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25시] '무기 구매 청구서' 우려? DACA와 같이 본다면…

2017-09-05 15:56:06

[프라임경제] 북한 핵도 복잡한데, 이를 틈타 미국 청구서가 날아온다? 

양국 정상이 4일 밤 통화를 통해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해제키로 했습니다. 이를 둘러싸고 일단은 환영할 만하다는 풀이가 나옵니다. 우리가 미사일 개발을 할 때 큰 족쇄로 작용했던 요소가 해결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변 강국을 잠재적 공격 대상으로 상정하는 무기까지는 몰라도, 북한을 상대하는 데에는 대단히 위력적인 무기를 만들어 '전쟁 억지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독자적인 방어 군사 능력을 개발하는 데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 뒤에 '반대급부'에 대한 우려도 뒤따릅니다. 

이는 미국 백악관이 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무기와 장비를 구입하는 것을 개념적 승인(conceptual approval)했다"고 밝힌 가운데 이를 인용한 외신 보도가 나왔기 때문인데요.

간단히 말하면 '숙원사업'을 해결해줄 테니 대량 무기 구매 등 '성의'를 보여달라는 압박이 우리를 괴롭힐 수 있다는 전망을 낳는 것이죠. 

상황이 이렇고 보니 청와대의 입이 궁금해지는데요. 청와대로서는 이렇게 상세히 뭔가 사들이겠다는 협의를 해준 게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5일 청와대 관계자는 이 통화 내용 문제와 관련해 "양 정상은 그간 협의 과정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키 위해 한국군의 3축 체계 조기 구축 등 국방력 강화가 긴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이를 위한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제언했습니다.

아울러 "이를 위해 양 정상은 미국이 한국에 필요한 첨단무기 또는 기술 도입을 지원하는 것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시킨다는 원칙에 합의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양국 정상이 원론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주고받기'를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무기와 방어력 강화에 대한 큰 그림, 그것도 추상적 언급만 있었다는 것이죠.

무르익지 않은 이야기가 먼저 터지는 게 무기 수출 문제에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청와대가 뭔가 숨긴다기 보다는 백악관에서 앞서나간 것일 가능성이 좀 더 높아보이는데요.

추정하자면, 거친 이야기의 덩어리를 미리 확정적으로 쏟아낸 것일 가능성이 우선 첫째입니다. 둘째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백악관에서 의도를 갖고 과장 내지 침소봉대한 게 아닌지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는 외교 여건상 가능한 해석입니다. 양측에서 서로 어긋나거나 온도차가 있는 내용이 나와 논쟁이 일부 있더라도, 그렇다고 한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나 발언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강한 부정을 할 것 역시 아니기 때문이죠.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 자체가 워낙 거친 언행으로 유명한 캐릭터인 데다, 기업인으로서 협상 시도에 능하다는 점에서 개연성이 있는 풀이로 여겨집니다. 

특히 다른 문제들도 겹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로 곤욕을 치러 왔는데요. 유능한 로버트 뮬러 특검팀이 그를 괴롭히고 있죠. FBI 국장 해임 사유와 관련된 문서 초안을 특검팀이 확보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지난 2일(이하 모두 현지시각) 나오는 등 불씨가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척 곤욕스러운 상황이고, 탄핵 가능성 등까지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있습니다. 

척 그래슬리나 린지 그레이엄 등 연방 상원 내 반대파를 공격하는 트윗을 몸소 날리는가 하면(지난 1일) '청년 추방유예(DACA)' 프로그램 폐지를 5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색깔을 더 분명히 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DACA는 부모를 따라 미국에 불법 입국한 미성년자들의 추방을 유예하는 특례로,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의 작품입니다. 즉 소극적 방어에만 나서지 않고 정적들과 직접 거칠게 싸우고 기존의 미국 우선주의, 반이민 정서 정책 추진에도 열을 올린다는 것이죠. 

이렇게 시끄럽고 불리할 때 다른 정치 이슈를 찾거나, 심지어는 밖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건 고금을 통틀어 여러 예가 있었는데요.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딱 그 길을 걷는 셈입니다.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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