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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벤토탐방] 연어만한 생선 또 있을까

"벤토 알면 문화 보이고, 문화 알면 일본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 bsjang56@hanmail.net | 2017.09.20 12:01:47

[프라임경제] 해물요리가 발달한 일본이지만, 연어처럼 다양한 조리법이 개발된 생선은 흔치 않다. 연어는 일본에서 구이·장국·찌개·후리카케 등 반찬, 회나 튀김 계열 안주, 훈제와 통조림 같은 보존식품 형태로 식탁에 오른다. 벤토 반찬이나 오니기리 고명으로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혼케카마도야 베니사케 벤토이다. 가격은 490엔. ⓒ 혼케카마도야 홈페이지

연어는 어디 한 곳 버릴 데가 없다. 몸통은 횟감이나 초밥, 해물 돈부리 재료로 사용된다. 토막 친 구이는 김·날계란과 함께 일본의 전형적인 아침상을 구성하는 요소다. 

스지코(筋子)라 불리는 연어 알은 소금이나 간장에 절여 먹기도 하고 오니기리나 초밥 재료로 쓴다. 스시 집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쿠라'는 스지코 덩어리를 해체한 낱개 알을 가리킨다. 

DNA가 풍부한 수컷의 정소는 핵산 드링크나 의료품 원료가 되며 심장·간장 등 내장 부분도 버터구이나 꼬치구이 재료로 사용된다. 코 끝 연골부분(氷頭·히즈)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니아들이 즐기는 부위다. 

젤라틴이 풍부한 머리와 눈 주변 살은 구이나 조림용으로 그만이다. 하찮아 보이는 비늘도 해양성 콜라겐의 원료로 쓰인다. 심지어 등뼈를 고아 만든 통조림이 나올 정도니 연어는 인간에게 자신의 몸을 송두리째 공양하고 있다. 

최근 히로시마대학 등 연구 그룹이 연어 정소에 들어있는 인산(燐酸)으로 희토류를 용이하게 채취하는 방법까지 발견했다고 한다. 경외감마저 든다. 

연어는 선사시대 패총에서 뼈가 나올 정도로 긴 세월 일본 열도와 역사를 함께 해왔다. 일본 내에서도 서식환경이 좋은 홋카이도에는 연어를 전통방식으로 염장하는 '아라마키'나 '이즈시'가 남아있다. 우리나라 김치나 가자미 식혜처럼 유산균을 이용해 발효시키는 향토음식이다. 

연어는 일본어로 '사케' 또는 '샤케'라 한다. 영어 Salmon의 일본식 표현인 '사-몬'으로 통하기도 한다. 한자로는 규(鮭)다. 

연어는 회귀성 어종이다. 겨울철 강에서 부화해 5㎝ 정도 자란 뒤 3~4월경 무리를 지어 바다로 나간다. 처음에는 홋카이도 위 쪽 쿠릴열도나 오호츠크에서 생활하다 겨울철 북서 태평양으로 이동한다. 그 후 성어가 되면 산란을 위해 자신이 태어난 모천으로 돌아온다. 연어의 신비한 회귀능력은 개보다 수천 또는 수만 배 뛰어난 후각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일본에서 어획되는 연어는 대부분 홋카이도와 혼슈(本州)북부에서 어획하는 통칭 '시로자케'라는 종자다. 일본에서 사케하면 보통 이 연어를 가리키는데 포획 시기나 장소에 따라 호칭이 달라진다.

유통과정에서는 시로사케·아키사케·아키아지로 불리며 지역에 따라 이누마스·토키시라즈·부나 같은 이름이 붙기도 한다. 우리나라 새우젓이 육젓·오젓·추젓·자젓·곤쟁이젓으로 불리는 것처럼 말이다.

시로자케와 함께 널리 알려진 어종은 베니(紅)자케다. 이 연어는 고기 색깔이 붉고 살이 두툼해 일본인들이 좋아한다. 그러나 일본 근해에서는 잡히지 않아 러시아나 캐나다 산으로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이 연어는 수온이 낮은 북태평양이나 베링해에서 서식한다. 연어는 수온에 민감한 생물체인데 최근 지구온난화로 개체수가 계속 줄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베니자케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아 곧 멸절될 위기에 처한 종으로 분류됐다. 이밖에 일본에서는 대형 king-salmon이나 대서양연어가 유통된다.

연어 회나 초밥 등 생물요리에는 주로 대서양 산이 사용된다. 1980년대 후반부터 노르웨이가 일본시장 맞춤형을 위해 무균상태의 완전양식을 해 냉동상태로 공급하고 있다. 냉동처리를 하는 이유는 연어에 기생하는 해충을 저온에서 사멸시키기 위해서다.

일본은 현재 연어자원 확보를 위해 알을 인공부화 후 치어로 키워 바다에 내보내고 있다. 1876년 첫 실험에 성공한 후 1888년 홋카이도에 중앙부화장을 건설해 방류사업을 진행 중인 것. 성어의 회귀율은 지역에 따라 1~5%며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6270만마리가 회귀했다.

케이지(鮭兒)라 부르는 귀한 연어가 있다. 러시아 아무르 강에서 태어나 11월 일본 홋카이도 근해로 이동 중 포획되는 미성숙어다. 보통 연어 지방함량이 2~15%인데 비해 케이지는 20~30%에 이르러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꿈의 연어'로 통하고 있다. 시로자케 1만 마리를 건져 올리면 그 가운데 고작 1~2마리가 들어 있다고 한다. 

연어구이를 메인 반찬으로 구성하는 '사케(샤케) 벤토'는 전국 벤토 체인점이나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가격은 체인점의 경우 400엔대 후반이며 편의점은 그보다 저렴하다. 

다만 편의점 벤토는 저온에서 관리되므로 먹기 전 가열과정이 필요하다. 연어구이가 들어있는 또 다른 벤토가 마쿠노우치다. 이전 마쿠노우치편에서 설명한 '필수 3찬' 중 하나가 연어구이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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