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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내가 唐 덕종-박정희냐' 의미품은 문재인 영수회담 거절

수치스런 기억보다 '와신상담' 교훈으로 삼아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9.25 10:56:26

[프라임경제] 청와대가 자유한국당의 세 과시에 제대로 짜증이 난 모양입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4일 "본부중대와 1·2·3중대만 불러다 하라"며 청와대-5당 대표 회동을 거부한 데 이어 25일 아침에는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가 "1:1 회동이라면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발언했는데요.

막바로 청와대 측 불만 반응이 나왔습니다. 청와대 관계자가 1:1 회동 역제안에 "여야 5당 지도부 회동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언한 것이죠. 사실상 1:1 회동은 없다며 일축한 것입니다.

이 관계자는 "아침 현안점검회의에서 관련 내용이 보고가 됐다"면서 "정무수석은 '대통령-5당 대표‧원내대표 회동'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습니다.

물러서고 양보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게 아닌지 해석이 분분합니다.

현재 정국 난항의 주요 원인이 무엇인지,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에 따라 방점을 달리 찍을 수 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에서는 적폐 청산을 위해 국회 협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에서는 정국 주도권 상실 우려와 함께, 모든 것을 기성정치권 책임으로 돌리는 데 불만을 갖고 있죠. 특히 북핵 위기 등에 제대로 대응을 못한다고 보면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큰 소리칠 입장이 아니라는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1:1 회동을 하자는 역제안은 정권 초기 난국에 문재인 정부가 일말의 책임을 느끼고 이를 제스처로 보여달라는 요구를 하는 셈입니다. 반대로 청와대나 지지층에서는 이를 '굴욕'으로 볼 수 있죠.

1:1 회동, 더욱이 사과 성격의 회동을 청와대가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데엔 이유가 있습니다.

고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국민을 버리고 도망쳤다고 해서 정치권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해공 신익희 선생 등 명망가들이 찾아가 국회의 의견이라며 사과 성명 발표를 요청한 바 있죠.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내가 당 덕종이야?"라면서 한 마디로 거부했다죠. 그는 "내가 왜 국민 앞에 사과해? 사과를 할 테면 당신들이나 해요"라고 반발했다고 합니다.

이는 덕종이 반란이 일어나자 자신의 실정 탓이라며 사과 교서를 내놓은 것을 빗대 자신은 실정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한 것이죠.

야당 당수 1인과의 회동, 일명 영수회담이 두고두고 회자된 예로는 고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사례가 있습니다. 1975년 박 전 대통령과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후에 문민정부 대통령이 됨, 2015년 작고)의 영수회담이 꽤 알려졌습니다.

YS는 회고록 '민주주의를 위한 나의 투쟁'에서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은 권력에 미련이 없다, 곧 민주주의를 하겠다"고 YS에게 이야기했다는 겁니다.

결국 사과성 회동이나 발언 등을 이렇게 하면, 두고두고 '우려 먹을' 소지가 있는데 왜 그걸 하느냐는 역사적 교훈들이 적지 않은 겁니다.

현재 상황을 볼까요. 미국과 북한간에 대화 직거래 상황 때문에 우리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옵션이 많지 않기도 하지만, '800만달러 상당의 인도비 적 지원 검토' 등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논란을 만드는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이런 터에 1:1 회동이라뇨, 이건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술잔인 셈입니다.

이에 따라 일단 가을 국회에서 각종 현안 처리가 여러모로 부딪힐 것으로 보이는데요. 각개전투로 산적한 현안마다 브레이크가 걸릴 여지가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다음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당나라 덕종이나 박정희 독재정권 같은 정치적 책임을 인정하는 불행한 사태가 정권 후반부에 올지 여부죠.

문재인 정부가 이번 1:1 회동 제안의 수치를 불쾌한 기억으로만 흘려보내지 말고, 와신상담의 교훈으로 삼는다면 아마 더욱 큰 정치적 성과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위로성 분석도 그래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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