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파리바게뜨 제빵사 불법파견 파장 "법적 대응 나설 것"

SPC "가맹점주들이 고용" vs 고용부 "인사·노무관리까지 직접 관여"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17.09.22 15:18:57
[프라임경제]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는 전국 3396개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5300여 명의 제빵사를 본사가 직접고용 하도록 시정지시를 내렸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사를 불법파견으로 판단했기 때문. 이에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는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1일 고용부는 파리바게뜨 본사와 제빵사를 공급하는 11개 협력(도급)업체, 가맹점과 직영점 56개소를 상대로 벌인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근로감독은 지난 7월11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50여 일간 진행됐다.

◆파리바게뜨, 실질적인 사용사업주

고용부가 불법파견 판단을 내린 이유는 파리바게뜨가 협력업체로부터 공급된 제빵기사 등에 대해 사실상 직접 지휘, 명령을 해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상 실질적인 사용사업주인 만큼 제빵기사들을 직접 채용할 의무가 있다는 게 고용부의 판단이다.

또한 파리바게뜨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허용하는 교육이나 훈련 외에도 제빵기사의 채용과 평가, 임금 등에 대한 일괄적인 기준을 마련한 것도 사실상 사용사업주 역할을 한 것이라는 게 고용부의 해석이다.

특히 파리바게뜨 본사 소속의 직원이 제빵기사들과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출퇴근 시간을 지켜달라' 등의 업무지시를 해온 것도 이런 판단을 뒷받침 한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법처리하고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추가로 제빵기사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등 110억1700만원도 빠른 시일 내에 지급하도록 지시했다. 

◆SPC "고용부 조치 수용할 수 없다"

이번 사례는 그동안 계속돼 온 프랜차이즈 업계 불법파견 논란에 대한 정부의 첫 판단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반면 파리바게뜨 본사가 이들 제빵기사를 과연 직접고용해야 하는지 법리적 결론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파견법은 보통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파견근로자 3자 간 근로계약이 이뤄진다. 외식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프랜차이즈가 비슷한 고용구조를 가지고 있어 향후 업계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고용부는 전국 3396개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5300여 명의 제빵사를 본사가 직접고용하도록 시정지시를 내렸다. ⓒ 프라임경제


반면 프랜차이즈 계약구조는 파리바게뜨와 비슷한 고용구조를 보이고 있는데,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를 본사가 직접 고용하지 않고 가맹점주가 협력업체 등의 제빵기사와 별도로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4자간에 이뤄지는 근로계약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고용부는 향후 타 프랜차이즈에 대해서도 근로감독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단속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SPC는 고용부의 조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PC 관계자는 "제빵기사들을 고용한 것은 파리바게뜨가 아니라 각 가맹점주들"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품질관리를 위한 교육을 하는 것은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 제빵기사들을 직접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SPC측은 가맹접주들의 부담이 증가하고 또 다른 파견법 위반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본사가 제빵·카페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 연간 2000억원 이상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돼 시정명령 자체 이행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직고용 시, 또 다른 '불법파견' 소지 논란

SPC가 제빵사들에 대해 직고용을 할 경우 또 다른 불법파견 소지도 남아 있다는 진단이다. 현행 파견법은 경비, 청소 등 32개 업종에만 파견근로를 허용하며 제빵기사는 파견근로가 허용되지 않는다. 

본사에서 직고용을 하고, 가맹점주가 제빵기사에게 업무지시를 할 경우 이 역시 파견법이 위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4자 관계를 기반으로 불법 파견이 확정된 사례가 없었다"며 "고용부가 법리적으로 과도하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제빵기사를 통제하는 것은 브랜드 유지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말 그대로 과도한 통제가 필요한 분야인데 고용부가 프랜차이즈업계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본사의 인건비 부담이 더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고 가맹점주와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며 "제빵기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SPC가 고용부의 시정명령이행을 받아들여 직고용할 경우 제빵사들은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 기간제 등으로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 경우 가맹점주들에게 파견이 아닌 기술직 등 지원인력으로 소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실제 지휘·명령을 한 파리바게뜨가 사용사업주

SPC와 관련 업계 반발에도 고용부는 SPC가 실제 사용사업주라는 기존 판단을 공고히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법원에서는 불법파견과 관련해 원청이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어도 2차 하청 노동자에 대해 직접 지휘·명령을 한 경우 원청에 불법파견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며 "파리바게뜨가 협력업체 또는 소속 제빵기사와의 계약관계와 무관하게 불법파견이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용사업주 여부는 근무 장소가 아니라 지휘·명령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제빵기사에 대해 실제 지휘·명령을 한 파리바게뜨가 사용사업주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더불어 감독 결과 가맹점주는 제빵기사에 대해 추가 생산 요청이나 연장근로 요청 정도만 한 것으로 확인됐고 이와 같은 행위만으로는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 지휘·명령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가맹점주는 사용사업주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고용부는 소속 품질관리사를 통해 출근시간관리 등 전반적인 지시, 감독도 이뤄졌기 때문에 파리바게뜨가 사용사업주에 해당하고 채용, 평가, 임금수준, 승진 등 인사·노무관리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일률적인 기준을 마련·시행했기에 실제적인 사용사업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협력업체 관련해서도 "파리바게뜨는 인사, 노무관리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일률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협력업체는 이를 거의 그대로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번 사건은 파리바게뜨가 가맹사업법상 교육, 훈련, 지원을 넘어 인사·노무관리까지 직접 관여했기에 불법파견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