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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꽃이라더니…" 보험사 압박에 시든 설계사

 

김수경 기자 | ksk@newsprime.co.kr | 2017.09.15 13:58:41
[프라임경제] '보험의 꽃'이라는 별명이 무색할 만큼 보험설계사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감탄고토(甘呑苦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라는 사자성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4차 혁명이 도래한 시대의 흐름을 타고 온라인 채널이 성장하는 것이 당연한 지금의 이치다. 보험사들은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IT기술을 활용한 여러 서비스와 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생명보험협회(생보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생보사의 온라인채널 초회보험료는 57억5200만원으로 전년 상반기보다 19.26% 늘었다. 같은 기간 대면채널의 초회보험료는 25% 줄어든 5조557억7000만원에 머물렀다. 지난 6월 기준 생보사 설계사가 2014년 같은 달보다 1만여명이나 감소한 이유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지만 보험사들은 설계사를 구조할 대책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설계사가 상품 소개, 판매부터 고객 관리까지 담당하는 데도 말이다. 아예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보험사마다 설계사들을 잡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며 새로운 설계사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뿌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설계사가 '개인 사업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이 당하는 언어폭력이나 실적 압박에 따른 부당 해촉의 경우는 눈 감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난 5일 푸르덴셜생명의 모 지점장은 오후 역삼동에 위치한 회사 건물 21층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연이은 악의적인 평가를 받고 해촉당하자 결국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전언이 들린다. 지난 1996년부터 입사한 이 지점장은 회사와 이견이 생기며 갖은 문제가 생겼으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회사의 시스템은 전무했다. 

이에 커티스 장 푸르덴셜생명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를 조사했으며 해당 본부장들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는 내용의 공지를 직원들에게 돌렸다. 그러나 영업현장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는 푸르덴셜생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다수 보험사 대리점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일들 때문에 목숨을 끊은 보험설계사들의 사례를 찾으려면 수도 없다. 

한 보험 설계사는 "지점장이 정기적인 회의에 저성과자들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일이 빈번하다"며 "저성과가 지속될 경우에는 이유 없는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일상다반사"라고 현실적인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근 현대라이프생명의 사례도 설계사들에게 큰 이슈다. 영업 악화로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개인영업을 중단하고 지점을 없앴다. 대다수의 설계사들이 갈 곳을 잃은 것이다. 임직원들에게는 최대 40개월 치의 위로금이 지급되지만 자영업자인 설계사들은 빈손으로 집에 가게 된다.

그나마 살아남은 설계사들은 판매수수료 50%를 삭감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보험설계사들의 부당한 행위를 줄이기 위해 회사가 해줄 것은 많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의 전형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보험사들은 얼마나 더 많은 설계사들의 목숨을 위협할 것인가. 이제라도 그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 시스템을 마련하고 또 개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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