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필립모리스식 도박…3년치 배당금으로 조세주권 딜?

2017-08-22 17:59:17

[프라임경제] 글로벌 담배업체 필립모리스의 투자 문제가 조세주권 문제로 비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외국계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이익만 챙긴다는 의혹, 즉 지나친 고배당을 한다든지 법률 규정을 활용, 비과세 허점을 찾아 즐긴다는 의혹은 이전에도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필립모리스의 찌는 담배 히츠를 둘러싼 과세 논란은 문재인정부의 출범 초기이고, 이번 대선 정국에서 공정과세 논의가 활발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특히 지나치다 볼 여지가 있다.

현재 필립모리스의 히츠는 관련 법 규정이 흠결 없이 매끄럽게 일괄적으로 정비되지 않아 과세 기준 논란이 있다. 건강증진부담금, 개별소비세, 지방세 등을 매길 때 전자담배, 더러는 가장 세율이 낮고 싼 파이프담배 기준으로 '오락가락' 부과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나 일단, 현행 법의 전체 맥락 해석상으로도 적어도 전자담배로 매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등 논란의 불씨가 살아있다. 바로 찌는 담배의 속성이라는 게 전자담배 내지 일반담배(궐련)과 같이 높은 과세를 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건 '개정론'의 군불을 때는 정치권 움직임이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6월 아이코스와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일반담배와 동일한 세금을 물리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별소비세법,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이번 가을 국회에서 이들의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그런데 수상한 얘기가 들린다. 산업계에 따르면 필립모리스가 한국에 세운 필립모리스코리아가 한국을 히츠 생산 전진기지로 낙점했던 일을 되돌리려 한다는 것. 부산 인근 양산공장에 45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할 중장기 전략을 마련했었는데 이렇게 되면 약 8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점쳐진다.

그렇다면 왜 이것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거론되는가? 바로 위에서 설명한 국회의 세금 인상 법안 추진에 따라 국내 경쟁력이 사라진다는 점을 살피는 등 저울질을 심각히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간단히 말하면 필립모리스의 전체 시장 그림에서 한 조각에 불과한 한국에서 불이익을 입으면서까지 투자를 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는 무언의 투정인 셈이다.

그런데 필립모리스코리아가 글로벌 모기업에 얼마나 돈을 벌어주고, 또 그 행동 패턴이 어떻게 한국인들의 눈에 비치는지 들여다 보자.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지난해 3월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의 자회사인 필립모리스브랜즈SARL에 1918억원을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난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을 모두 자회사 배당 형식으로 본국으로 보낸 셈이다. 

2014년에도 필립모리스코리아는 당기순이익 1432억3546만원 전부를 배당금으로 결정했고, 다음인 2015년에 스위스의 필립모리스 브랜드에 전액 송금했다. 2013년 역시 1407억5264만원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하자 전액 배당금으로 결정, 고스란히 해외 계열사에 부쳤다.

브랜드 방침이 어떻고 본사 사정이 어떻고 해도 버는 족족 모두 외국에 내보내는, 우리 입장에서 착하지 않은 구조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돈을 벌어주는 소중한 한국 고객들, 그리고 우리 사회에 고마움을 가졌다는 일말의 표현이라도 잘했을까? 사회공헌액을 보면 매출의 0.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사회공헌이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에서 아쉽다는 의견이 이전부터 적지 않았다. 필립모리스코리아는 2012년 5억6100만원을 국내에 기부했지만 그 금액을 점차 줄여 2015년에는 3억7100만원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 구체적으로 어떤 담배인지 구분을 하고 세금을 매기는 데 대단히 큰 불만을 품는다는 점을 다소 받아들이기 어렵다. 물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이익을 위해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고, 본국이 아닌 외국에서 장사를 하는 업체에게도 그런 의견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세금 문제로 압박을 받으니 공장 투자를 없던 일로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은 속이 좁은 구상이다.

회사에서 차원에서 흘리는 것이든, 회사 관계자 개인의 의견이 돌아다니며 살이 붙은 것이든, 아예 업계 주변에서 소설을 쓰는 것이든 이미 이 회사는 그런 식으로 처리를 하고도 남겠다는 개연성을 주변에서 두루 인정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소설은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한국시장에서 히츠를 아예 빼버리겠다고 당당하게 대드는 것도 아니고, 이런 소리를 듣는다는 점 자체가 그간의 평가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뜻 아닐까?

일자리 800개, 4500억원선 투자 등 어느 면에서나 모두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필립모리스코리아가 외국으로 송금하는 돈 3년치에 불과한 돈이다.

이 정도 규모로 조세 주권 본질을 압박하는 듯한 이야기가 나오다니 안타깝고 경악스럽다. 이런 식으로 입길에 오르내리는 것은 장사를 하러 다른 나라에 나온 업체치고는 기본 호감마저 잃었다는 뜻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중에라도 꼭 이를 만회했으면 한다.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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