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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명목금리제약 같은 북핵, 신북방정책 약효 보려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9.08 09:02:37

[프라임경제] 우리 경제가 과거 일본과 같은 '유동성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7일 한 콘퍼런스에서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권규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 하락'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게 눈길을 끈다.

이 글에서 눈길을 끄는 개념은 일명 '자연이자율'과 '명목금리제약'이다. 조 금통위원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그 결과 자연이자율도 대폭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자연이자율은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의 금리로, 일종의 장기 균형 이자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자연이자율은 1990년대 이래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 결과 한국은행이 낮출 수 있는 금리의 최저 수준이 자연이자율보다 높게 되는 명목금리제약이 만성 질환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명목금리제약은 1990년대 일본을 괴롭힌 장기침체 상황에서 발생한 유동성 함정을 불러온다. 경제가 전체적으로 성장률이 너무 떨어지고, 이때문에 돈을 빌려다 투자를 해도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지 않으면 가계와 기업이 돈을 빌리지 않는다. 그런데 마이너스 금리로 돈을 빌려줄 수는 없다. 결국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경제가 회복되지 못한다.

이것은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을 일시적으로 잘못 처리해서라거나, 경제 상황에서 어느 정부가 단기 정책 하나를 잘못 조작해서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오래도록, 그 경제가 그런 체질로 변화해 결국은 활력을 잃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장기적 질병이다. 아울러 그 징후가 감지됐을 때는 이미 상황이 상당히 나빠진 뒤이므로 명목금리제약이 실제로 나타나기 전 엄청난 경제 활성화 대책을 강구해야만 한다.

지금 북핵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할 일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리아 패싱'을 당하고 있다며 당국을 질책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답답한 마음에 하는 소리겠지만 북한이 핵을 개발해온 긴 기간 동안 대처 방향을 잘못 잡았기 때문에 온 현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보수정권이 틀렸다든지, 햇볕정책이 치명적 패착이었다든지 하는 것 모두 때늦은 '결과론적 해설'일 따름이다.

마치 명목금리제약 상황 같이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는다. 그렇다고 잘 듣지 않는 브레이크만 매만지고 있어도 곤란하다. 문재인 정부가 '신동방정책'을 통해 러시아 등 그간 다소 소원했거나 큰 교류 물꼬를 터본 적 없는 유라시아 국가 전반의 문을 두드린다고 한다. 대단히 큰 돈이 들고, 북핵은 일각이 여삼추인 상황에 너무 장기 관점에서 일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올 수 있다. 어중간한 자세로 접근했다간 자칫 러시아 등에게 좋은 일만 해줄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다행히 경제적 위상이 높은 강국이어서 이런 방법이라도 강구할 수 있다. 남은 것은 돈으로 평화를 사겠다는 근시안적 태도가 아니라, 외교안보를 위협하는 적에게 가진 것을 모두 털어서라도 지구전으로 맞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일일 것이다. 일본 경제가 지독한 유동성 함정을 견딘 정신력을 우리 외교안보에 접목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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