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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숨길 수 없던, 숨기지 않아야 했던…

 

백유진 기자 | byj@newsprime.co.kr | 2017.09.18 15:47:16
[프라임경제] 지난 주말 영화 '택시운전사'가 13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택시운전사는 지난 15일 7152명을 돌파해 누적관객수 1215만5448명이 됐습니다. 이는 역대 한국영화 흥행순위 9위로 이후 1300만 돌파에 성공하면 5위까지 넘볼 수 있는 상황인데요.

이 영화의 장기흥행은 1980년에 일어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내용이라 더 뜻깊습니다.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현장을 취재해 이를 전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도왔던 택시운전사 고 김사복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요.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지난달 13일 문재인 대통령도 택시운전사를 관람한 뒤 "아직까지 광주의 진실이 다 규명되지 못했는데 이것은 우리에게 남은 과제"라며 "이 영화가 그 과제를 푸는 데 큰 힘을 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밝혀지지 못한 진실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지난 2014년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세월호' 침몰 역시 그 중 하나겠죠. 

지난 5월 방문했던 목포신항의 철재 조형물. ⓒ 프라임경제

사진은 지난달 5월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목포신항을 방문했을 당시 찍었던 사진입니다. 세월호는 참사 1091일 만인 지난 4월11일 인양이 완료돼 목포신항에 거치됐는데요. 멀리서 바라본 세월호와 '진실에 매달린 노란리본'의 모습은 참으로 쓸쓸해 보이더군요.

정권이 바뀌면서 세월호 문제가 빠르게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아직 우리에게 남은 숙제는 많습니다. 미수습자 9명 중 단원고 남현철·박영인 군, 양승진 교사, 권재근·혁규 부자 총 5명은 아직 가족 품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이달 말 미수습자 수색을 모두 종료하고 빠르면 내달부터 침몰원인 규명 등 진상조사에 본격 착수할 계획인데요. 

특히 지난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세월호 선체조사위가 복구한 선체 화물칸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입수해 공개하면서 침몰 원인 규명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습니다.

블랙박스에 설정된 날짜와 시간이 정확하지 않아 침몰시점을 파악하기는 다소 어렵겠지만,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지고 세월호 내부로 물이 들어오는 순간이 담겨져 있어 침몰 당시 화물칸의 전체 상황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다시 택시운전사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1980년 당시 독일 제1공영방송 ARD 소속 일본 특파원이었던 위르겐 힌츠페터는 라디오를 통해 우연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듣고 김사복 씨와 함께 광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는 계엄군의 삼엄한 통제를 뚫고 광주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 전 세계에 진실을 알렸죠. 

당시 상황으로 봤을 때 이 두 사람은 진실을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무방할 겁니다. 이를 보면 누군가에 의해 숨겨졌던 진실을 밝혀내는 것은 목숨을 걸 수 있을 만큼의 절실한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책상머리에 앉아 세월호 미수습자들이 하루 빨리 발견되길, 침몰 원인이 명백하게 드러나길 바라고만 있는 제가 부끄러워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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