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배려천사캠페인] 마트 계산원에게 '감사하다' 인사해보기

 

이복임 울산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 press@newsprime.co.kr | 2017.09.22 11:14:41
[프라임경제] 며칠 전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한 이야기를 들으며 '손님은 왕'이라는 마케팅 전략이 우리 사회 깊숙이 체화된 것 같아 씁쓸함을 느꼈다. 

초등학교의 교과서에 '힘들게 일하는 계산원에 대한 배려'를 교육하기 위해 앉아서 일하는 마트 계산원의 그림을 실었는데, 놀랍게도 학생들 상당수가 이를 보고 '건방져 보인다' '예의 없어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이 그림을 계산원의 입장보다는 소비자나 경영자의 입장에서 바라봤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마트를 일주일에 한 번꼴로 간다. 사람이 붐비는 주말을 피해 주중 밤에 마트를 가는데 의자에 앉아서 계산하거나 쉬고 있는 계산원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한번은 왜 앉아서 계산하지 않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고객들이 보기에 공손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되어서란다. 

블랙컨슈머, 갑질 논란 등을 통해 감정노동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고객 응대 업무를 하는 근로자를 보호하자는 사회적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 고객들의 인식 수준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마트에서 쇼핑하면 최종 관문인 계산대를 지나야 한다. 계산원은 고객이 쇼핑하며 불편했던 것, 놓쳤던 것 등 모든 문제와 마주한다. 

물건 앞에 붙어 있는 할인 쿠폰을 가져오지 않았다거나, 생선을 담은 비닐에 구멍이 났다거나, 물건의 값이나 할인 정보를 잘못 알고 와 물건값이 많이 나왔다고 항의하는 등의 가벼운 문제들을 해결한다 하더라도 현금영수증이나 포인트 카드가 있느냐는 물음에 왜 매번 그딴 거 물어보느냐는 퉁명스러운 반응, 카드나 돈 던지기, 반말하기와 같은 무시하는 태도를 웃으며 넘겨야 한다. 

또 잔돈이나 카드를 받지 않았다거나 계산한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CCTV를 돌려가며 고객의 오해를 풀어줘야 한다. 

필자가 만난 한 계산원은 계산이 잘못된 고객에게 고객센터의 방향을 알려주다가 손가락질했다는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 웃으며 해명을 하려 했지만, 비웃는다며 고객의 화가 더 커져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단다. 관리자가 문제를 해결하러 온 뒤에도 고객의 고함 소리는 점점 더 커져 잘못한 것이 없다 생각했지만, 무릎을 꿇어서라도 고객을 돌려보내고 싶었다고 한다. 

아직도 억울해 눈물이 난다며 3년 전의 일을 어제 일처럼 이야기하는 이유는 당시 상처 난 마음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고 혼자 삭혔기 때문일 것이다.

마트 계산원이 없으면 어떨까. 아마도 할인을 받기 위해 물건 앞에 붙어 있는 쿠폰을 꼭 챙기고, 생선을 담은 비닐에 구멍이 날 경우를 대비해 비닐을 하나 더 챙길 것이다. 어쩌면 할인되는 카드와 포인트 적립하는 방법을 몰라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 

마트 계산원은 계산대에서 우리의 불평, 불만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계산 과정에서 고객이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가다. 계산원이 마음에 상처 입지 않고 보람차게 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계산원에 대한 고객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내 어머니, 내 아내 그리고 내 딸이 계산원일 수 있다. 가족을 대하듯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배려하면 어떨까.

그래도 지금은 참 좋아졌다는 게 계산원의 말이다. 계산대에서 무리하게 요구하는 손님이 있으면 주변 고객들이 갑질하지 말라며 도와주고 위로해 주기도 한단다. 도움을 받으면 '감사하다'고 말하고, 사과할 일이 있으면 '미안하다'고 말하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려면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계산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한 번쯤은 건넬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복임 울산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한국산업간호협회 이사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