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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이 놈, 물기만 해 봐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9.26 09:39:45

[프라임경제] 요새 모기는 철도 없습니다. 처서가 지나면 입이 비뚤어져야 한다는 관행(?)도 깨고 9월 하순 지하철 사람 다리에 유유히 앉아 식사 준비를 하는 모기의 모습인데요.

= 임혜현 기자

귀찮게 날아다니며 앵앵거리는 모기처럼 성가신 존재도 없습니다. 물리면 끔찍하게 가렵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죠. "무는 모기 앵 한다"는 속담은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 실제로 그 징조로 대단히 성가시게 구는 것을 가리키는데요, "짖는 개 안 무섭다"는 소리와는 반대되는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미국 폭격기의 북한쪽 국해공역상 비행을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을 찾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현지시간) "국제공역상의 비행도 자위권 행사 대상으로 이를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가운데, 저스틴 히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어떤 나라도 국제공역이나 해역에서 다른 나라의 항공기나 선박을 향해 발사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양측이 국제법적 논쟁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전쟁을 향한 명분 쌓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시 모기 이야기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앵 하니 무는 상황이 올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고, 이걸 정말 군사적 행동으로 풀어야 할지 고민도 되는 양상입니다. 견문발검이냐, 신의 한 수냐는 결국 일이 터진 이후의 결과론적인 해석으로 남겠죠. 북한 입장에서도 미국의 폭격기 산개 비행이 마치 모기의 날갯짓 소리처럼 자극적으로 들렸을 텐데요.

그런 점에서 빗대자면 저 북한의 자위권 태도는 마치 모기가 저 멀리 날고 있으니, 혹은 존재하니 무조건 때려잡자는 생각에 불과한데요. 북한도 가입돼 있는 국제연합(UN)의 헌장은 '무력 공격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화근을 제거하기 위한' 따위의 전쟁 관련 발언은 모두 이에 어긋난다는 것이죠.

'예방적 자위권' 등등 다양한 개념이 국제정치에서 많이 논의되고 상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지만, 그건 레토릭(언어적 수사, 표현상의 기법)의 문제이고요. 이를 국가적 단위에서 공공연히 주장하는 나라는 이스라엘 뿐이었고 대체로 국제법에서는 이런 개념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이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선언한 조항을 갖고 있는 것은 이런 국제사회의 염원과 일치(우리 헌법이 마련된 것은 UN 가입과 관련없는 시기의 일이었습니다만)한다고 하겠습니다. 또 모기 이야기로 돌아가 마무리하자면, 저렇게 막 앉아 침을 꽂아넣기 직전의 모기만 잡겠다는 게 우리 헌법의 태도이고, 국제법상 자위권 개념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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