어 활력도 돌고 좋다"고 전했다.

한편, 기존 입주민들과의 융합 필요성도 대두된다. 상가에서 만나 몇몇 상인들은 재정비 공사로 인해 불편함을 토로했다. 또 서울시가 임대료 인상 자제에 동참하겠다고 나섰음에도 개발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거주민 이탈 현상)을 우려하고 있었다.

▲'H-창의허브, SE:CLOUD '내 구비된 목공 제품. = 남동희 기자

스피커 관련 업체 한 관계자는 "재정비가 더 활발한 대림상가쪽은 이미 임대료가 올랐다고 들었다"며 "이곳은 아직 안 올랐지만 공사 때문에 보행이 불편해 손님도 줄고 운영이 힘든데 임대료까지 오를까봐 걱정이다"라고 내비쳤다.

세운상가 도시재생 관계자도 거주 업체들의 융합과 관련해 소프트웨어적인 도시재생을 일궈내려면 시간과 당사자들 간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건물 외형을 정비하는 것을 하드웨어적인 도시재생으로 본다면 기존 업체들이 재정비 후 자리 잡고, 신규 입점한 업체들과 융합되는 과정은 소프트웨어적인 도시재생이라 볼 수 있다"며 "이를 위한 민관 노력이 계속돼야 세운상가 도시재생은 성공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공사 시일을 맞추기 위해 속도만 높힐 게 아니라 업체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동희 기자 ndh@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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