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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가위만 같아라" 무색…늘어나는 상인들 '한숨'

최장 추석연휴에 해외여행 수요 최대…유커·내수침체로 '이중고'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17.09.21 14:36:18
[프라임경제] "연휴가 길어질수록 재래시장의 매출은 줄어들죠. 예전과 같은 중국인 관광객 특수도 없으니 상인들도 쉬기로 했습니다."

올 추석 사상 최장 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재래시장은 좀처럼 추석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길어진 연휴 탓에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재래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줄어든 탓이다.

국내 전통시장인 남대문시장은 연휴 전 미리 추석선물을 구입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백화점 선물세트 판매율이 급증하며 이른 추석 특수를 누리고 있는 대형 유통업계와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특히 대형할인마트처럼 대규모 물량공세나 할인행사를 진행할 수 없는 재래시장의 경우 상인들은 추석 연휴에 근무보다는 차라리 쉬는 것을 선택하는 분위기다. 

추석연휴를 2주 앞둔 남대문시장의 모습. = 추민선 기자


남대문시장에서 수입상가를 운영하는 박 모씨는 "추석연휴에 장사를 해봤자 인건비도 안 남는다.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데, 소매상들은 대기업처럼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마케팅 능력도 없다. 더불어 사드 보복으로 유커 특수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추석 연휴를 모두 쉴 수 없어 외향점포들은 추석명절 당일만 쉬고 나머지 연휴에는 모두 운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남대문의 한 외향점포 상인은 "연휴가 길고 손님이 없다고 모두 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관광객이나 남대문을 찾는 소비자들이 줄어든 건 맞지만, 명절 전 추석을 준비하는 소비자들도 있어 가게 문은 계속 열어 놓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외향점포는 그렇지만 상가 내 점포는 날짜를 지정해 휴무에 들어간다. 만약 추석 연휴에 남대문을 찾는다면 날짜별 휴장 상가를 잘 파악한 후 방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대문 시장의 상가 내 점포들은 층별, 상가별로 휴일을 지정해 4일에서 8일까지 휴장한다. 

남대문 시장 상가에서는 추석연휴 휴장일 안내문을 확인할 수 있다. = 추민선 기자

상가 내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유 모씨도 이번 추석 연휴에 5일 휴장을 결정했다. 그는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내수 경제가 활성화된다면 좋겠지만, 휴일이 길어질수록 재래시장은 더욱 힘들다"며 "자영업자가 5일을 쉰다는 의미는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이 모씨도 "전년도에 비해 30~40% 정도 매출이 줄어든 것 같다"며 "차례를 지내는 집이 줄어들면서 명절 대목도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후 올해 설 농·축수산물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7%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시행과 열흘간의 황금연휴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농수축산물에 집중하고 있는 재래시장 매출은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분위기는 재래시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선물세트 예약판매가 크게 늘고 있어서다. 

롯데, 현대, 신세계백화점들의 예약판매 매출은 각각 36.8%, 31.2%, 43.6% 늘어나며 전년도 대비 이른 추석 특수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마트 역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24.2%나 증가했고 롯데마트 역시 180.3% 급증했다.

백화점 찾은 고승진(53세)씨는 "추석연휴에 가족들과 서유럽 여행을 떠난다"며 "연휴에 찾아뵙지 못하는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선물하고자 백화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청탁금지법 이후 백화점에서도 저렴한 선물세트가 다양하게 준비돼 있어 재래시장 대신 백화점을 찾았다. 무엇보다 주차가 편하고 가격대도 비슷하다면 굳이 재래시장을 찾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른 추석특수로 예년과 달리 연휴가 다가올수록 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른 추석 특수가 반갑기는 하지만 그만큼 추석을 미리 준비하는 고객들이 많다는 의미"라며 "연휴가 다가올수록 매출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다양한 기획전, 이벤트를 마련해 내수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예년만큼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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