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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靑, 방중 어려우면 당장 면세점 살리기 신호라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9.27 16:39:49

[프라임경제] 세간의 비판처럼 정말 관료제는 '영혼 없는 공무원'으로 구성되고 굴러가는가? 

영혼이 없다니 어쩐지 '불명예'스럽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이 오해를 불식시킬 만한 표현이 '소명으로서의 정치'라는 고전에 나온다.

'관료의 명예는 그의 상급자가 그의 생각에 잘못된 명령을 그의 이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고수할 때, 그 명령자의 책임을 떠맡아 이 명령이 마치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듯이 성심을 다해 정확히 수행하는 능력에 기초를 둔다'는 것이다.

명예를 추켜세워주는 듯한 발언이지만, 이는 관료들을 통솔하는 고위층, 더 나아가 정부 수반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주는 표현이다. 자기 소신을 접고 매진할 정도로 나름대로 타당성있는, 객관적인 명령, 더 나아가서 이를 확고하게 인식시켜줄 필요성 등을 모두 전제로 깔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기획재정부(기재부)가 면세점 제도을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김동연 부총리가 이미 예고했던 바 있어 더 기대를 모았던 방안 발표가 드디어 나온 것이다.

당국은 "특허심사의 투명성·공정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 위원들이 참여해 이뤄지던 특허심사위원회를 민간 주도형 위원회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또 심사위원 명단이나 평가결과의 전면 공개, 평가제도 개선, 외부통제 강화 등 투명성 재고를 위한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면세점제도의 근본적 개선에 대해서는 향후 태스크포스팀(TF)를 구성해 해결하기로 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최근 불거지는 특허수수료 인상 문제, 면세점 특허기간 연장 문제와 공항·항만면세점 임대료 문제를 세세히 건드려주지 못한 게 아니냐는 점이다.

이들 논점은 향후 TF의 개선안을 통해 처리하겠단 방침이지만 TF의 개선방안 발표시점 등 구체적인 사항은 이번 제도개선방안에선 포함되지 않았다. 

면세점업계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가뜩이나 특허수수료 부담 등 여러 요인이 '사드 정국'과 중국인 관광객 실종 상황과 겹쳐 천근만근 무겁게 작용하고 있다. 오죽하면 인천공항에 입점 중인 중소중견면세점(삼익면세점)에서는 인천공항을 상대로 임대료 인하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까지 한다.

왜 이렇게 기재부의 대응이 조심스럽고 느리기만 할까? 문재인 대통령의 대응 의지 피력이 미약해서라고 하면 너무 억울할까? 아닌 게 아니라 정권 교체 직후부터 사드 보복 관련 해법은 청와대가 중국과 최고위급 외교 노력으로 풀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확실한 대중국 압박을 청와대에서 몸소 강력하게 해 준 징표는 별달리 기억나지 않는다. 사드 보복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정부부처에서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여러 방법을 강구해 볼 수 있다는 정도의 원론적 평가를 한 것이 거의 전부다.

지난 7월27일 열렸던 문 대통령과 기업인간 '호프미팅'에서도 문 대통령은 한발쯤 물러나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이 나온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사드 관련 대화에 문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형식이 됐기 때문이다.

'그 부분이 완화됐나요? 관광객은 더 준 것 같은데…'라는 문 대통령의 질문에 정 부회장은 '저희가 호텔도 조그맣게 하는데 완전히 (손님이) 빠지고 면세점에도 중국인 단체(관광객) 완전히 죽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이런저런 민원성 발언들에 문 대통령은 "사명감을 갖고 극복하자"는 두루뭉술한 언급만 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이어진 '비공개 회동 부분'에서 더 힘내라는 메시지와 깊이 있고 직접적인 약속이 있었으리라 믿는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전화통화나 방중 일정 조율 등을 좀처럼 속시원히 잡지 못하는 것은 문 대통령의 잘못보다는 '장기집권 기반 다지기'에 여념이 없는 중국 측 사정이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당장 중국을 상대로 협상을 할 수 없더라도, 우리 정부에 뭔가 도움이 되는 면세점 살리기 대책을 만들도록 관료들에게 신호를 줄 수는 있지 않을까? 청와대 만능론이나, 대통령 무한계론을 펴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려운 국가경제 상황에서 특정 부분에 혜택을 잘못 줬다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변양호 신드롬'만 걷어내줘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런 역할은 김 부총리도 할 수 없다. 당장 중국을 방문할 일정은 못 잡더라도, 이런 신호를 관료들에게 문 대통령이 준다면 신명을 다해 이번 27일 대책 이상의 의미 있는 대책을 면세업계에 마늘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부분이 아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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