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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형의 M&M] 황금거위를 삼켜버린 뮤즈들

Nirvana - Heart-Shaped box

이윤형 기자 | lyh@newsprime.co.kr | 2017.09.29 10:26:12
[프라임경제] 영웅과 사랑, 서민의 노래(귀족 풍자), 예술과 대중의 조화…. 11세기부터 이어진 프랑스 대중음악 '샹송'의 변천사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민요 '아리랑'도 다양한 지역특색은 물론, 한국 근세의 민족사와 사회상까지 반영하고 있죠. 이처럼 음악은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때로는 표현의 자유와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투영하기 위한 도구로도 쓰입니다. 'Music & MacGuffin(뮤직 앤 맥거핀)'에서는 음악 안에 숨은 메타포(metaphor)와 그 속에 녹은 최근 경제 및 사회 이슈를 읊조립니다.

범죄 혐의가 있는 용의자를 지목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요소는 원한관계 혹은 재물이나 이익에 대한 편취 가능성인데요. 둘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경우에 심적 정황까지 들어맞는 인물이 있다면 용의자라는 꺼림칙한 낙인엔 유력이라는 수식어까지 붙게 됩니다. 

물론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수많은 정황의 앞뒤가 맞아 들어간다면, 대중들은 그 용의자를 범인으로 기정사실화하곤 하는데요. 무고한 용의자라면 억울하겠죠. 반대로 사실을 숨기고 있는 범인이라면 초조할 것입니다.
 
만약 해소되지 않을 정황을 가리기 위해 얕은 수로 용의선상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도리어 정황은 더 단단해지고 대중들의 시선엔 확신마저 차게 될 것입니다. 

열다섯 번째 「M&M」에서 의심을 갖고 탐청(探聽)할 노래는 1990년대 록의 아이콘, 미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 너바나(Nirvana)의 '하트 셰이프드 박스(Heart-Shaped box)'입니다. 

1987년 미국 워싱턴 주 애버든에서 결성된 너바나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고 중요한 얼터너티브 밴드로 평가됩니다. 밴드 펄 잼(Pearl Jam)과 함께 90년대 초반 헤비메탈을 밀어내고 얼터너티브 록이 음악계의 주류로 자리 잡게 만든 일등 공신이기 때문이죠. 

이 밴드의 인기의 시작은 밴드 이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Nirvana, 영어식으로 읽자면 앞서 말한 '너바나'겠지만, 사실 이들의 작명 의도는 산스크리트어 '니르바나'에 있는데요. 

니르바나를 한글식으로는 세상의 모든 시련과 고뇌가 사라진 경지, 불교 수행으로 진리를 체득해 미혹(迷惑)과 집착(執着)을 끊은 채 일체의 속박에서 해탈(解脫)한 최고의 경지라 표현하며 열반(涅槃)이라고 읽습니다. 

이들은 밴드명처럼 당시 록, 메탈이 상업적 성공만을 위해 비슷한 음표를 찍어낼 때 기존 체제와 틀을 박살내겠다는 태도로 공연장에서 늘어진 티셔츠에 담배를 물고 기타를 치기도 혁명적인 사운드를 뿜어냅니다.

그들에게 시련과 고뇌는 없었습니다. 데뷔작 'Bleach(블리치)·1989년'과 너바나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Nevermind(네버마인드)·1991년'까지만 해도 말이죠.

하지만, 1992년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 겸 기타리스트 커트 코베인(Kurt Donald Cobain)이 홀(Hole)의 보컬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던 코트니 러브(Courtney Love)를 만난 이후부터 너바나의 노래엔 고뇌가 담기기 시작했습니다. 코트니는 상업화에 매몰되기를 거부하던 커트에게 엔터테이너가 되기를 부추기고, 명성을 이용한 돈벌이에 집착하면서 음반 인세를 이유로 너바나 해체를 권유했죠.

1990년대 록의 아이콘 얼터너티브 록 밴드 너바나(Nirvana)의 공연 모습. ⓒ 구글이미지 캡처


이듬해 발매된 3집 앨범 'In Utero(인 유테로)'는 당시 정신적으로 갈등을 겪던 커트의 심리가 담아진 곡들로 채워졌는데요. 이번에 소개할 노래는 그 감정들의 집약체라고 하겠습니다. 

내가 약할 때 그녀는 나를 그저 물고기자리처럼 쳐다보곤 해. 난 일주일 간 너의 하트모양 박스 안에 갇혀 있었어. 난 네 벗어날 수 없는 자석 같은 타르 구덩이에 빠져 있었지. 난 네가 검게 변할 때면 네 암덩어리를 내가 씹어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해.

곡 중 화자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에는 이미 사랑의 감정이 사라진 듯합니다. 여기서 '그녀'는 그를 연인은커녕 그저 물고기자리를 가진 수많은 사람 중 하나로 쳐다본다고 하니까요.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표현으로 말하자면 '그녀는 나를 소심한 A형, 뱀띠처럼 생각해' 정도가 되겠네요.

이런 시선에 화자는 암덩어리를 씹어먹고 싶다며(I wish I could eat your cancer when you trun black) 불만을 표출하는데요. 이는 사실 뜬금없는 소리가 아니라, 커트가 곡 중 주인공들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듯 보입니다.

처음 주인공을 물고기자리(2월19일~3월20일)로 표현한 것을 볼 때, 뒤이어 나오는 'Cancer'는 암덩어리가 아닌 게자리(6월22일~7월22일)를 나타냈다는 풀이가 가능한데요. 

공교롭게도 커트는 2월20일생이며, 코트니는 7월9일생이죠. 그럼에도 커트는 이 노래를 암에 걸린 아이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숨김 이제, 커트는 코트니가 화를 낼 때 그녀를 씹어 먹어버리고 싶다는 말로 들립니다. 

육식 난초(蘭草)들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용서하지 않았지. 천사의 머리카락과 아이의 숨결에 나 스스로가 베여. '귀하신 공주폐하'의 처녀막을 파손시킨 나는 난감해지지. 임신 어쩌고 하는 말 좀 집어치워. 그럼 내가 네 뒤에 다시 올라타 줄 테니. 

아무 말이나 떠들어대는 것 같지만, 일단 화자는 '그녀'에 대한 불만이 쌓였다는 것은 알겠네요. 그러면서도 천사의 머리카락, 아이의 숨결 같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때문에 그녀를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스스로 상처를 내면서까지 말이죠. 

그러나 한편으론 계속해서 그녀로부터의 해방을 원한다고 표현하는데요. 있는 대로 긁어 대는 보컬로 짜증스러움을, 찢어지는 잡음처럼 들리는 기타 사운드는 왠지 모를 답답함마저 느끼게 합니다. 이런 가사와 함께 말입니다. 

이봐. 잠깐. 당신의 값을 매길 수 없는 고귀한 충고 덕분에 난 영원한 은혜를 입고 살지만, 난 지금 새로운 불만 하나가 있어. (중략) 당신의 충고. 

화자는 이 가사를 10번이 넘게 부르짖는데요. 충고 덕에 은혜를 입었는데 지금 불만은 그 충고라고 말합니다. 불만을 터트렸다가 그녀의 매력을 노래하고, 또 다시 불만을 말하는 반복되는 이 노래 구조처럼 말이죠. 너바나는 아마 이 노래로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는 번뇌를 표현한 듯싶습니다. 

이 노래가 담긴 3집 앨범 발표 후 한해가 지난 1994년, 불현듯 커트의 사망소식이 전해집니다. 

너바나의 이름을 따라 상업화돼 팔리는 음반을 만드는 주류 록 음악에 대항하고자 얼터너티브 록계에 뛰어들었지만, 너바나 역시 역설적으로 가장 잘 팔리는 음반을 만들어내는 그룹이 되면서 커트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고, 심약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커트는 자살을 결정했다는 게 항간에 알려진 이유입니다. 

하지만, 커트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주장도 나왔는데요. 이는 커트가 자살할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엽총에서 그의 지문은 물론 다른 어떤 사람의 지문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를 시작으로 새로운 의문들도 쏟아졌습니다. 사망 당시 커트의 혈관에서 발견된 마약성분은 치사량의 3배가 넘는 헤로인이라는 것인데요. 이 정도의 양이라면, 바로 기절할 수밖에 없다는 마약 전문가들의 설명에 자살 시도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그 근거죠.

커트 코베인과 그의 아내 코트니 러브(Courtney Love).ⓒ 구글 이미지 캡처


타살 의혹에는 이밖에 현장에서 발견됐던 가지런히 정리된 마약 상자와 글씨체가 다른 유서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의심되는 부분은 바로 아내였던 코트니 러브였습니다. 

앞서 소개한 노래처럼 커트와 코트니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았는데요. 커트의 곡 작업을 엿들은 코트니가 리프(짧은 악구) 하나를 자신의 밴드(홀·Hole)에 서도 될 지를 묻자 커트는 'Fuck off' 라고 대답했다고 그럴만도 한 것은 대중들에게 코트니는 한 명의 록스타가 아닌 커트 코베인의 아내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또 코트니는 마약과 강압으로 커트를 망가뜨리는 존재로 치부되면서 너바나의 팬들과 멤버들에게 철저히 미움을 받았는데요. 이런 와중에도 코트니는 이런 루머까지 자신의 공명을 위해 사용하고 남편인 커트는 돈벌이 수단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남편이 시체로 발견된지 불과 나흘 뒤, 코트니는 그녀의 그룹 홀(Hole)의 새 앨범 'Live Through This(리브 스루 디스)'를 발표하는데요. 커트의 사망 소식에 대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 앨범 발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코트니는 플래시 세례를 태연하게 즐겼죠. 

무엇보다 커트의 사망 후 코트니는 일약스타로 갖은 비난과 악성루머가 동반됐지만 올라서면서 엄청난 인기와 수천만 달러의 유산까지 상속받았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정황, 근거, 의문점들이 남아있는데도 커트의 사망 원인은 자세한 조사 없이 단순한 자살로 결론이 나있습니다. 25년여간 미궁에 빠져있는 셈이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한 사망사건에 대한 의혹들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는데요. 바로 대한민국 포크송의 전설, 가수 故김광석 씨의 죽음과 관련된 것입니다. 1996년 김광석씨의 사망과 관련한 논란이 재 점화된 것은 그의 딸 서연양의 죽음이 최근 확인됐기 때문인데요. 

최근까지 미국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딸이 지난 2007년 12월23일 경기 수원시 한 대학병원에서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과거 김광석씨와 최근 밝혀진 서연양의 사망사건에는 아내이자 엄마였던 서해순씨가 밀접하게 관련됐다는 사실도 함께 공개됐습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서해순씨는 딸의 사망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는 것과 주변의 안부에 지속적으로 딸이 문제없이 잘 지낸다고 이야기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작권 상속권자인 서연 양의 사망 후 저작권 소송 승소로 20년간 10억원을 거둬들였죠.

이와 관련, 서연 양의 사망 당시 서해순씨는 김광석의 저작권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었고, 딸이 사망했다는 것을 재판부에서 알지 못해야(담당 변호사에게도 딸 사망을 알리지 않았음)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라는 게 두 고인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측의 설명입니다. 

의혹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두문불출했던 서해순씨는 '모든 게 사실이라 반박도 못하고 해외로 도피할 준비를 하고 있다'라는 소문이 나돌자 지난 2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최근 제기된 주장들을 직접 해명했습니다. 

딸이 죽었을 때 사망신고를 하는 줄 몰랐다고 얘기하는 서해순씨. ⓒ Jtbc 뉴스 캡처


하지만 서씨의 해명은 논란이 되는 의문에 대해 아무런 합리적 설명도 없는 그야말로 횡설수설이었는데요. 

딸 사망 사실을 숨긴 이유에 관련한 질문에 '경황이 없었다'는 답변을 재차 하는가 하면 저작권 관련 법원 판결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망 신고를 미룬 것은 아닌지 묻는 질문에도 '변호사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하는 내용들을 반복해 언급하기 급급했습니다. 

이 때문에 여론과 누리꾼들은 그녀의 말투, 표정, 손동작, 딸을 부르는 호칭 등을 분석하기에 이르렀고, 정황과 의혹을 지우기 위해 자행한 해명 인터뷰는 결국, 의혹을 더욱 짙어지게 만든 결과를 낳았죠. 영아 살해 논란과 김광석 사망 현장에 있던 전과 10범의 오빠 등 드러나지 않은 의혹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사건들은 정황만 남아 있을 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드러난 것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한 사람을 살인자로 단정 짓는 것은 금물이겠죠. 꺼림칙한 의혹들은 차고 넘치지만 말입니다. 

현재 저작권과 관련 있는 서연양의 사망 사건에는 재수사를 전개 중인데요. 전 국민의 시선이 몰린 만큼 이번 수사는 커트와 코트니의 의혹 투성이에 사망 사건처럼 흐지부지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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