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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마저 벼랑에…여의도와 골 깊어지는 靑 3대 과제

정치권과 역할관계 정립 후 지방선거 비롯한 대처 필요성 높아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9.13 18:08:12

[프라임경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마저 벼랑에 내몰렸다. 진보적 성향의 대법원장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13일 국회에서 박성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부적격 의견'으로 채택한 상황이라 빛이 일정 부분 바랬다는 평이 나온다.

특히 박 후보자의 보고서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부적격 채택이라는 점에서 청와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등도 야권의 탐탁하지 않은 반응에도 임명이 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어디까지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이뤄진 경우이고, 명시적으로 부적격 의견을 받은 이를 임명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과보고서 없이 임명사례 많지만, 박성진은 부담  

우선 그간 너무 많은 인사 논란을 빚어온 정부가 또 '창조과학''생활보수' 등 각종 논란을 빚어온 인사를 임명하는 강수를 둬야 하는지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 여당과의 관계 문제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최종 채택 과정에서 의원 일부가 자리를 뜨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여야 합의로 부적격 보고서가 채택되는 상황만은 어떻게든 피해주려고 한 셈이다. 다만 이 인사의 경우 도저히 안 된다는 사실상의 신호를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많다.

청와대에 대한 여당의 이런 의사 표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후,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이 '김이수 부결'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국민의당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그간 협상 과정을 여과 없이 설명했다는 것.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 뉴스1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등이 박 후보자는 물론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3명의 경질을 김 후보자 인준안의 통과조건으로 제시했다는 내용이다. 다만 우 원내대표는 "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고, 식약처장과 탁 행정관은 대통령의 인사권인데 원내대표가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물리치는 한편 "차라리 (공식적인) 조건으로 걸라고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청와대와 여당간의 역할 분담이 정확히 이뤄지고 있고 민주적 정당 내에서 이견이 당연히 존재할 수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미 사드 배치 문제 등을 놓고 당내 불협화음이 존재하는 와중에 당청관계에 대한 불안감이 제기된 바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확연히 다른 정치 구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청와대가 고심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당청관계 강화가 첫 과제, 다음은 '문재인 청와대' 모델 정립

제왕적 권위를 가진 정치지도자가 당수를 맡거나 뒤에서 당에 대한 오너십을 발휘하고 집권한 이후에도 당청관계를 그렇게 가져가는 경우에는 여야간 조율만 신경쓰면 됐다.

하지만 현재 40석짜리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 맛을 즐기고 있어 여당의 위력은 크지 않고, 그 여당마저 청와대와 온도차가 하나도 없는 생각을 가졌는지 단언할 수  없다.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 등을 고려 3당 체제(바른정당까지 합치면 4당 체제)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스스로 정치에 일정 부분 거리를 둔 바 있었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지냈지만, 당의 차출 요청(출마)과 선을 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여의도에 입성한 것은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별세 후 19대 국회의원으로 나서면서부터였다.

당청관계 모델을 정립하는 것은 따라서 무턱대고 굳건한 당청관계를 강조하기만 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9월 정기국회는 물론,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이어지는 정치 레이스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도 반드시 그렇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가 개별 정치 상황에 발을 담그지 않고 여의도 일반과 거리를 두는 모델을 굳힐 것인지 혹은 여권과 협력 모델을 강화할지, 또 야권과의 대화 가능성은 어느 정도 열어둘지 이번 기회에 정립해야 한다. 이번 인사 고난은 여의도 정치와 관계를 지금처럼 안고 가서는 각종 고생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인사 검증 개선은 부산물? 사법·검찰 개혁 속도내야

인사의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성은 무척 높다. 문 대통령조차 지난 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금까지의 인사를 되돌아보면서 인사시스템을 보완·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사수석실 산하에 인사시스템의 보완과 개선을 자문할 인사자문회의를 뒀으면 한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문제 정도이지, 일의 본령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법조(사법부와 검찰) 개혁의 골든타임을 살리는 게 관건이다. 사법부와 헌법재판소의 경우 '김이수 낙마와 김명수 고전'으로 개혁 시도 날개가 일부 꺾인 지금이다.

지난 6월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개인적 의혹으로 불명예 사퇴하는 등 검찰 개혁 시도에도 냉각 효과가 일부 일어난 바 있다. 이후 박상기 법무부 장관 임명에도 불구하고 인사 검증 부실 논란으로 조국 민정수석의 입지가 축소되면서 검찰 개혁도 일부 인사의 세대 교체 정도에 머문 게 사실이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조개혁이 과연 어떤 모습인지 빠른 시일 내에 새 청사진을 제시하는 작업에 착수할 때라는 얘기다. 이들 과제들이 모두 쉽지 않은 일인만큼 청와대의 분발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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