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정리 거자필반] 해고 규모 '사실상 간섭' 받는 경우, 책임은?

2017-09-08 09:51:02

[프라임경제] 사람은 모이면 언제고 헤어지게 마련(會者定離), 헤어진 사람은 또다시 만나게 마련입니다(去者必反). 하지만 반갑게 만나서 헤어지지 못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바로 근로고용관계인데요. 회사가 정리(會社整理) 해고를 잘못한 경우 노동자가 꿋꿋하게 돌아온 거자필반 사례를 모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징계나 부당노동행위를 극복한 사례도 함께 다룹니다. 관련 문제의 본질적 해결 방안도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사용자 주장: 우리 회사는 입찰로 OO기업 사옥 청소 업무를 맡은 업체입니다. 

저번 계약으로 앞서 업무를 맡았던 A사에서 인원 26명 인계를 받았는데, 저희가 이번에 새로 들어올 때에는 OO기업으로부터 24명 정원으로 계약을 맺고 들어왔습니다. 


그새 정원이 2명 줄어든 거죠. 


아무튼 긴 관점에서 OO기업 사옥이라는 곳에서 청소일하는 사람의 규모를 놓고 보면 '감원'이겠지만, 저희 회사 입장만 놓고 보면 '원래 24명짜리 계약'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고요. 


그러니 26명을 다 쓰고 싶어도 어쨌든 둘을 줄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막상 OO기업이나 A사에서는 기존 인원의 인사고과나 이런 자료가 없다고 하고요. 백지 상태에서 사람을 2명 추려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 된 거죠.

그런 차에 근무자들 사이에서 "B씨와 C씨 둘과는 이제 도저히 같이 못하겠다"는 탄원서가 연명으로 제출됐고요. 저희는 그런 평판이 유일한 자료다시피 하니, 전체적인 업무 협력을 고려해서 화합이 안 되는 이 2명을 고용하지 않기로 한 겁니다. 이게 문제가 되나요? 

근로자 주장: 전체적으로 필요한 인원이 줄어들어 새 계약에서 인원 규모를 아예 줄이자는 게 OO기업의 꼼수인 것 같은데요.

아무튼 그 꼼수에 말려들어 아무 생각없이 해고에 나선 D맨파워주식회사의 대응 방식이 실망스럽고요. 그 꼼수대로 해고를 하더라도 상식적인 방법으로 했어야 하는데 D사에서는 전혀 그런 조치를 하지 않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근무자들이 앞서 고용계약 당사자인 A사, 그 배후의 OO기업에 많이 따지기도 하고 해서 근무환경을 조금 개선한 적이 있는데요. 전엔 휴게실도 따로 없고, 휴식시간에도 자꾸 자잘한 일을 하도록 하는 등 처우가 너무 좋지 않아서 그랬던 거죠.

이를 테면 노조운동 비슷하게 앞장선 게 B, C 등등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번에 명목상 고용주 회사가 A사에서 D로 바뀌면서 인력 규모를 줄이기로 한 것인데요. 이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사람들 사이에서 "앞장서서 그러더니 막상 한 게 뭐 있느냐, 오히려 나빠진 게 아니냐, 괜히 분란 일으켜서 오히려 해고당하는 사람 나오게 생겼다"는 식으로 원성이 B, C 등등에게 쏠리게 된 겁니다.

아예 "2명 줄인다니 제일 말 많았던 그 2명이 나가면 되겠네"라며 연판장까지 나돌게 됐고요. 

D사도 그렇지만, 손 안 대고 코 푼 OO기업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요? 

중앙노동위원회 중앙2017부해428/부노68 사건을 참조해 변형·재구성한 사례

사실상 고용주는 따로 있지만, 막상 위탁계약이라는 형식을 빌어 작은 인력고용회사를 앞세우는 경우입니다. 이들 인력회사는 계속 바뀌고 근무자들과 새로 계약을 갱신해 나가는 것이죠.

막상  OO기업은 '우리는 당사자가 아니니까'라며 뒤에 물러앉아 있지만, 이렇게 고용의 규모를 줄인다든지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문제가 있을 경우 적당한 압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일정한 분란을 만들어 사실상 누구를 내보낼 지 간섭과 훈수를 두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죠.

이 사건에서는 결국 D사의 해고가 문제라고 판정해 '원직에 복직, 부당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지급'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다만 OO기업의 부동노동행위 부분까지는 인정되지 않았는데요, 이 경우 중간에 낀 D사만 사실상 사람을 줄이라는 간섭만 받고 그 구체적인 판단 방법이나 자료, 위로금 등 사실상 들어갈 비용 등은 모두 자기 부담으로 떠안게 되는 모순이 생깁니다.

누군가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와중에 콧물은 다른 이에게 묻는 셈이죠.

적어도 이런 경우 줄어드는 고용 규모에 대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OO기업 같은 진짜 갑들의 입장 표명이나 협조를 강제하는 방법이 새로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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