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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천사캠페인] 대중교통서 '서로' 존중해보기

 

최은희 원광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 press@newsprime.co.kr | 2017.10.16 12:11:21
[프라임경제] 이사하기 전 30년간 버스회사 바로 옆 버스 종점 근처에서 살았다. 집 주변에 버스운전사들이 많이 살았고, 부모님끼리는 친하게 지내던 터라 필자가 버스를 타면 운전사는 '오늘은 좀 일찍 가네', '늦게 퇴근하네' 등 인사를 건넸다. 

버스 운전사가 있는 종점은 첫차 운전을 위해 새벽 3~4시부터 버스 시동이 켜지고, 막차가 종점에 도착한 뒤에도 버스 시동은 꺼지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버스 운전사들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간간이 들었을 뿐이다. 

필자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버스 운전사는 승객에 대해 '갑'으로 인식이 됐던 것 같다. 가끔 현금이 부족할 때 버스 운임비를 부탁하고, 정류장을 지나치려는 버스 뒤편을 두드리며 차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할 때 이러한 요구를 받을까 말까를 결정하는 것은 운전사의 권한이었으니까.

시간이 흐른 후 신문을 봤을 때 운전사에 관한 내용은 불친절 및 난폭운전에 대한 시민 암행어사 출동, 승객에게 불친절한 버스 운전사 해고 정당 등이었다. 반면, 승객에게 친절하고, 감동을 주는 버스 운전사에 대해서는 칭찬 릴레이를 하며 기사를 실었는데, 승객에게 친절한 버스 운전사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친절 요구를 넘어 이제 버스 운전사가 승객의 갑질에 시달리는 시대가 된 것 같다. 버스 운전사가 불친절하다는 승객의 신고가 하루 200건 이상 접수되고, 버스 운전사가 후문승차, 취객 만행 등에 시달린다는 뉴스가 나온다. 

지난 2016년 한국산업간호협회에서 시내버스 운전원 245명에게 설문조사해 분석한 결과 승객에게 겪었던 언어폭력을 경험한 버스 운전사는 전체 59.6%, 승객에게 위협을 당한 경험은 22.9%이었다. 심지어 8.8%는 신체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버스 운전사는 근무 시간 내내 공기가 좋지 못한 좁은 운전석에서 운전한다. 빡빡하게 짜인 배차시간, 돌발사고로 인한 업무예측에 대한 긴장 속에 근무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러한 근무환경에서 고객 응대 과부하 및 갈등이 위험 수준에 있다는 분석이 51.6%다. 여기에 회사에서 친절에 대한 부분을 감시하고 모니터링 하는 것이 위험 수준에 있다는 것도 전체 64.7%다. 이를 뒷받침하듯 얼마 전 버스 운전사의 스트레스가 3명 중 1명은 위험수위라는 보도도 나왔다. 

버스 운전사는 슈퍼맨이 아니다. 바꿀 수 없는 근무환경에서 일부 승객의 난폭행동까지 참으면서 안전운전을 해야 하고, 웃으며 친절한 행동까지 할 수 있는 버스 운전사는 몇 명이나 될까? 

얼마 전 버스운전사가 어린아이가 먼저 내리고, 엄마를 내려주지 않아 한 정거장을 갔다는 뉴스가 나와 그 담당 운전사는 인터넷에서 엄청난 욕을 먹었던 일이 있었다. 다행히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기사가 났지만, 담당 운전사 겪었던 마음의 고통은 누가 알아줄 것인가.

외국에 나가면 가장 불편한 것이 대중교통이다. 정기적으로 버스 운영시간을 알려주며 가는 곳까지 안전함을 담보하는 시스템은 우리나라가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버스 운전사에게 감사함으로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은 몇 명이나 될까? 

일방적 친절 및 강요가 아닌 '서로'를 인식하고, '서로'를 인격적으로 존중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된다면 정말 사람답게 사는 곳이 되지 않을까 싶다. 
버스 운전사를 존중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마음은 배려 천사가 한 명 더 생기는 기쁜 일이다.

최은희 원광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한국산업간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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