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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업계의 블라인드 채용? 불안불안 스팩합병

스팩상장 예비심사 신청 23건…합병상장 후 주가는↓

한예주 기자 | hyj@newsprime.co.kr | 2017.09.13 15:55:29

[프라임경제] 올해 들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합병을 통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이 크게 늘어났다. 직접상장보다 비교적 절차가 간소하고 리스크도 적다는 장점 때문인 것으로 진단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거래소의 승인심사가 까다로워져 합병무산 스팩이 늘어났고, 막상 상장이 성사돼도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해 지속적인 증가세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비상장기업이 상장하는 방법은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를 거치는 것과 비상장기업이 기존 상장기업을 인수하는 경우, 스팩 합병상장까지 총 세 가지다.

이 중 스팩은 기업인수합병(M&A) 상장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인데 기업 상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09년 도입됐다. 투자금을 모아 상장한 뒤 합병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 이익을 참여자들과 나누며, 이미 상장된 스팩과 합병하는 구조여서 수요 예측이나 청약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스팩은 합병 상장한 뒤 소멸하고, 3년 안에 비상장기업과 합병하지 않으면 청산절차를 거치게 된다. 공모가는 일률적으로 주당 2000원 수준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스팩합병을 통한 코스닥 상장을 위해 예비심사를 신청한 기업은 최근 신청한 유니맥스까지 총 23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전체 규모인 23건과 동일한 수준이다.

'까다로운 심사' 검증받은 합병상장, 승인 직후 주가↑

평소 주가에 영향을 받을 큰 이슈가 없는 스팩들은 거래소로부터 합병 상장이 승인된 다음 날 대부분 주가가 급등했다.

메디오젠과 합병을 추진 중인 대우스팩3호(215580)는 지난달 25일 가격제한폭까지 주가가 오르며 3380원에 종가를 적었다. 지난 6월23일 비상장법인인 메디오젠과의 합병을 결정한 대우스팩3호는 합병심사기간에 주권거래 매매가 정지됐다가 승인발표 후 거래가 재개되자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다음 거래일이었던 28일 간신히 3000원대를 유지하다가 2000원대로 다시 주가가 떨어지며 13일 오후 2시 현재는 2165원까지 밀렸다.

대우스팩3호에 앞서 승인을 얻은 하이제2호스팩(205470)과 케이프이에스스팩(220260)도 각각 휴마시스와 켐트로스와의 합병소식에 승인 이튿날 상한가로 직행했다.

특히 케이프이에스스팩은 합병을 결정한 지난 4월7일 2649원이던 주가가 한때 8830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현재는 코스닥시장에서 6270원에 거래 중이다.

이에 대해 업계관계자들은 한국거래소가 올 들어 40% 넘는 합병 상장 건에 퇴짜를 놓는 등 심사를 까다롭게 하며 승인 문턱을 넘은 기업들의 가치가 부각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올해 진행한 스팩 심사는 모두 14건으로 이 가운데 6건(43%)은 미승인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상장 후 존속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스팩들의 합병 승인 청구가 최근 집중돼 거래소가 심사를 강화하고 있어, 승인을 얻은 기업들은 검증된 종목이라는 믿음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끈다는 의견을 낸다.

합병 취소 사례도 늘어…이슈 이후 주가는 '지지부진'

이렇듯 거래소의 스팩 합병심사가 깐깐해지며 합병상장예비심사에서 고배를 마시거나 자진 철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일 IBKS제3호스팩(225430)은 이사 청소 가사 플랫폼 중개서비스업체인 영구크린과의 합병이 취소됐다고 공시했다. 그 전날엔 교보5호스팩(223040)이 나무기술과의 합병결정을 자진 철회한 바 있다.

지난달엔 골든브릿지제2호스팩과 엔터미디어가 합병상장예비심사를 철회했고, 휴먼스캔과 합병을 시도한 NH에스엘스팩, 줌인터넷과 골든브릿지제3호스팩의 합병 또한 미승인됐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 문제는 좀처럼 합병 승인이 어려운 상황을 뚫고 상장에 성공한 기업들의 주가가 영 부진하다는 점이다.

지난 31일 합병상장 후 첫 거래에 나선 디딤은 2210원의 시가를 기록한 이후 5거래일연속 하락하며 2050원까지 내려갔다. 13일 현재에도 전일 대비 2.38% 떨어진 2050원에 거래 중이다.

가장 최근 엔에이치스팩8호와 합병상장한 RFHIC(218410) 또한 상장 첫날인 지난 1일 전 거래일 대비 7.83% 하락한 1825원에 장을 마무리했다. 장 초반에는 살짝 상승하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폭이 커졌다. 장중 한때 9.09%까지 빠지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에 스팩 합병상장을 노리는 기업들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염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상당수 IR담당자들은 지금도 스팩합병은 호불호가 굉장히 갈리는데 합병 후엔 대부분 주가가 2000원 이하로 떨어져 기피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에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도 "스팩 합병상장은 공모 및 청약절차가 없어 실제 투자자 수요를 파악하기 상대적으로 어렵다"며 "합병 성공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합병과정에서 적정가치 평가 논란과 업황 부진이 겹칠 경우 주가가 하락할 수 있으니 꼼꼼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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