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반복되는 조선현장 사고, 다단계 하청 개선 먼저

 

전혜인 기자 | jhi@newsprime.co.kr | 2017.08.22 11:44:33

[프라임경제] 올해 유난히 산업 현장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가운데 지난 몇 년간 불황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조선업계는 최근 몇 건의 큰 사고 탓에 더욱 분위기가 침체되고 있다.

지난 20일 STX조선해양 창원조선소에서 선박 건조 작업 중 폭발사고로 숨진 노동자 4명은 모두 사내 협력업체 직원이다. 사고 발생 이후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은 즉시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는 등 원인 규명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찾지 못했다.

지난 5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크레인 충돌 사고가 발생한 후 고작 3개월만에 발생한 대형 사고다. 당시 사망 6명·부상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이들 역시 대부분 협력업체 직원들이었다.

이번 폭발사고는 정부가 하청노동자의 사망사고에 대한 원청 및 발주자의 안전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의 '중대산업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한 후 단 사흘 만에 발생해 충격이 더욱 큰 상황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4년간 작업 중 숨진 노동자 수는 평균 25명에 달한다. 지난해 숨진 25명의 노동자 중 18명이 하청 소속이다. 올해도 현재까지 사망한 11명 중 대부분이 하청 노동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조선업 현장에 퍼진 '위험의 외주화', 즉 위험 업무를 하도급 노동자에게 강제하는 구조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조선업 자체가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위험 업무에 하청 노동자가 많이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하청 노동자의 비율이 높다보니 재해 비율도 하청 노동자가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조선사들이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인력감축을 진행하며 원·하청 노동자의 비율은 더욱 기형화됐다.

하청 아래 하청이 위치하는 다단계 하청이 이어지다 보니 좁고 위험한 현장 안에 소속이 다른 노동자들이 동시에 작업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원청에서도 노동자를 관리하기 어려워져 위험이 가중되는 것이다.

매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특별감독을 실시한다. 아울러 위법 사항이 있었는지 조사를 벌이고, 기업 역시 안전 대책을 강화하며 재발 방지를 다짐한다. 

그러나 결국 사고는 다시 발생하고, 같은 대책이 반복될 뿐이다. 기업 역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좋을 리 없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하청 구조에서는 원청의 안전 수칙이나 관리감독의 강화만으로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결국 실질적인 피해는 가장 아래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집중된다. 31명의 사상자를 낸 삼성중공업 크레인 전복 사고에 대해 크레인 신호수 1명을 구속했을 뿐, 경영진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원청에 대한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것 역시 분명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처벌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현재 만연한 다단계 하청구조를 개선하는 작업 등 근본적인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