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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가 왜 다른 전공 등급 '몸빵'을?" 선화예고 내신 산출법 폭발

관행 vs 꼼수…명문고 자존심에 다른 학교 대처법 나오면서 불안감 겹쳐 '상승 효과'까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9.25 16:00:08

[프라임경제] 예체능계 명문고인 선화예술고등학교가 극심한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학생의 전공에 따라 학부형간 이해관계가 다르고 같은 전공 내에서도 학년별로도 갈라지는 양상이다.

예체능계 교육에서 손꼽히는 강자로 군림해 온 학교 중 하나인만큼, 오히려 갈등 폭발에 더 취약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라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문제는 일명 내신 성적의 '분리 산출''통합 산출' 갈등. 예술고는 미술과 음악, 무용 등 전공에 따라 움직인다. 이에 따라 내신 성적을 매길 때에도 따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

전공과가 다르고 과목이 다르면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전공과가 다름에도 동일 과목을 이수하는 경우, 이 '전공별로 따로' 논리를 관철하면 '분리 산출'이 된다.

80명의 연주 전공과 20명의 무용 전공이 있는 학교에서 동일한 시수 과목인 A과목을 같이 배울 때, 분리 산출에 따르면 이들을 별도 트랙으로 보게 된다. 80명을 줄세워 내신을 매기고, 20명은 따로 모여 내신을 등급 판정해 졸업 후 대학에 갈 때 입시 자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일반계고에서 문과와 이과가 서로 경쟁상대가 아니라 따로 입시를 치러 다른 학교 같은 계열 학생들과 경쟁해 대학을 가므로 따로 묶어 성적 산출을 해왔듯 처리하자는 주장이다.

한편 전공과가 달라도 동일 과목을 이수했다면, 내신 성적을 합쳐서 산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통합 산출 의견이다.

이에 따르면 80명의 연주 전공과 20명의 무용 전공이 있는 학교에서 동일한 시수 과목인 A과목을 같이 배울 때 100명을 한 단위로 해서 내신 등급을 매기는 식이다. 이 논의는 기본적으로 전공이 다를 뿐, 이들을 크게 예체능계로 보는 관점에 기반한다.

지금까지는 많은 학교에서 분리 산출을 해 왔다. 그런데 금년에 특히 이 갈등이 극심했다. 선화예고 등은 아예 홍역 수준으로 커진 상황이다. 왜 그럴까?

올해 교육부에서는 학생부 작성 및 관리 지침을 통해 올해 각 지역 예술고에 전공과가 달라도 동일 과목을 이수했다면, 내신 성적을 통합 산출해야 한다고 전달했다. 하지만 이 논의는 이미 2001년부터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지금 수면 위로 부상했을 뿐, 갈등의 시작은 이미 오래 전 잉태됐다. 더욱이 입시 문제이니만큼 세칭 '명문대 입시에 강한' 예고를 중심으로 갈등이 더 크다는 것.

선화예고 미술 전공 학부모들은 현재 연판장을 돌리는 등 학교 측과 담판을 짓겠다는 태세다. 일각에서는 '자퇴 불사' 등 강경한 대응까지 거론하고 있다.

연주(음악)과 무용 전공 학부모들도 극렬히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22일 선화예고 측은 산출 방식 설명회를 갖고 전공별 학부모들을 초빙했으나 갈등 끝에 일부 전공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등 파행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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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전공이 어느 전공에 비해 우월하다는 논리는 성립하지도 않고 그렇게 해석할 수도 없다. 전공에 따라 다른 학교의 동일한 부문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겨뤄 대입을 치르는 것이기 때문. 하지만 산출 방식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므로 어떻게 방식을 택하면 어느 쪽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은 존재할 수 있다.

한국전통문화고 일부 학부모들은 지난 7월4일 전라북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책 변경을 성토했고, 인천예술고 일부 학부모들도 같은 달 13일 인천광역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선화예고 내신 산출법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음악 연주 전공자들의 공연 장면(특정기사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 뉴스1

그런데 결이 다르다. 전통문화고의 경우 공예 전공에 대비, 미술과 음악 전공 학생들이 불리하다는 주장을 했고, 반대로 인천예술고 학부모들의 반발은 미술 전공에 비해 음악과 무용 전공이 불리하다는 하소연이다. 미술만 떼어놓고 보면 소속 학교별로 유리할 수도 밀릴 수도(불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같은 전공이라도 학교별로 만나는 상대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는 난맥상인 것.

대체로 이 변경 과정에서 유리하다는 쪽은 불리하다는 전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입 전형시 내신 반영을 많이 고려해야 하는 쪽으로 풀이된다. 거친 요약이지만, 무용과 음악 연주 전공에 비해 미술 학생이 내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미술과 공예디자인이 비교되는 경우, 후자가 내신에 신경을 써야 한다.

어느 쪽도 만족시키는 묘안은 나올 수 없는 상황이므로 갈등에 맞닥뜨린 학교들은 일부 과목은 통합 산출을 하고, 일부 과목은 분리 산출을 하는 절충안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우리 애가 왜 다른 전공 몸빵을 vs 정부 방침 따르자…갈등 폭발 

그런데 선화예고는 이제서야 갈등이 본격 부각 혹은 악화되는 '딜레이'를 겪고 있다. 이는 선화예고나 서울예고 등 일부의 특수한 위상 때문으로 읽힌다.

선화예고의 경우, 미술 쪽은 통합 내신으로의 변경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음악·무용과 쪽은 통합 내신 추진을 바라지 않는다.

갑자기 통합당하는 쪽에서는 왜 갑자기 내신 반영이 우리보다 많은(치열하게 내신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다른 전공 학생들과 함께 단위 구성을 해야 하냐는 주장을 한다. 이렇게 등급 방식을 바꿔 매길 경우, 다른 전공 학생들을 부각시켜 주는 역할 즉 산출 단위의 분모 머릿수를 키워주는 들러리가 된다는 서운함을 갖는다. 속칭 몸빵(총알받이처럼 막아주는 데 동원되는 인력)을 해줘야 하느냐는 불만이다. 여기까지는 큰 특이성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속칭 '명문고 자부심'이다. 교내에서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내신 공부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지, 이 학교 음악이나 무용 전공 학생들도 전국적으로 내로라 하는 이들이 입학했다는 것. 어느 부문 하나도 선망의 대상이 아닌 곳이 없는데, 이것이 교내 차별을 더더욱 못 참는 요인으로 변질 작용하는 게 일을 키우고 있다.

다른 학교들의 절충안 등 변경 상황에 선화예고 측이 본질적 해결을 논리정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현실도 갈등에 촉매로 작용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술 전공 학부모들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 대의를 부각시키거나 논리 싸움에서 압도하지도 못했다는 평도 나온다. 선화예고 미술 전공 학부모들이 갖는 추가적인 불만은 "이제 다른 예술고 미술 전공들은 일부는 분리 산출, 일부는 통합 산출로 (작지만) 상대적 이득을 얻는다는데, 왜 우리만 이렇게 가느냐?"는 지점에 닿아있다.

여기가 대단히 중요한 논쟁 지점인 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집단 이기주의'로만 보이지만, 전국 단위 대입에서 이 학교 미술 학생들이 적어도 다른 예술고 미술 전공 학생들에 비해 작게나마 손실을 볼 개연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왜 굳이 이 학교는 정부 방침에 어긋난 분리 산출을, 여러 기법을 동원해 지속하려 하느냐?"는 주장에 귀기울일 여지가 없지 않다.  

22일 설명회에 이어 미술계 학부모들의 요구로 입장 조율이 추가로 이뤄질 전망이다. 빠르면 25일 타협 윤곽이 나올 수도 있으나, 그간의 학교측 입장이나 학부모 집단간 태도를 볼 때 반발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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