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블 보드] 탁·약주 사업자 '구입강제' 판단 여부는…

2017-08-23 16:54:45

- "거래상 지위 악용, 직원 개인 행위라도 제조사 책임"

 주류 도매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는 매출액 규모가 큰 상위 사업자인 탁·약주 제조업자 B씨와 거래 계약에 따라 B씨로부터만 탁·약주를 공급받던 중 B씨 영업담당자의 강요로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주류를 구입하게 됐다. A씨는 계약종료 시점에 반품을 요청했으나 B씨가 이를 거부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해당 사례를 통해 이 분쟁에서 중점은 무엇인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판결을 짚는다.

A씨(신청인): 주류 도매 대리점
B씨(피신청인): 탁·약주 제조업자

[프라임경제] A씨는 B씨가 생산하는 탁·약주를 A씨가 매입, 판매하는 도매점 거래계약을 체결하고 6년간 서울 일부 지역을 영업구역으로 B씨 주류도매 대리점업을 영위해왔는데요.

A씨는 계약종료 시점에 거래관계를 정리하면서 B씨가 판매능력보다 많은 주류물량을 사들이도록 강요했다는 이유로 B씨에게 총 2990만원 상당의 자신이 보유한 재고 'C약주' 300박스와 'D막걸리' 800박스 반품을 요청했답니다. 

특히 계약 기간 중 약 4개월간 B씨의 영업 팀장으로 근무했던 직원 E씨는 자신이 재직기간에 '구입강제' 행위를 했음을 인정하는 사실관계확인서를 작성한 바 있습니다.

A씨는 "B씨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계약기간 월 판매능력의 약 2~3배에 달하는 물량을 강제로 공급했다"며 "과다한 물량공급에 항의하면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위협해 어쩔 수 없이 과도한 물량을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고 울먹였는데요.

심지어 A씨는 "과도한 재고로 창고까지 확장해야 했다"며 "과도한 물량공급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재고가 누적된 것에 대해 항의하자 B씨가 향후 모두 반품처리 해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B씨는 "A씨 월별 매출액은 일정치 않기 때문에 매출액보다 과한 물량을 매입했다는 근거로 구입강제를 인정할 수 없다"며 "매출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A씨 본인이 지속해 입금해왔다. 구입을 강제한 게 아니라 A씨 의사에 따른 구입이 이뤄진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맞서네요.

뿐만 아니라 "A씨에게 매출 목표 미달성에 대한 어떠한 불이익 또는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영업담당자가 자신의 영업목표를 달성하고자 A씨에게 구입을 강요했을 수 있으나 이는 담당자 개인의 잘못"이라며 본인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 사건의 도매점 거래계약상 '을은 인수한 상품에 대해 갑의 귀책사유가 없는 한 반품 또는 타상품과의 교환을 요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데요. 사실 물품에 하자가 없는 한 B씨는 재고품에 대한 반품의무가 없습니다. 

하지만 B씨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 A씨에게 구입할 의사가 없는 상품을 구입하도록 강제한 행위가 인정된다면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를 위반한 것인데요. 

구입강제의 공정성 침해는 거래상 지위 여부를 비롯해 △행위 목적 △거래상대방 예측가능성 △해당 업종 통상적인 거래관행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답니다. 

분쟁조정협의회는 "퇴사 직원 E씨가 구입강제 행위를 했다고 소명했다"며 "이를 직원이 개인적인 영업실적을 높이기 위해 한 행위로 보더라도 그의 구입강제 행위와 이로 인한 이익은 B씨에게 귀속되는 것이므로 B씨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양 당사자가 제출한 도매점 매출, 업소 판매 자료에 따르면 E씨가 재직하던 시기 거래물량이 통상적인 수준보다 많은 물량으로 A씨에게 공급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퇴사 직원의 진술, 거래 물량으로 보아 정황상 B씨의 구입강제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제언인데요. 결론적으로 분쟁조정협의회는 C약주 300박스, D막걸리 800박스를 B씨 부담으로 처리하고 A씨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권고했습니다. 

C약주 300박스는 이미 B씨가 몇 년 전 전국 대리점을 대상으로 일괄 반품 처리한 제품이었는데요. 출고 후 상당 기간이 지나 해당 제품의 상품가치가 떨어진 점, B씨가 이를 처리하기 위해 비용이 발생하는 점, A씨가 이에 적절히 응하지 않은 점을 인정하고 500만원을 조정금액으로 제시한 점 등을 모두 고려한 결과입니다.


하영인 기자 hyi@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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