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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천사캠페인] 감정노동 문제 해결은 함께 배려하는 마음에서

 

정혜선 교수 | press@newsprime.co.kr | 2017.09.06 10:20:38
[프라임경제] 최악의 폭염이 이어진 지난 7월, 한 아파트의 주민이 비좁고 바람이 안 통하는 경비실에서 일하는 경비원을 위해 사비로 에어컨을 사서 기증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의 주민들은 에어컨을 사용하면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고 에어컨 코드를 뽑아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반면 경기 성남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무더위에 고생하는 경비원을 위해 주민들이 에어컨을 설치해줬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경비원분들이 시원해야 저희도 시원하죠. 함께 사는 게 다 이런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해 감동을 전했다.

우리 사회에는 콜센터 상담원, 항공기 승무원, 백화점이나 할인점의 판매원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 직원들이 감정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추산에 의하면 약 800만명의 근로자가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비스업이 증가하면서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근로자들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으로부터 폭행이나 욕설, 성희롱, 인격모독 등을 당해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자살까지 시도한 사례가 있어 감정노동의 문제는 개인이 아닌 사회적 문제임을 시사한다.

정부는 작년 3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해 업무와 관련된 고객에게 폭력 및 폭언으로 발생한 적응 장애나 우울병 등의 신경정신계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서울시, 경기도 등의 지자체는 감정노동자 권리보호에 관한 조례를 제정·시행하고 있다. 금융 관련법에서는 금융업 종사자들을 감정노동의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항을 신설해 시행 중이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처벌 조항까지 명시했다.

기업 차원에서도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한 대형마트에서는 폭언, 폭행을 하는 고객에 대한 상담을 거부하고, 피해를 본 직원에게 사내 법무실을 통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며, 직원 심리치료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감정노동자 보호에 힘쓴다.

이처럼 정부와 기업에서 마련한 보호장치의 강화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감정노동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객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대다수 고객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하지만 소수의 진상고객 탓에 감정노동자들이 상처를 받기 때문에 부정적인 정서가 더욱 크게 확산되고 있다. 감정노동자를 내 이웃·친구·가족의 한 사람같이 생각하고 배려하는 고객이 많을 때 감정노동자들의 고통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산업간호협회는 '감정노동 종사자 건강보호를 위한 배려천사 캠페인'을 운영해 감정노동자를 배려하는 착한 고객의 선행사례를 널리 알림으로써 감정노동자 배려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감정노동의 문제점, 감정노동으로 인한 폐해를 강조하는 부정적인 정서들이 만연했었지만, 이제부터 감정노동자를 배려하고 우리 사회의 안전보건문화를 정착시키는 긍정적 변화를 확산하는 것이다. 

'배려천사 캠페인'을 통해 감정노동 문제를 예방하고 서로 존중해 건강한 근로 문화가 조성된다면 감정노동자들이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곧 서비스 품질의 향상으로 이어져 소비자인 우리에게 큰 혜택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배려천사 캠페인에 동참해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모아보자.

정혜선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한국산업간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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