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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중 통화 스왑, 어정쩡한 봉합? 새살돋기는 언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0.13 18:15:15

[프라임경제] "정확하게는 재계약이지만, 연장 합의라 봐도 저희는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한·중 통화스왑 문제가 해결됐다. 12일(현지시각)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현지에서 발표한 쾌거다. 하지만 이 소식을 받는 게 썩 유쾌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을 딛고 일군 쾌거라는 점이나 당국자들의 노력을 애써 깎아내리려는 건 아니다.

이 소식이 나온 시점은 우리 시간으로는 13일. 만기가 10일 밤으로 끝난 건 이미 모두들 알고, 기정사실이다. 이 평가와 "10일 기존 계약이 만료되고 신규 계약이 11일부터 시작되므로 단 하루의 공백도 없이 이어지게 됐다"는 설명이 이날 우리 당국자들 입에서 나온 이유다.

즉, 13일 새로운 재계약이 맺어져 그 날짜를 소급한 것인 만큼 제때 연장 합의로 매끄럽게 이은 케이스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인 셈이나, 썩 완벽해보이거나 흔쾌히 동의가 되지는 않는다.

물론 이로써 한국은 국가신용등급 전망 방어에 이어 또 하나의 성공을 추가하게 됐다고 감격해할 수는 있다. 다만 상처가 난 후에 새살을 어떻게 돋게 해야할지 고민 없는 감격으로 얘기를 끝낼 수는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치욕스럽다고 뒤끝 있게 기억을 곱씹자는 의미로 여겨지지는 않았으면 한다.

지난 2009년 4월 처음 성사된 원·위안화 통화스왑은 지난 2014년 3년 만기로 연장됐으나 올해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파행을 겪었다. 우리는 이미 한·미 통화스왑, 한·일 통화스왑이 종료된 상황에서 중국과의 통화스왑 연장 문제를 맞딱뜨렸다.

G2라는 중국의 힘, 그 대국이 사드 문제로 화가 난 상황에서 보험망 하나가 깨지는 상황을 대면해야 했다. 

이번 재계약 내지 연장 합의를 그 기저에 있는 사드 갈등을 이제 사안에 맞춰 조금 달리 풀자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런 일부 분석이 나오는 것과 달리, 실질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위안화 통용 비중이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다. 중국 정부로서도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와 통화스왑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일 따름이 아닐까?

결국 중국 당국의 '일대일로' 큰 그림에서 던져준 작은 호의에 불과했다고 이번 일을 볼 여지도 충분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로서는, 자칫 중국의 힘이 주도하는 새 글로벌 경제질서에 한층 호의적으로 '거들어야 하는 암묵적인 마음의 짐'을 새로 얻은 것일 수도 있다.

이런 모든 걸 감안해서 문제를 크게 봤으면 한다. 상처를 다시 들여다보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먼저 드는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일을 매듭짓는 것은 상처 위에 흉터자국이 남은 걸 외면해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다고 상처가 없어지는 것도 아닐 뿐더러, 중국과 앞으로 경제 냉전을 어떻게 풀 것인지, 그 와중에서 미국과 더 멀어지는 이상한 국면에 말려드는 제2의 상처를 얻게 되는 건 아닌지 고심하는 일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새살돋기 작업의 성과는 '연장 합의 성공 같은 재협상' 같은 레토릭으로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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