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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 죽겠다" 곡소리 나오는 후판 협상 테이블

"순환휴직까지 하는데…" 조선사 탄식에 유통향 가격인상 대응하는 철강사

전혜인 기자 | jhi@newsprime.co.kr | 2017.09.18 14:39:05

[프라임경제] 올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아무리 늦어도 8월을 넘기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도 10월 말에야 협상을 마무리한데 이어 올해에도 아직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입장차가 팽팽하기 때문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005490)·현대제철(004020)·동국제강(001230) 등 주요 공급사들은 현재 조선사들과 후판 가격협상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각 업체별로 협상을 진행하지만, 최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조선업계의 어려움을 호소 '업계 간 상생'을 주장하면서 업계 간 이야기로 공론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선가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와 최근 후판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조선업계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상황은 선박의 가격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선박시장이 다시 살아나고는 있으나 그 역시도 대형 선사들이 선가가 낮은 현재 발주량을 늘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그마저도 정부의 금융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수주가 원활하지 않다. 최대 40%까지 육박했던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량 점유율은 지난해 17.5%까지 하락했다. 현재 한국 조선소의 수주잔량 점유율도 21.6% 수준으로 34.6%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 한참 밀린다.

이런 상황에서 선박 건조비용 중 약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의 인상은 조선사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는 다소 회복세에 접어든 철강사와는 달리 최근 일감 부족으로 생산직 순환휴업까지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업황이 여전히 부진하다.

협회는 "철강업체들은 비록 후판사업이 적자를 냈다고 해도 타 사업군의 고부가가치제품 판매 노력, 국내 건설수요 호조 등에 힘입어 전반적인 흑자를 거뒀다"며 "상생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반기 후판 가격 인상을 두고 철강사와 조선사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수작업으로 슬라브 표면 균열을 정리하는 모습. ⓒ 뉴스1

실제로 철강업계는 최근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의 영향으로 실적이 회복세에 들어서 있다. 올 상반기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은 연결재무제표기준으로 △포스코 7.8% △현대제철 7.6% △동국제강 3.7% 등의 영업이익률을 거뒀다.

그러나 철강업계로서도 적자를 감수하면서 후판 가격을 동결 또는 인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조선업계의 불황 때문에 적극적으로 인상을 요구하지 못했으나 수요까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적자폭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사들은 조선소향 후판 협상가격은 지난해부터 소폭 인상됐으나 원자재 가격 인상 정도를 따라가지 못해 이번 하반기에는 이보다 더 큰 폭의 가격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철강사들의 후판 부문 실적은 계속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철강사들은 유통향 후판 가격을 연속 인상하면서 강경한 인상 의지를 높이고 있다. 하반기 들어 철강사들이 꾸준히 유통향 가격을 인상한 결과 현재 판매점 가격이 톤당 70만원대에 육박한다.

협상이 길어지고 있지만 조선사보다는 철강사들이 조금 더 여유로운 분위기다. 3분기가 지나서 협상이 완료되더라도 양측의 합의에 따라 가격을 소급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등 수입 후판 가격 역시 전 세계적인 공급부족 현상으로 국내 가격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점도 철강사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등 국내 전방산업 실적이 좋지 않아 전 세계적인 철강가격 인상 분위기에 비해 국내에서는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며 "상반기 자동차강판 등 주요 제품 협상에서 인상 요인을 충족하지 못한 만큼 하반기 협상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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