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인사이드컷] 트럼프의 연, 문재인의 하늘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0.17 17:29:13

[프라임경제] 지금도 '천년고도' 경주를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찬란한 문화유산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아름다운 풍광은 금상첨화죠. 역사가 오래된 계림부터 새롭게 '뜬' 핫아이템 핑크뮬리(분홍색이 아름다운 억새의 일종)까지 다양한 볼거리에 연을 띄우며 노는 등 주민들의 생생한 생활상까지 살아있는 문화유산 이미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을 띄우며 휴식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날은 그중에서도 좀 과하게 많이 뜬 날이 아닌가 싶습니다. 연은 신라 명장 김유신 장군이 적과 아군의 동태와 이동명령을 전달하는 군사신호용으로 활용됐다고 하죠. 아마도 저 날의 하늘을 군사신호로 가정한다면, 대단히 빠르게 쏟아지는 모스 부호 같은 위기상황이거나 혹은 이미 계통을 잃은 말들이 난무하는 대혼란 상황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신호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많이 하다 보면 실수한다는 말도 부수적으로 나오죠.

ⓒ 프라임경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줘서는 안 된다'며 왜곡 혹은 확대 해석될 말이나 정책 액션을 구사하는 데 신중을 기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면 말이 대단히 많은 것은 물론 설화 수준의 논란도 많이 몰고 다니는 이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꼽을 수 있겠죠.

17일 그의 아시아 순방 일정을 놓고도 방일은 2박3일, 방한은 1박2일로 알려지면서 기자들이 '이건 또 무슨 경우?'라며 억측이 구구했습니다. 물론 그가 정상집단이라고 할 수 없는 북한을 상대하는 스트레스로 과격한 건 일면 이해가 되지만, 꼭 북한 문제만으로 말을 쏟아내는 것 같진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발언들'이 트윗 등을 통해 나오면, 국무·국방 장관 등이 즉각 그 발언을 번복하거나 그 의미를 축소하는 일이 되풀이됐죠.

하지만 그런 축소나 재해석 등 보강에도 상대방이나 주변국들의 상처는 남습니다. 최악의 언사 중 백미를 굳이 꼽자면, 지난9월3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중요한 핵실험을 했다. 그들의 말과 행동은 여전히 미국에 적대적이고 위험하다"며 "내가 한국에 말했듯, 한국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가고 있다"고 주장한 경우가 있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유화론자로 규정한 셈이었는데요. 설사 한국 정부의 태도에 불만이 있더라도 조용히 외교 채널을 통해 전달하는 게 외교 프로토콜상 적절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발언은 정말 심했다는 비판이 미국 오피니언 리더들 내부에서도 나왔습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가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비판은 인식이 잘못된 것"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실제 미국의 대북 '압박과 관여' 접근을 적극 지지해왔고,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취한 어떤 것도 유화적이지 않다"고 지적한 게 그 예입니다.

어쨌든 날아다니는 강대국 대통령의 많은 신호, 그걸 감내하면서 다음을 기약하고 구상하는 게 우리나라의 몫일 텐데요. 그런 점에서 올챙이처럼 수없이 날아다니는 연이 어지러운 하늘을 보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문 대통령의 선전을 기원해 봅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