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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수경 기자 | ksk@newsprime.co.kr | 2017.08.24 11:29:17
[프라임경제] 최근에 동해 '천곡동굴'을 간 적 있는데요. 처음 구경하는 동굴이라 모든 것이 다 신기했습니다. 생각보다 이것저것 안내판에 상세하게 적혀 있어 재밌게 돌아다녔습니다.

ⓒ 프라임경제

그중 눈에 '석돌이와 석순이의 포옹'이라는 석순 안내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상에서 미쳐 이루지 못한 사랑을 지하세계에서 이루고자 남녀가 포옹을 하는 형상의 이름을 이같이 붙인 것인데요. 

'자연의 신비함은 어디까지인가'라고 감탄하며 안내판이 가리킨 곳을 봤지만, 남녀의 형상이라곤 볼 수 없는 석순이 있어 허탈했습니다. 뭐 다른 이들의 눈에는 저 형상이 남녀 포옹으로 보일 순 있지만요.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생각하기 나름대로 붙여진 이름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별자리의 이름이죠. 별자리는 하늘의 별들을 몇 개씩 이어서 그 형태에 동물이나 물건, 신화 속 인물의 이름을 붙인 것인데요.

이는 약 7000년 전 아라비아 반도에서 가축을 키우던 목동들이 하늘에 있는 밝은 별들을 서로 연결해 여러 가지 모양을 상상한 데에서 유래했습니다. 

우리가 가끔 보는 별자리 운세 속에 나오는 '염소자리' '황소자리' '물병자리' 등의 이름이 여기서 나온 것인데요. 막상 별자리 사진을 보면 '왜 저 별자리가 저런 이름이지?'라는 의문이 종종 들곤 하지만요.

그런가 하면 구름의 이름을 붙인 사람은 누구일까요. 19세기 초 영국의 기상학자 루크 하워드입니다. 한평생 구름을 관찰하며 기상학의 판도를 뒤집은 하워드는 1803년 구름 분류법을 세상에 발표하며 큰 이목을 끌었다고 합니다.

권운은 라틴어로 '섬유' '머리카락'를 뜻하며 층운은 '펼쳐진다'라는 뜻을 내포했죠. 촘촘히 쌓여 있는 형상의 구름을 적운이라 칭했습니다. 

또 학창시절 지겹게 외웠던 주기율표 속 원소의 이름도 역사·용도·유래·성질 등이 반영됐는데요. 일례로 다른 금속보다 약한 납(Pb)은 라틴어 '무른 금속(plumbum)'에서 유래했습니다. 반짝 반짝 빛나는 금을 뜻하는 Au는 라틴어 '빛나는 새벽(aurum)'에서 따왔죠.

이렇게 이름의 유래를 찾다 보니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김춘수의 시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만약 아무도 이들에게 관심이 주지 않았다면 무명(無名)으로 남았겠죠.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지 몸짓에 지나지 않는 무의미의 존재였지만, 이름을 불러주면서 의미의 존재가 된 '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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