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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칼럼] 공장식 산업농업 종말에 대한 반론

 

김호일 前 농업생명공학연구원 원장 | press@newsprime.co.kr | 2017.09.26 18:26:47

[프라임경제] 최근 어느 신문에서 인류를 먹여 살린 현대식 농업을 공장식 산업농업으로 지칭하면서 평가절하한 전직 고위 관리가 쓴 글을 읽었다. 그는 문제가 된 살충제 달걀 사태와 같은 모든 문제가 화학농약과 화학비료에 기반한 공장식 산업농업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5년 사이 암, 자폐증, 파킨슨병, 치매 심지어 신혼부부 불임, 난임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한말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29세로 추정하지만, 지금 평균수명이 80세가 넘어선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 고위 관리에 따르면 오염된 공장식 산업농업 산물을 계속 먹은 우리의 수명은 급격히 단축돼야 정상 아닌가. 특히 GMO는 20년이 지났는데 말이다.

우리가 사는 집, 입는 옷 등 일상에서 접하는 물건 대부분은 자연산과는 거리가 먼 화학제품으로 공장에서 만들어졌다. 그런데도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공장식 산업농업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덧붙여 농약천국, GMO 천국으로 우리나라를 폄하했으며 유기농업을 제시했다.

과연 유기농업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는 지금의 현대식 농업을 공장식 산업농업으로 평가하면서 미국농무부의 관리는 한중일의 4000여년에 걸친 유기농업에 감탄했었다고 인용했다.

지금이 21세기인데 구한말 농업을 인용하다니 참 이해하기가 힘들다. 여기서 한 가지만 묻고 싶다. 그렇다면 미국이 그 관리의 말대로 모두 우리나라의 유기농업을 배워서 농사를 지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렇게 몇 천년에 걸친 유기농업이 사람들을 굺주림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그 당시에는 화학비료도 없고 농약도 없던 문자 그대로 무공해 유기농업이었다. 그럼 왜 지금같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는 집약적 현대식 농업으로 발전했는지는 자명하다. 자연에 맡기는 유기농업으로는 증가하는 인류를 먹여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옥상이나 짜투리땅에서 쿠바식 유기농업으로 재배하는 소수 먹을거리는 몰라도 우리나라의 5000만 국민의 먹을거리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너무나도 순진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정말 화학농약과 화학비료를 거부, 유기농업이 최상이라고 주장한다면 답은 간단하다. 아파트 옥상까지도 필요없다.

완전한 무공해 자연농업이 있었던 1만년 전으로 돌아가면 될 것이다. 왜 지금까지 품종 개량이 이뤄졌는지 또 관행적인 육종방법으로는 더 이상 불량환경에 적응하고 병충해에 견디는 높은 수량성을 가지는 작물의 개발이 힘들었는지 생각하면 답은 나왔다.

늘어나는 인류와 점점 좁아지는 농경지, 환경 변화 등으로 GMO기술을 개발하게 됐고 이를 이용한 우수한 개량품종이 나오게 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 현대식 농업에 반대해 등장한 것이 유기농업이지만 농업은 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소수의 수요자에 한해 가능할지 모르나 농업 전체를 유기농업으로 확산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며 또 해서도 안 된다.

현대식농업에 의한 수량을 절대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농민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 한 사람이 많은 사람을 먹여살릴 수 있는 양을 생산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파트옥상을 포함한 유기농업으로 전국민의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을까. 답은 명확하다. 즉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호일 前 농업생명공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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