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고] 저작권관리, 시장 자율에 맡겨야

 

김성욱 모두컴 대표 | swkim@modoocom.com | 2017.10.09 10:13:29
[프라임경제] 한국의 저작권법 제7장 제105조는 '저작권위탁관리업의 허가와 규제'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1986년 일본 저작권 제도를 받아들여 30년 넘게 유지된 한국 저작권위탁관리업의 뼈대다.

지금의 일본은 어떠한가. 일본은 당초 중개업무법을 제정하면서 대리업, 매개업(중개업) 및 신탁업으로 나눠 전부 허가대상으로 규율했으나 2000년에는 60년 이상 지속된 중개업무법을 폐지했다. 그리고 '저작권등관리사업법'을 제정, 종전의 허가제는 등록제로 전환했고 현재 39개의 위탁관리업체가 자유경쟁하고 있다.

미국은 저작권법 자체에서 집중관리에 대한 규율규정을 설치하지 않았다. 음악부문에 약 7개 집중관리단체가 있으나 원칙적으로 저작자와 이용자 간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해 운용되고 있다. 신탁제도 발상지인 미국답지 않게 일반적으로 대리의 형태를 취하고 있고, 더불어 집중관리단체의 행위는 독점규제법에 따라 엄격히 규율하고 있다.

독일은 저작권법과 별도로 1965년 '저작권 및 인접권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설치해 집중관리단체를 규율중이다.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의 효율적 권리행사를 위해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집중관리단체의 구성과 운영·감독 등을 규율하는 내용으로 구성하고 높은 수준의 관리감독 규율을 포함하고 있다. 저작물 이용자가 이용신청할 경우, 집중관리단체가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저작권법 105조는 저작권위탁관리업 세부 허가에 대해 '첫째 저작물 등에 관한 권리자로 구성된 단체일 것, 둘째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할 것, 셋째 사용료의 징수 및 분배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한 능력이 있을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1986년 저작권법이 전면 개정될 때의 한국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이를 감안하면 '업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한 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허가요건은 참으로 애매하고 구체적이지 못한 듯하다.

30년 전을 돌이켜보면, 모든 정보를 수기로 관리하던 시기였고 이용방법도 다양하지 않았으며 공연권과 복제권이 주였고 방송권은 태동기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시대가 달라진 지금까지 허가규정이 그대로 유지·관리되고 있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일부 법학자들은 '한국의 저작권법은 훌륭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훌륭한 면도 많다. 그러나 일부 산업현장에 맞지 않는 부분은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다.

디지털시대의 혁명적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저작권도 수기가 아닌 고도화된 시스템에 의한 관리가 요구된다. 아울러 관련 종사자들도 전문적인 관리 능력이 있어야만 제대로된 관리가 가능하다.

디지털 시대의 변화는 음악의 대용량 사용승인을 요구하고 있고, 그에 따른 대용량의 저작권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의 저작권 관리는 수기 수준의 시스템으로 가능하지 않다. 즉, 고도화되고 전문화된 구조를 갖추지 않으면 저작권관리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음악 서비스를 향유하는 나라도 많지 않은데, 방송의 경우만 보더라도 어떤 방송에서, 언제, 어떤 프로그램, 어느 시간에, 무슨 음악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모르면서 저작권관리가 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때문에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태동한 저작권은 기술의 발달과 함께 변화돼야 한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전송권이라는 새로운 권리도 기술의 발달과 함께 탄생했다.

30여년전 규정된 '업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한 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저직권위탁관리단체 허가는 시대변화에 맞게 적절히 시행돼야 한다. 그래야 법 취지에 부합할 수 있다. 징수·분배 능력이 없는 단체를 허가하고, 그로 인해 권리자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저작권을 관리하는 단체는 개인의 저작재산권을 관리하는 막중한 책임을 동반한다. 민간단체가 아니다. 국가의 법령에 의해 위탁관리 지정을 받은 단체이기에, 공공의 재산을 잘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저작권위탁관리단체는 개인의 재산을 강제하는 관리를 해서는 안 된다. 선택자유를 제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창작의욕을 고취하고 집중관리단체의 자유로운 진입으로 경쟁을 보장해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해야만 저작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갈 것이고, 우수한 한류콘텐츠 창출의 기반도 조성될 것이다.

이제는 해외의 선진 사례를 검토하고, 신탁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신탁관리업은 헌법에서 규정하는 사유재산제를 바탕으로 자유경쟁을 존중하는 자유시장 경제질서에 따라 전환돼야 할 것이다.

김성욱 모두컴 대표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