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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식의 콘텐츠 렌즈; 망상편] 매출 급급한 배스킨라빈스 코리아 "추석음식으로 모나카?"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17.09.26 18:15:36

[프라임경제] 영화나 드라마·소설, 그리고 스포츠 등 여러 문화 콘텐츠는 직·간접적으로 현실 사회를 반영한다. 영화 '베테랑'이나 '내부자들'이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에 콘텐츠 배경이나 제목, 주제가 어떤 상황과 이어지기도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한 현상도 바라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콘텐츠렌즈 '망상 편'에선 문화 콘텐츠에서 시작해 꼬리를 물고 늘어진 잡념을 공유해본다.

지난 1945년 설립된 배스킨라빈스(Baskin Robbins) 31은 세계적으로 4500개가 넘는 매장이 있고, 미국에만 2300개 이상의 매장을 확보한 미국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다. 배스킨(Mr.Baskin)과 라빈스(Mr.Robbins) 두 창시자 이름에 '한 달 31일 내내 새로운 맛을 선사하겠다'는 의미에서 31을 붙여 현재 브랜드명으로 탄생했다.

국내에서는 현 SPC그룹 회장이 배스킨라빈스 인터내셔널사와의 합작투자를 약정한 이후 성남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했으며, 현재 계열사 비알(BR)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추석을 맞아 새 CF를 선보였다. 이 CF는 가족들에게 추석선물을 하기 위해 신하들과 함께 배스킨라빈스에 행차한 한 임금의 이야기다.

최근 배스킨라빈스 코리아 '추석선물 세트 CF'는 SNS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 배스킨라빈스 코리아 홈페이지

사극풍 BGM이 깔린 가운데, 난데없는 임금 등장에 점원들과 손님들은 놀란다. 임금 역을 맡은 김영철은 "여기 아이스 모나카 하나 내오거라"라고 주문한다. 이에 남자 점원이 의아해하자, 임금 호위무사가 칼집에서 칼을 빼며 윽박을 질러 웃음을 자아낸다. 임금은 "추석엔 역시 배스킨라빈스 추석 선물세트"라며 근엄한 표정을 짓는다.

이는 최근 SNS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배스킨라빈스 코리아 '추석선물 세트 CF' 주된 내용이다. CF를 살펴보면 소소한 웃음을 자아낼 순 있지만, 어찌 보면 내용 측면에선 기업 상술에 의한 불쾌함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배우 김영철 '캐스팅'에 있어 충분한 사전 조사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배우 김영철은 17년 전 방영된 KBS1 '태조 왕건' 영향으로 '궁예 이미지'가 강하지만, 정작 그가 맡았던 임금 역할은 대왕세종(KBS2·2008년)과 장영실(KBS1·2016년)에서의 태종 이방원이다. 즉, 배스킨라빈스가 등장한 임금은 복장이나 상황 여건상 조선 제3대 왕인 태종(재위 1400∼1418년) 이방원으로 추측하기 십상이다.

또 모나카(最中)는 찹쌀로 만든 얇게 구운 과자 껍질 사이에 팥소를 넣어 만드는 일본 에도 시대(1603년~1868년) 화과자다. 당시 한 과자가게 '다케무라 이세'가 보름달을 본떠 만든 전병인 '모나카노쓰키(最中の月·한 가운데의 달·음력 15일밤 달)'가 현재 '모나카 원형'라는 게 다수설이다.

한 가운데에 팥소가 들어 가운데를 의미하는 '最中(사이추)'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지만, 모나카에 팥소가 들어간 것은 '모나카노쓰키' 이후 일이다. 만일 CF광고 속 임금이 1400년대 재위했던 태종이라면, 결코 바다 건너 200년 후에나 등장할 모나카를 알고 있다는 건 불가능하다.

물론, 패러디CF에 있어 이런 자잘한 오류 정도쯤이야 웃음으로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조선 임금이 한가위 대표 음식 '송편' 대신 일본 태생임을 부정할 수 없는 아이스 모나카를 추천한다는 발언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보통 CF 광고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나 의도에 맞게 콘셉트를 살리는 게 주 목적이다. 하지만 배스킨라빈스 코리아는 기업 이익 추구를 위해 역사는 물론, 민족 전통 음식마저 왜곡하고 있다.

차라리 순수 외국 법인이라면 문화적 차이를 감안할 수도 있지만, 배스킨라빈스 코리아는 SPC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만큼 비난의 여지가 충분하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역사 왜곡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CF 광고를 통해 새로운 추석음식으로 '아이스 모나카'를 추천하는 SPC 기업 마인드가 과연 적절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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