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판결과 주가는 역주행? 기아차 노무임원·법원 반성해야

2017-09-01 13:54:46

[프라임경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어야 하느냐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기아차 노조가 제기한 소송 1심에서 일부승소 결론이 나왔다.

2013년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대법원 판결에서 거론된 신의칙 개념이 아직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번 판결은 1심에서 나온 것이긴 해도 앞으로 그 신의칙 개념을 확고히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노동계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줄 돈을 계속 차일피일 미루며 자잘한 개념 싸움을 하려는 사용자(재계)에게 경종을 울린 판결로 여겨질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판결 다음날인 1일 정오 현재, 기아차(000270) 주가가 오히려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1심 판결이 끝내 관철, 확정된다면 얼추 1조원 부담이 새로 지워지는데, 주주들이 환호하는 셈이랄까?

시장에서 이번 문제를 놓고 누구에게 어떤 실망을 얼마만큼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법원이다. 이번 사건을 맡은 해당 재판부가 아닌, 전체적 의미의 법원 즉 사법부 이야기다. 재계에 따르면 현재 통상임금 이슈로 100인 이상 사업상 115개소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라 한다. 신의칙 이슈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던져준' 상황이라 결국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사법부 스스로가 다시금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법부가 진보적이어야 하느냐 보수적 시각을 견지하는 게 옳으냐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 현안에 대해 성찰없이 판결을 하면 뒷일이 추가적으로 생긴다는 점에 너무 무관심한 게 아니냐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각급 법원이 현재 중구난방 처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대법원이 빨리 정리해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

대법원보다 더 큰 반성을 해야 할 이들도 있다. 바로 그간 일해 온 기아차 노무담당 간부들, 주여서 임원진이다. 기아차가 '주인이 없는 회사' '강성 노조가 살아 숨쉬는 기업'이어서 IMF 위기에 엎어졌다고까지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위기 이후에도 이런 지나친 행태를 회사 측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문제다.

그간 다난한 파업 줄다리기가 되풀이된 것은 어디까지나 회사 측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그룹 내 형님뻘인 현대차가 대노조 대응책을 그렇게 굴리고 있으니 기아차라고 무슨 재주가 있겠느냐며 자조한다고 면책이 될 일이 아니다.

1998년 7월 기아차는 그간 노조가 갖고 있던 많은 경영권 침해 권한을 상당히 내려놓도록 하는 합의안을 받아들었다. 하지만 2002년 노조와 회사는 기업합병, 양도, 공장이전과 통폐합, 신차도입 시 노조와 의견이 일치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단협안을 개정하는 등 역주행이 곧 시작됐다. 2004년 단협에서는 노사 동수의 징계위원회까지 부활시켰다.

하다 못해, 이번에 현대차와 통상임금 소송 결론이 달라진 가장 중요한 원인이 디테일을 못 챙긴, 혹은 대충 포기한 때문이라는 지적은 정말 뼈저린 것이다. 현대차는 통상임금 소송 1심, 항소심에서 이겨 기아차의 이번 성적표와 대조된다. 바로 양사간 협의 내용의 차이 '15일 미만 근무자에게 상여금 지급 제외'라는 문구의 유무에 판결이 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관, 대기업 임원 모두 어려운 자리다. 아무나 올라갈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들의 작업 결과를 보며 주가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이는 뭔가 잘못된 것이다. "그래, 불확실하게 폭탄을 안고 가느니, 차라리 1조원 두드려 맞는다고 계산 끝내고 감수하고 가자"는 주주들의 외침을 새겨 들어주길 바란다.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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