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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인간적 매력으로 무장한 핵잠수함 바이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9.27 14:16:09

[프라임경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달 23일 방미 구상을 밝혔습니다. "외교·안보 주요 인사를 만나 전술핵 입장을 전달한다"는 것인데요. 크게는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부터 작게는 핵추진 잠수함 구매 관련 방언 등 다양한 뉴스를 쏟아낼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럼 새삼 관심거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핵추진 잠수함(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과 구분지을 필요가 크지만, 통상적으로 핵잠수함이라고 줄여 부름. 국내 언론은 여러 표현을 혼용)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핵추진 잠수함은 보급 등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장기간 작전이 가능해 과연 한국 해군이 가질 필요가 있는지 이견이 있긴 합니다. '공포의 균형론'이 대두되면서 일종의 '스펙 욕심'이 겹쳐 부각되는 면이 큰 게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자꾸 부각되고, 여기저기서 구매론이 중구난방 들끓으면 우리 협상전략에 유리할 리 없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단 홍 대표가 내달 방미에서 꺼내지 않더라도, 같은 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핵추진 잠수함 구매론자로 분류돼 아무튼 이 당의 구매 추진이나 협조 가능성은 높지만요. 

시계를 조금 되돌려 보죠.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뉴욕 방문 일정 중이던 2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미 양국은 한반도 주변 미국 전략자산의 순환배치 확대 및 한국의 최첨단 무기 획득에 합의했죠.

한국과 미국 정상간 회담이 이달 21일(현지시각) 이뤄졌다. ⓒ 청와대 페이스북

물론 회담에서 구체적인 '미국 전략자산의 순환배치' 및 '최첨단 군사자산 획득'의 내용이 언급되진 않았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도 "오늘은 원칙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고, (세부 내용은) 향후 타진을 해봐야 한다"며 "어떤 것을 팔 수 있는지 미국도 내부에서 따져보고 그래야 하지 않겠나. 원칙적인 합의를 한 것에 의미가 있는데, 실무적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죠.

하지만 우선 당장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청와대 페이스북에 공개된 이날 사진을 보면 참 의미심장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필이면, 다소곳하게 손을 모은 문 대통령과 활짝 손짓 제스처를 취한 사진을 당국에서 페이스북에 올린 거죠.

상황과 이미지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 오래 전 사진 하나를 연상하게 돼 유쾌하지 않은 기분도 좀 듭니다. 2차 대전 패전 직후 히로히토 일왕과 맥아더 미군 사령관이 찍은 사진 일명 '인간선언' 사진 이야기입니다.

일명 '천황제도'를 유지하는 대신 일본이 미국의 이해관계에 철저히 굴종하겠다는 모종의 합의 후 선언적으로 공표한 사진이죠. 신처럼 추앙받던 일왕이 모범생처럼 찍힌 반면, 명문가 출신의 미군 장성은 자신만만하게 손을 허리에 짚고 서 일본인들에게 대단한 충격을 줬죠.

근대 일본의 문화사 시리즈 10권 '역사와 주체를 묻다'에 실린 히로히토 일왕의 '인간선언' 사진. ⓒ 소명출판

문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 반대론자였다 강제로 이런 논의와 해석의 장에 불려나온 건 물론 아닙니다.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핵추진 잠수함이 필요한 시대다. 대통령이 되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문 대통령도 제언했었죠.

그러나 미국 정부에서 자꾸 무기 구매 관련 힌트를 언론에 흘리는 등 압박을 주는 상황에 사진 구도까지 겹치면 살짝 의미심장해집니다. 더욱이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는 것만도 아니고, 마치 제1야당이 사주는 것처럼 문재인정부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야기를 하는 모양새도 문 대통령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요소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요컨대 패전 직후, 더욱이 전범 취급당하는 상황이라면 '인간적으로' 찍힐 필요가 있겠지만, 그도 아닌 동맹국 국가원수, 아울러 비싼 무기를 살지 말지 논의를 할 수 있는 바이어인데 좀 더 자신감있는 '연출'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북한과 미국 간 갈등 국면에서 혹은 앞으로 협상 타결 국면에서 가장 먼저 많은 피해와 부담을 할 건 우리이고, 충분한 군사측면이나 재정적인 여력도 있습니다. 핵추진 잠수함이라도 살까 이야기를 많은 이들이 진지하게 할 수 있는 나라인데요. 

사족이지만, 남송은 세계 최강 몽골에 맞서 양자의 전면 총력전 6년, 금나라 멸망 직후 충돌부터 총기간을 합치면 40년을 버텼습니다. 몽골이 자랑하는 기병대에도 버틴 엄청나게 많은 인구, 빼곡하게 세워진 요새들, 끝도 없이 나오는 풍부한 전쟁 물자 같은 막강한 경제력에 우리의 그것도 어느 정도 필적하고 있죠.

겸손하게 인간적인 제스처보다 당당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계산적인 안목이 필요할 때입니다. 초당적인 협조 등 뒷받침이 더해진다면 물론 협상 테이블에 앉는 정부에 더 큰 도움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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