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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간 녹양역 스카이59 '운명의 2주'

토지주·대행사 분쟁에 의정부지법 20일 첫 판결

이수영, 남동희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7.09.06 11:48:33

[프라임경제] 지난달 30일부로 개점휴업 상태인 의정부 녹양역 스카이59(이하 스카이59)가 오는 20일 '운명의 날'을 맞는다. 토지주 원흥주택건설(이하 원흥주택)과 사업대행사 청원산업개발(이하 청원산업)의 분쟁이 법정공방으로 번진 뒤 이날 첫 법원 판단이 나오기 때문.

원흥주택은 지난 6월 법원에 (가칭)의정부녹양역세권주상복합주택조합(이하 조합)과 청원산업, 하도급 업체 등을 상대로 분양행위금지등가처분 신청을 냈다. 의정부지법 제30민사부는 지난달 16일과 30일 심문기일을 거쳐 오는 20일 첫 선고에 나선다.

◆사업주체끼리 싸우는데 임금체불?

높이 191m, 2600여 가구의 초대형 마천루로 기대를 모았던 스카이59가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한 채 표류함에 따라 1375가구(모집률 53.27%)에 이르는 가입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원흥주택과 조합 모두 "가입자 피해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해 우려는 덜었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실제 조합원 유치를 담당했던 하도급 직원 수백명이 반년째 임금체불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주체 간 분쟁이 제삼자의 실체적 피해로 돌아간 셈이다.

'의정부 녹양역 스카이59'를 둘러싼 갈등이 토지주와 시행사의 갈등으로 번졌다. 토지주인 원흥주택건설은 지난 6월 조합과 사업대행사 등을 상대로 분양행위금지등가처분 신청을 냈다. ⓒ 대법원 전자소송

스카이59는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추진됐다. 일종의 '아파트 공동구매'로 주택 실수요자들이 조합을 구성, 시공사를 선정해 비교적 저렴하게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조합을 대신해 시행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 본래 사업대행사 역할이지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조합원을 모집해 일반분양처럼 운영되는 일이 흔하다.

청원산업도 하도급 업체 세 곳을 통해 가입자 모집을 비롯한 핵심 업무를 분담하게 했다. 이들은 4~12개의 팀 단위로 움직이며 역할에 따라 분양 및 인포관리, 홍보, 경비 업무를 수행했는데 스카이59 사업에 투입된 인원만 800여명에 이른다.

직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관계자는 "3월부터 8월까지 식대 1억5000만원, 임금은 부서마다 다르지만 우리 팀의 경우 2000만원 넘게 밀렸다"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넣었지만 하도급을 받은 개인사업자(특수고용직) 신분이라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해 따로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주체 간 싸움이 직원들의 임금체불로 이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원흥주택이 자금관리를 맡은 무궁화신탁을 통해 사업비 일체를 동결한 까닭이다.

또 다른 비대위 관계자는 "토지주(원흥주택)가 신탁사를 통해 자금집행을 동결하면서 조합비뿐 아니라 운영비까지 손을 못 대게 하는 바람에 벌어진 사단"이라며 "사실 토지주와 대행사끼리 분쟁인데 엄한 직원들이 생계를 걱정하는 상황에 몰렸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조합 가입자들은 총 1850만원을 내고 분양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 중 조합비는 1000만원, 나머지 850만원은 사업운영비 명목으로 책정돼 있다.

이에 비대위 관계자는 "조합비와 운영비 관리 계좌를 따로 운영하고 당초 조합원 분담금의 50%를 채워주면 운영비를 보전해주겠다는 약속도 받았었다"면서 "상당수 직원들은 자비를 써가며 가입자 유치에 정성을 쏟았는데 운영비까지 묶어버린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대행사·신탁사 '메아리도 없이 길어진 침묵'

원흥주택은 지난 4월 조합과 매매약정서를 체결하고 사업에 합류했다. 매매약정서는 본계약 이전에 맺는 일종의 사전약정이다. 실제 계약금 일부가 집행되지 않거나 약정한 기간이 지나면 본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청원산업 K대표가 매매약정서를 체결하며 약속했던 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일이 틀어졌다는 게 원흥주택 측 주장이다.

핵심은 30층 이상 일반분양 추진 여부였다. K대표가 "30층 이상은 '일반분양', 이하는 '조합원 분양'으로 구분하겠다"고 해 받아들였는데, 정작 조합원 모집이 시작되자 얼굴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원흥주택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계약서 등 서면에 명시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우리가 사업의 주체인 줄 알고 시작했는데 가장 큰 약속을 깬 것을 비롯해 기대한 것과 달라 손을 떼기로 한 것"이라고 응대했다.

'녹양역 스카이59' 조합원 모집 홍보문 일부. ⓒ 녹양역 스카이59 홍보관

실제, 스카이59가 들어설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 91-2번지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원흥주택은 지난해 12월 K대표가 운영하는 또 다른 법인으로부터 4919㎡(약 1490평)를 사들인 것으로 돼 있다. 그만큼 스카이59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일련의 갈등으로 원흥주택은 매매약정서 체결 한 달여 만에 무궁화신탁에 토지소유권 분쟁을 이유로 자금집행정지를 요청했다. 신탁사는 이를 받아들였고 직원 수당을 비롯해 자금집행을 중단시켰다.

회사 관계자는 "청원산업이 업무대행사로서 돈 한 푼 안 들이고 조합비로만 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면서 "최소한 가입자들의 손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자금집행을 정지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응수했다.

반면 무궁화신탁은 거듭된 취재요청에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부동산신탁업계에서는 무궁화신탁의 침묵이 일종의 방어 전략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무궁화신탁이 작년에 대형로펌 출신 최대주주를 맞으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인력과 조직이 두 배 가까이 불었고 '대어급' 사외이사와 고문을 대거 영입하면서 중량감이 크게 늘었다"고 귀띔했다.

그에 따르면 무궁화신탁은 올해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과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을 사외이사와 고문으로 선임한데 이어 주요 시행사 출신 인사도 영입대상에 올랐다. 중요한 시기에 몸조심 한다는 차원에서 무대응 전략은 나쁘지 않다.

현재 조합 및 사업승인 인가에서 키를 쥔 것은 토지주인 원흥주택이다. 이미 조합원 모집률 50% 이상을 달성한 스카이59는 사업부지 면적의 80% 이상에 대한 토지사용승낙서를 확보해야 정식 조합으로 출범할 수 있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뒤에도 2년 안에 주택건설대지 95% 이상을 소유, 사업계획승인 신청까지 마쳐야 한다.

하지만 원흥주택은 청원산업과의 결별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갈등이 봉합되거나 아예 사업대행사를 재선정할 수도 있다. 조합 역시 원흥주택에 소유권이전금지청구권 가처분신청 및 본안소송으로 맞서면서 짧은 시일 내에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4월 지역주택조합의 회계감사를 기존 2회에서 3회로 늘리는 주택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설립인가 조합만 감사 대상에 포함돼 반쪽짜리 시행령이라는 비판이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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