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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철수 안할 명분 없는' 한국GM에 카젬 사장이 제격인 이유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17.09.08 16:25:22

[프라임경제] "뭣이 중한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중한지도 모름서···"

지난해 개봉과 동시에 최종관객 688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 '곡성(哭聲)'에 나오는 명대사다.

극 중 경찰인 아버지 전종구(곽도원 분)가 이상증세를 보이는 귀신들린 딸 전효진(김환희 분)에게 "니 그 사람 만난 적 있제? 말혀 봐. 중요한 문제잉께"라고 묻자, 효진이 눈을 흘기면서 귀기(鬼氣)어린 소리로 던진 대사다.

'과연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아느냐?'는 반문이다. 이 짧은 대사는 '철수설'에 휩싸인 한국GM에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무엇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지 되짚게 만든다.

사실 '한국GM 철수설'은 계속되는 판매 부진과 더불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도 평탄치 못한 한국GM이 글로벌 GM '구조조정' 타깃이 되고 있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한국GM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 역시 철수에 대한 우려와 방어 한계를 인정하며, 사실상 GM의 한국 철수설을 공식화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새롭게 취임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지난해 1월 GM 인도 사장으로 승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펼치면서 1년5개월 만에 인도시장 철수 및 공장 매각을 진행한 '전적(前績)'까지 공개됐다. 결국 이런 한국GM 전후 상황은 'GM 철수설'을 그저 부정만 하기엔 어려운 처지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글로벌 GM 내에서 한국GM이 갖는 입지는 어떠한가. 한국GM은 지난달 회사 출범(2002년) 이래 '완성차 누적 생산 1000만대'를 기록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한국GM 디자인센터도 글로벌 GM 디자인 개발 프로그램을 담당하면서 쉐보레 경·소형차와 소형 SUV프로그램은 물론, 뷰익 및 GMC 주력 제품 디자인도 맡아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이런 능력을 높이 평가한 글로벌 GM 역시 한국GM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제임스 김을 비롯한 이전 한국GM 사장들은 부임 이후 본질적 문제인 수익성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가한 동시에 400억원을 투자하며 한국GM 디자인센터를 2배 이상 확장하기도 했다.

다만 글로벌 GM 입장에선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살펴봤을 때 '철수하지 않아야 할 명분'이 없어 보인다. 국내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판매를 늘리는 다른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들과는 달리, 한국GM은 이러다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현재(8월 기준)까지 전년대비 7.1% 판매가 줄어든 한국GM은 특히 내수에서 17.9%나 줄어드는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여기에 '강성노조'인 한국GM 노조도 글로벌 GM 입장에서는 골칫덩어리로 비치며, 급격한 인건비 상승 등 수익성도 낮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젬 사장 취임'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오히려 '소방수' 역할을 책임질 적임자라고 판단될 정도다.

물론 카젬 사장이 수익성 향상을 위한 대책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이는 뼈와 살을 깎는 대책이긴 하지만, 수익성이 낮은 한국GM 입장에선 '철수'라는 최악의 상황보단 '필수불가결한 수단'으로 진단된다.

미국 군인이자 정치가였던 조지 마셜은 "전투는 단지 극복돼야 하는 어려움의 연속일 뿐이며 장비부족·식량부족 등 무엇 무엇이 부족하다는 말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승리함으로써 자기 능력을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라고 말했다.

한 무리의 리더에 대한 기대감은 위기국면에서 고조된다. 조직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조직원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리더라는 것이다. 과연 새로 취임할 카젬 사장이 '위기의 소용돌이'에서 휘청이는 한국GM을 구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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